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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구호와 표어 1)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누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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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SER: 고난의 행군 하면서 자폭, 총 폭탄 정신 이런 게 나온 겁니다 /북한에서는 정치적 계기가 있으면 그때마다 구호를 대량으로 만들어 냅니다.

 

서울문화 평양문화 통일문화 책 소제목 ‘구호와 표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2001년 벽두부터 ‘올해를 21세기 경제 강국 건설의 새로운 진격의 해로 빛내자’라는 구호가 온 북한 천지를 뒤덮고 있다. 서울 거리에도 구호와 표어는 많지만, 구호에 관한 한 북한은 남한보다 더 요란한 곳이다. 어떤 계기 때마다 한 번에 수백 개의 구호가 쏟아져서 가히 ‘외침으로 들끓는 구호의 땅’이라는 것이 북한 방문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건물 벽면이나 공장의 기계, 광산의 설비에도 구호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대중을 조직 동원하여 혁명과 건설을 다그쳐 나가는 당의 영도 실현에 중요한 수단이 되는 글귀’이기 때문에 오늘도 북한의 거리에는 추상적인 구호가 아닌 행동의 구호, 실천의 구호 글귀가 가득하다고 기록했습니다.

 

구호는 본래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혁명전술의 3대 요소인 조직형태, 투쟁형태, 선전형태 중에서 선전 형태를 뒷받침해 주는 내용의 하나이다. 구호는 대중에게 당의 의도를 알려주고, 투쟁 목표와 방향을 가르쳐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북한에서 구호가 범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다 보니 일상 언어조차 구호처럼 쓰는 현상도 보인다고 설명합니다.

 

‘동무, 우리는 천리마 시대의 기수답게 강철생산 고지 점령에서 속도전의 불 바람을 일으킵시다.’ ‘어버이 수령을 민족의 태양으로 높이 우러러 모신 크나큰 민족적 긍지를 더욱더 간직하도록 합시다.’

언어를 혁명의 무기로 쓰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딱딱한 표현도 혁명성과 전투성이 발양된 언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니까 대중을 조직 동원하기 위한 호소문인 구호가 극히 강렬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절약하고 절약하고 또 절약하라’, ‘하자고 하면 못 해낼 일이 없다’ 등의 부드러운 구호도 있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으로부터 ‘남북한의 구호와 표어’에 관해 알아봅니다.

 

구호와 표어는 어떻게 다른가?

 

임채욱 선생: 둘 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잊어버리지 않게 귀띔하는 수단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둘 다 슬로건(Slogan)인데 구호는 주로 외치면서 내용을 주입시킨다면, 표어는 운율을 가진 짧은 글이어서 메시지를 의미적으로 전달하는 편입니다. 구호(Catch Phrase)가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정서적인 글이라면 표어(Motto)는 머리로 받아들여 이해하는 이성적인 면을 보입니다. 그래서 구호는 정치적인 행사에서 많이 활용되지만 표어는 행정적인 성격의 메시지로 활용됩니다. 구호가 정치적 행사에 활용되다 보니 구호에는 사람을 속이는 내용도 담기지만 표어에서는 진실을 담으려고 하지요.

 

슬로건의 효용성을 좀 더 설명하면?

 

임채욱 선생: 슬로건은 원래 군인들이 전투를 하기 전에 목소리를 모아 힘껏 외치는 함성을 뜻했다고 합니다. 로마멸망 이후 지금 영국 땅에 살던 켈트 족이 앵글로 색슨족에 밀리면서 캘트족 전사들은 출전하기 전에 자기 고향이름, 마을 영웅 이름들을 높이 외치면서 사기를 높이고 단결을 도모했다는데 이 때 외치던 함성을 슬로건이라고 했지요. 그 뒤 1700년대 유럽에 계몽주의 시대가 되면서 데모를 하면서 자기 주장들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소리를 높이 외치던 것도 슬로건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슬로건은 그 효용성이 매우 크지요. 한 줄의 구호나 표어가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아 어떤 목표를 이루는데 도움을 주지요. 히틀러가 대중을 휘어잡은 것도 “프랑스에 복수의 칼을, 독일에는 천 년의 번영을”이란 구호가 효력을 낸 것이고,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 난 후 미국정부는 “진주만을 잊지 말자”라는 구호로 미국국민의 마음을 모아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것입니다.

 

2013년 4월 자유아시아방송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방송에서 구호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 함께 들어 보시죠.

 

문성휘 : 가장 주민들이 안정 됐던 시기가 경제에 대한 구호가 많았었고요. 정치적 적수들를 숙청하는 시기가 김일성을 우상화하는 구호가 많았던 시기이고, 90년대 들어 동구권 사회주의가 다 망하고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하고 어려움을 겪지 않아요. 그러니까 자폭 정신, 총폭탄 정신 이런 구호가 나온 거에요.

진행자: 북한의 상황이 힘들어질수록 더 극단적이 구호가 나오네요.

