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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 상징색과 기호색)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누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 주민이 붉은 색을 상징색이고 기호색으로 하고 있지만, 이념성을 벗겨 내면 색채 감각적으로는 반드시 붉은색만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

서울문화 평양문화 통일문화 책 상징색과 기호색 소제목의 내용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2000년 9월, 비전향 장기수 63명이 북한 땅에 들어서자마자 북한 당국은 붉은색을 칠한 30여 대의 벤츠에 이들을 태우고 갔다. 한국에 온 북한 예술공연단의 의상을 보면 인공기의 색조와 같은 붉은색, 파란색, 흰색을 사용하고 있다. 또 이 색깔들을 나타내는 삼색 춤이 있고, 일상 생화에서도 이 색들은 가장 많이 선호되고 있음을 본다. 북한에서 생산되는 고급 담뱃갑은 청색 아니면 붉은색이다. 흰색 역시 북한의 국화인 목란과 같은 색이어서 그런지 선호하는 편이다. 목란의 흰색에 대해 이런 표현도 있다.

“우리는 그 꽃에서 더없이 깨끗한 백의동포의 억센 기상을 연상하게 되면서 그 내용 미에 접촉하게 된다.”

북한 가요 ‘휘날려라 공화국기 우리 삼색기’에 의하면 붉은색은 선열들의 붉은 피, 흰색을 백두산의 하얀 눈, 푸른색을 푸른 하늘을 나타낸다.

색깔의 이념과 관련해서 보면, 북한에서는 붉은색은 혁명적이고, 백색은 반혁명적이며, 황색을 기회주의적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남쪽의 빨간색에 관한 예도 있다. 1999년 서울 서초구는 빨간색 간판을 퇴출시키기로 결정한 이야기가 있다. 이는 그 당시 몇 년 사이에 자극적인 빨간색 간판이 너무 많아져서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판단에서였다고 한다. 사실 빨간색의 이러한 범람은 환경친화적인 면에서 사람들의 정서를 해칠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상징색과 기호색은 어떻게 다른지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이 설명입니다.

임채욱 선생: 상징색이 기호색이 되고 기호색이 상징색이 되겠지만, 상징색이 반드시 기호색이 되지 않고 기호색이 반드시 상징색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상징색과 기호색이 일치될 때도 있지만 일치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상징색은 한 민족이나 국가를 상징하는 색깔이기에 의미를 갖지요. 기호색은 특별한 의미가 없어도 한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깔이죠. 우리민족이 백의민족이지만 우리가 흰색을 좋아하는 것일 수 있지만 상징색이 흰색이라는 뜻이지요. 흰옷이 좋아서 즐겨 입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입다 보니 흰옷을 선호하게 돼 상징색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죠. 기호 색은 대체로 오랜 시간에 걸쳐서 좋아해 오던 것이지 갑자기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남북한 상징색은 다를 수 있어도 기호 색은 다를 수 없는 것 아닐까요? 실제로 붉은색 하나를 예를 들어 보면 남북한 주민은 누구나 붉은색을 좋아하는 편이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조상들이 좋아했던 색깔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새끼줄에 빨간 고추를 꽂고 붉은색 팥죽을 먹으며, 붉은색 부적을 몸에 지니고 붉은색 인주 즉 도장밥을 씁니다. 그런데 이것도 따져보면 붉은색을 좋아했다기보다 붉은색이 가진 양(陽)의 의미에 비중을 둔 것 때문일 것입니다.

북한의 상징색과 기호 색은?

임채욱 선생: 북한은 인공기의 색깔인 붉은색, 파란색, 흰색을 상징색으로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붉은색은 인민의 끓는 피, 푸른색은 평화애호를, 흰색은 햇빛처럼 광명과 희망을 상징한다고 말합니다. 또 인공기의 색깔을 어린이들에게는 붉은색은 선렬들의 붉은 피, 흰색은 백두산의 하얀 눈, 푸른 색은 푸른 하늘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색깔 중에서도 붉은색을 가장 선호하지요. 다시 말해서 좋아하는 색은 붉은색이지요.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가장 좋아했던 색이 붉은색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1960년대 초 김정일은 이렇게 말했죠. “수령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색은 붉은색입니다. 수령님께서는 꽃 중에서도 붉은 꽃을 제일 좋아하시고 깃발 중에서도 붉은 기를 제일 사랑하십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도 붉은색이고 제일 사랑하는 깃발도 붉은 기입니다.” 이러니까 북한 전역에는 눈에 가장 많이 띄는 것이 붉은색이고 모든 것에 붉은색 일색이지요. 당 중앙청사 당기도 붉은색이고 최고사령관기도 붉은색인가 하면, 인민의 정신도 붉은기 정신이고 운동을 벌여도 3대혁명붉은기 쟁취운동을 하고 학교에서도 붉은기 칭호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인민반에서도 붉은기 인민반이 되기 위해 뛰고 또 뛰고 있지요.

