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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 남북한 사투리와 표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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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과학백과사전출판사 발행 '조선말사전'.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누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우리 마누라 생일날 죽다 살아 났는데 이게 다 인연 아닌가! 집에 가 한술 뜨고 가라 해라! / 먼 일을 그럿케바께 못한다냐! 그래서 어디 크게 몸 상한 데는 없고 이 /남편을 나그네라고 부르고 부인을 앙까이라고 불러요)

오늘은 남북한에서의 사투리와 표준말 대한 이야깁니다. 사투리와 표준말의 차이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사투리는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을 이르고, 표준어는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언어로. 의사소통의 불편을 덜기 위하여 전 국민이 공통적으로 쓸 공용어의 자격을 부여받은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표준어를 말하기 위해 사투리 교정, 사투리 고치기 위한 학원 등도 있어 배우기도 합니다.

유튜브에 게재된 하이퍼센트 송은영 강사는 표준어의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지역마다 사투리가 있어서 다 다른데 표준어가 제정되지 않아서 사람들마다 말이 서로 다르면 서로 간에 의견을 주고받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송은영 강사: 의사소통이 단절되는 것을 그리고 국어생활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표준어가 제정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표준어가 만들어 졌다라는 거에요. 어떤 계층과 쓰는 사람들의 말이 표준어가 될 수 있느냐면 교양있는 사람들이 쓰는 말이 바로 표준어가 됩니다. 현대에 쓰이는 그런 말이 표준어가 되고요. 그리고 또한 지역적으로 보자면 서울에서 쓰이는 말을 표준어로 정해요.

아나운서 되기 위한 교육의 일면입니다. 이 발음의 중요성인데요. 유튜브에 아나운서 아카데미 온라인 교육센터의 박은주 강사의 강의 잠깐 들어봅니다.

박은주: O소리의 힘을 빼서 낮추기입니다. 사투리 사용자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첫음 0에 굉장히 큰 힘이 들어가는 것을 볼 수가 있어요. 이기요. 이마트 이런 식으로 발을 하거든요. 그래서 O 음을 어떻게 해야될까요. 입술의 긴장을 풀고 음을 낮춰서 밑에서 올라오는 담담하고 짧은 O 소리를 내셔야겠어요. 그래서 위에서 떨어지는 건 이마트 이런 식이고요. 제가 여기서 원하는 것은 이마트 이런 식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실제로 손을 꺼내서 이/ 이\ 의 차이를 조금 느껴 보시고요. 밑에서 올라오고 또 좀 짧아야 돼요. 이-마트 늘어지면 안 되고 이마트 밑에서 올라오데 짧은 O 소리를 내도록 노력하시면 되겠습니다.

서울문화 평양문화 통일문화 책에서 발췌한 내용인데, 오래전이지만 1985년 9월, 한국 코미디언 두 사람이 평양 대극장 무대에 선 일이 있었습니다.

‘이보, 이보, 이보, 이보세.’

‘와 그래, 뭐 넉사적 야기라도 할 게 있어?’

‘통일이 되면 고속도로가 이어지지 앵이요.’

당시 이 코미디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몹시 나빴다고 합니다. 북한 지방 사투리를 과장하면서 웃음을 일으켜 북쪽을 야유하려고 했다는 것이지요. 왜 그런일이 있었을까?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의 설명입니다.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그들 말로는 고속도로는 북침을 위한 것이고, ‘앵이요’ 같은 북한 말은 북부 지방의 옛날 사투리였으니 지금은 없다고 하지요. 그밖에 코미디에서 나온 ‘그것 뿐이갓소’ ’우재이요’ 같은 사투리들이 음의 고저는 과장되었고 또 대사는 억지로 강조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북한에서나 남한에서나 사투리는 자칫 잘못 쓰면 불쾌감을 자아내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투리가 표준말에 대비되는 말이므로 열등하다는 관념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 여기서 잠시 한국 드라마의 경상도 사투리와 전라도 사투리 함께 들어보시지요.