박소연: 예전에 농촌에 가면, 농장 밭에 가면 ‘농장 포전은 나의 포전이다’ 이런 구호를 아무 농장 큰 곳엔 다 있어요. 나무판자에 써 있죠. 거기에 담은 정신은 농장 포전은 나의 포전이나 같으니까? 알뜰하게 가꾸라는 의미였는데요. 고난의 행군 시기를 맞으면서 사람들이 식량 곤란을 겪다보니까 농장 포전을 도둑질하기 시작했어요. 그게 막 심화 되면서 무장 보초를 세웠어요. 실지 농장포전에다 손을 데서 한때 북한에서 시범 규모로 총살까지 한 적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막 울면서 농장포전은 나의 포전이다 구호가 옛날처럼 눈에 안들어와요.

 

북한에서 구호가 나타나는 양상은?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는 정치적 계기가 있으면 그때마다 구호를 대량으로 만들어 냅니다. 당 창설 기념일, 정권창설일, 김일성 김정일 생일, 그 밖에도 무슨 기념일, 무슨 행사 등 수없이 많은 구호들이 만들어 지는데 6월 25일부터 시작돼서 7월 27일까지 진행될 이번 ‘반미투쟁공동월간’에도 구호로 들끓는 외침의 한 달이 계속되고 있지요. 지금이 신년맞이 구호 빼고는 구호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시기입니다. “원쑤들의 가슴팎에 복수의 총창을 박는 멸적의 투지로” , “모두 다 총창이 되고 총알이 되자”같은 것들이 보입니다. 이처럼 북한의 구호들은 무슨 기념행사, 무슨 운동과 관련되면서 양산되는데, 광복되던 1945년 11월 “인민문화 향상은 문맹퇴치로부터”라는 구호가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수만 가지 구호가 외쳐지고 있지요. 구호를 만드는 데는 김일성도 달려들고 김정일도 달려들었지요.

 

북한의 지도자 김일성이 구호를 만들었다는데 어떤 것들인지

 

임채욱 선생: 김일성이 만든 구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가 있죠. 북한 선전물에서는 김일성이 창조한 최고의 명언이라고 말하지요. 그런데 김일성이 만들어 명언이라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는 김일성 이전에 서양에서 널리 알려지던 구호에 불과하지요. 영어로 “One for all, All for one”, 다시 말해서 “1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1인을 위하여”라는 말인데 이 말은 우리가 잘 아는 프랑스 소설 ‘삼총사’에도 나오는 말이고 영국 럭비 팀들이 경기할 때 외치던 구호이기도 해요. 이런 연유가 있는 말을 자기들 수령이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지요.

 

북한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구호는 김정일이 직접 제시했다는 ‘우리식대로 살아 나가자!’라는 구호라고 한다.

 

임채욱 선생: 김정일이 만든 구호 “우리식대로 살아나가자”는 1978년 12월에 나왔지요. 그런데 지금도 없어지지 않고 쓰이는 것을 보면 북한이 언제 개방할지 가늠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김정일은 이외에도 구호를 여러 개 만들었지요. 그 가운데 유명한 것이 “사상도 기술도 문화도 주체의 요구대로”,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식으로”, “모두 다 속도전 앞으로”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사상도 기술도 문화도 주체의 요구대로”라는 구호는 1970년대 중반에 내놓은 것인데 사상에서 주체를 가진 혁명가를 만들고 기술도 자주적인 기술이 되게 하고 문화도 모두를 높은 문화수준을 가진 문화의 주인으로 만들자는 내용이지요. 또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식으로”란 구호는 생산은 정해진 대로 무조건 다 끝내고, 학습은 어려운 환경에서라도 쉬지 않으며, 생활은 검소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남북이 분단된 지 어언 70년 남북은 그 동안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며 각기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남한은 서양으로부터 다양한 물질문화를 받아들여 식생활에도 큰 변화가 있었으나, 북한은 서양 문화에 인색했던 관계로 아직도 민족 고유 음식과 전통 음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탈북 여성들이 전해줍니다.

 

북한에서 오랜 전통으로 자랑하는 햇과일 설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준비 재료는 햇맵쌀가루 1킬로그람, 햇찹쌀가루 200그람, 햇밤 300그람, 햇대추 200그람, 햇녹두 300그람, 감 200그람, 풋콩 100그람, 꿀 100그람, 소금 3그람입니다.

 

먼저 맵쌀가루에 찹쌀가루를 섞고 소금과 꿀을 푼 물을 뿌리면서 버무린 다음 체로 쳐서 덩어리가 없도록 합니다. 밤은 껍질을 벗겨 썰고, 대추와 감은 씨를 빼낸 다음 썰어 놓습니다. 풋콩은 삶아서 건져 놓습니다. 녹두는 물에 불렸다가 껍질을 벗겨서 찜통에 넣고 쪄서 고물을 만듭니다. 시루에 녹두고물을 펴고 쌀가루와 밤, 대추, 감, 풋콩을 버무린 것을 안친 다음 녹두고물을 다시 뿌리고 찝니다. 익으면 꺼내서 썰어냅니다. 북한의 햇과일설기 만드는 법 같이 배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