북한 주민들도 실제 붉은색을 선호하는지?

임채욱 선생: 붉은색을 색채감각적으로 좋아하고 안 하고 관계없이 붉은 사상, 붉은 수도, 붉은 교육자, 붉은 예술가, 붉은 마음, 붉은 바람, 붉은 탄알 같은 말을 늘 쓰고 있지요. 이런 걸 두고 상징조작이라고 하죠. 김일성은 상징조작을 하기 위해 이런 말까지 합니다. “리승만은 우리를 빨갱이라고 부릅니다.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합시다. 우리는 자신이 붉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검은 색도 아니며 흰색도 아닙니다. 우리는 붉은 사람들입니다. 적들이 빨갱이라고 몹시 무서워하면 할수록 우리의 모든 근로자들을 철두철미 붉게 만드는 것, 다시말하면 공산주의 사상으로 무장시키는 것이 더욱 필요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붉은색을 외면할래야 할 수도 없거니와 자연히 붉은색을 기호색으로 받아들이기 마련이지요.

붉은 색이 공산주의자의 상징색인가

임채욱 선생: 붉은색이 공산주의 상징색이라고 규정된 것은 잘못된 인식의 결과로 봐야 합니다. 모스크바 크렘린 궁 앞의 광장을 붉은 광장이라 하는데 사실 이 광장은 붉지도 않고 실제로는 ‘아름다운 광장’이란 뜻으로 쓰인 것인데 러시아 말 아름답다는 말이 붉다는 말에서 나왔기 때문이죠. 옛 소련의 볼세비키가 혁명을 일으키면서 붉은 깃발을 흔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제정러시아 학정에 반대한다는 선(善)의 뜻으로 택한 것이지 피를 연상시키려 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근데 시간이 갈수록 자본주의 사회에서 붉은색을 공산주의자 색깔로 규정하다 보니 붉은색이 공산주의자 색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역사상 붉은색으로 만든 깃발은 서기 8세기에 지금의 이란 땅에서 이민족인 아랍민족의 압제에 저항하면서 나타난 것이 최초인데 그 뒤 농민들이 항의시위를 벌일 때도 붉은 깃발이 나타났지요. 1871년 파리 콤뮨 때부터 혁명에서 붉은색이 널리 사용되게 되지요. 그렇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자유를 얻으려는 투쟁의 색으로 붉은 기를 흔들었던 것입니다. 붉은색이 결코 공산주의자의 색깔은 아니지요.

자연색으로서의 붉은색

임채욱 선생: 자연색으로서의 붉은색은 좋은 색이지요. 몽골에서는 환희, 라오스는 국민, 오만에서는 새로움을 뜻하고 요르단에서는 국기의 붉은색이 마호멧드를 뜻하지요. 또 불가리아에서는 슬라브족을 뜻하고 체코에서는 보헤미아 족, 루마니아나 폴란드에서는 독립을 뜻합니다. 미국은 붉은 색이 정열, 격정, 희열을 나타내고 일본에서는 활력을 나타내지요. 이런 것을 볼 때 붉은색이 공산주의자 색이라고 규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오방색 중 남방을 상징하는 양색으로 붉은 인주를 사용하고 붉은 팥죽을 먹고 붉은색 부적을 몸에 지니며, 빨간 고추를 새끼에 꽂습니다.

앞으로 남북한 주민의 기호색은?

임채욱 선생: 우리나라 민요를 조사한 한 연구를 보면 민요에 등장하는 색깔 중에는 청색과 초록색이고 그다음이 붉은색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우리 민족의 진정한 기호색인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이러한 연구를 통해 우리 민족의 기호색을 찾아내고 이를 남북한 주민이 공통으로 좋아하게 되면 동질성 접근에 도움도 되겠지요. 무엇보다 현재 북한 주민이 붉은색을 상징색이고 기호색으로 하고 있지만, 이념성을 벗겨 내면 색채 감각적으로는 반드시 붉은색만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 언젠가는 남북한 주민이 상징색도 같아지고 기호색도 비슷해지는 때가 오겠지요. 그때가 통일될 때가 아닐까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