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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모음

새 차를 샀습니다-와싱톤한인교회 김영봉목사

성탄절이 지난 주말, 재단관리이사장과 재정위원장께서 어느 자동차 딜러로 나오라고 하여 가 보았더니, 새로운 자동차를 사 놓았습니다. 제가 그동안 타던 차가 15만 마일을 육박해 가고 있었습니다. 조영진 감리사님이 계실 때부터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조 목사님께서 사양하셔서 제가 인계받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제가 부임한 해부터 임원들께서 차를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예산까지 세워 두었습니다만, 저도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2년째
고사를 해 왔었습니다.

매나싸스 사역이 시작되면서 차를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커졌고, 저도 더 이상 사양할 수 없는 입장에 이르렀습니다. 맥클린과 매나싸스를 오가는 데 있어서 더 안전하고 튼튼한 차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의 예만 생각해도 납득될 것입니다. 새해맞이 새벽 기도회를 위해 맥클린과 매나싸스를 번갈아 다녔습니다. 12월 31일에는 오후 8시에 매나싸스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곧바로 맥클린으로 돌아와 11시 30분에 예배를 인도했습니다. 매 주일, 3부 예배가 끝나면 곧바로 매나싸스로 향합니다. 앞으로 이런 경우가 더 많아질 것입니다. 이런 상황의 변화 때문에 차를 교체하는 것에 저도 동의했습니다.

필요성 때문에 새 차를 받기는 했는데, 제 마음은 매우 불편합니다. 어떤 분들은 “새 차를 타서 좋으시겠네요”라고 말씀하면서 축하해 주시지만, 제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더구나, 겨울철에 66번 도로를 오가려면 4륜 구동의 실용적인 차가 필요하다 하여 몸집이 큰 차를 사 주셔서, 더욱 편치 않습니다. 제 마음 같아서는 지금 타는 차를 폐차할 때까지 탔으면 좋겠습니다.

‘남자의 로망은 좋은 자동차고, 여자의 로망은 좋은 집’이라는데, 그런 로망이 저희 부부에게는 별로 없습니다. 오래 전, 한국에 살 때, 친척 중 한 분이 새 차를 사시면서 당신이 쓰시던 중고차를 저희에게 주시겠다는 뜻을 보이셨습니다. 그 차는 상류층의 상징이랄 수 있는, 꽤 폼 나는 차였습니다. 저는 아내가 그 제안을 일언지하에 사양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아내가 거절한 이유는 지극히 실제적이었습니다. 그 차를 가져 봐야 세금 더 내야 하고 기름 값 더 들고 수리비만 높아질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폼 내는 대가가 너무 크다는 논리였습니다.

제가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라는 책을 통해 단순하고 검소한 삶이 성서적인 삶의 방법이라는 의견을 편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어느 독자께서 우리 교회 교우에게 “김영봉 목사가 무슨 차를 타는지 알고 싶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14만 마일 달린 일제차를 탄다”고 답하라고 말했었는데, 이제는 답하기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이 이렇게 켕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은 여전히 불편하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안전 운행을 하겠습니다. 저도 이 차를 후임자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잘 관리하겠습니다. 교우들의 귀한 헌금으로 구입한 차이므로, 차를 타는 동안 늘 여러분의 숨결을 느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 1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