: 아버지 이분 아니었으면 아버지 큰일 날 뻔했습니다. 고맙십니다. 고-맙십니다. 니 수하할 줄 아나! 이래 가서는 안된다. 내 생명의 은인 아닌가! 우리 마누라 생일날 죽다 살아났는데 이게 다 인연 아닌가! 집에 가 한술 뜨고 가라해라! /먼 일을 그럿케바께 못한다냐! 그래서 어디 크게 몸 상한 데는 없고 이. 쪼까라도 거시기 한일 생기면 바로바로 연락하고! 이 그라고 꼭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 박아바라

임채욱 선생은 사투리도 세밀하게 분석하면 어휘 어법 음운 억양이 각각 다르다고 설명해 줍니다. 즉 어휘가 다르다는 것은 냉이가 나시, 나생이. 개구리가 깨구락지, 개고태기로 표현되는 것을 말하고. 어법이 다르다는 것은 ‘더워라’가 ‘덥아라’. ‘병이 나있다’가 ‘병이 낫었다’로 표현되는 것처럼 문법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말하며, 음운의 경우에는 ‘ㅐ’와 ‘ㅔ’구분하지 못하는 전라도 사투리, ‘ㅓ’와 ‘ㅡ’를 구분 못 하는 경상도 사투리 등을 말한다고요. 억양은 발음의 고저와 강약에 따른 것으로, 사투리를 가장 특징 지우는 요소가 된다고 설명해 줍니다. 그래서 경북 사투리와 경남 사투리가 같은 경상도인데도 서로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라고요. 임채욱 선생은 또한 표준어 교육에 따라 어휘나 어법은 마음만 먹으면 어느 정도는 고칠 수 있지만, 발음이나 억양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임채욱 선생: 앞에서 남쪽 코미디언이 옛날 사투리를 쓴다고 북쪽에서는 불만이었지만, 사실상 북한에서 옛날 사투리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생전에 김정일은 함경도 사투리나 평안도 사투리 할 것 없이 다 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사투리는 ‘민족어의 곁가지’ 로써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6월에 종영된 KBS 사극 ‘정도전’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았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전한 바 있습니다. 함경남도의 소식통들은 ‘정도전 알판(DVD)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인간생활의 재미 뿐 아니라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주는 것 같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함경도 영흥 출신이어서 더욱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럼 여기서 정도전 드라마에서 이성계가 함경도 사투리로 이야기하는 걸 들어 보겠습니다.

: 바찌 성님은 나의 상대가 아니다 헤지비/ 집에만 틀어 바켰으니 맥이 빠져서 그런 것 아니겠니 / 이번에 왼쪽으로 해보자! /아니 성님에 더 망신당하기 전에 이찜해서 접수다. /니는 동북면이 좋니 어기 개경이 좋니 /그걸 말이라고 하오 개경 여기매가 사람 살때요. /진환아 동북면 말이다. 도로갈까 / 정치고 뭐이고 다 때러 치우고 동북면에 가서 호랑이도 때려잡고 보리 피리도 불고 그렇게 살다 선땅에 묻히고 싶다.

민족의 곁가지를 알아보지요. ‘눈치래 빨라서 말 안해도 다 알디요.’ ‘누구래 그 일을 햇시오?’ 눈치가 빠르지 않아도 이 말이 평안도 사투리인 줄은 대개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임채욱 선생 이야깁니다.

임채욱 선생: 여기서 주격조사가 ‘가/이’가 아니고 ‘래’ 입니다. 그런데 주격조사 ‘래’는 현재 평안도에서도 그 사용이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이 사실은 최근 주격토 ‘래’를 포함한 평안도 방언 전반의 조사에서 나타나는데 평안도의 ‘래’처럼 황해도 에서는 일부 지역에서는 주격조사가 ‘라’로 쓰이고 있는데 ‘누구라 왔어?’(누가 왔어?), ‘누가라 갖다 놨시까?’(누가 가져다 놓았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황해도의 ‘라’는 본래 평안도의 ‘래’와 황해도의 ‘라’는 같은 근원에서 나왔습니다. 우리 중세 국어에서 주격조사가 바뀌는 과정에서 평안도에서는 ‘래’로 되고, 황해도에서는 ‘라’로 된 것입니다.

한국의 한 TV 방송에 출연한 탈북인들의 사투리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봅니다.

: 그랬소 이랬소 이러는데 저희가 평양에서 금방가서 엄마 식사해 하니까? 평양 것들은 버릿탱이가 없어가지고 반말한다고 욕하는 거에요. 거기서는 양양하다고 그래요. 함경도에서는 야 아무개야 부르면 야 이렇게 대답해요. 평양에서는 아무개야 하면 에 이렇게 대답해요. 함경도에서는 남편을 나그네라고 부르고 부인을 앙까이라고 불러요. 그래 우리 나그네 말하고 자기 부인은 우리 앙까이 새끼, 우리 앙까이 이렇게 표현해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