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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남북한 한글 기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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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창제 569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열린 '2015 한글문화큰잔치 전야제' 행사에서 한글 창제와 반포에 대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누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한글이 만들어졌을 때 정인지라는 학자는 우리 글자로 바람 소리, 학 울음소리,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도 표현할 수 있다고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백과사전 위키백과에 한글날과 조선글날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라고 설명합니다. 한국에서는 10월 9일을 "한글날"로, 북한에서는 1월 15일을 "조선글날"로 기념한다고 했습니다. 한글날이 한국에서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지만, 북한에서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고 했습니다. 이를테면 김일성 선집에 따르면 "조선글은 인민이 과학적인 글자를 만들었다"는 언급만 있을 뿐 세종대왕에 대한 명백한 언급은 없다고 했습니다. 이날에 한국에서는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극기를 단다고 했습니다.

남한 조선일보는 최근 한글날 특집에서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한글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라며 세계 속의 한글 우수성이 극찬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세계의 저명한 기관과 학자, 작가들은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일찍이 인정하고 극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언어 연구학으로 세계 최고인 영국 옥스퍼드대의 언어학 대학에서 세계의 모든 문자를 놓고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등의 기준으로 한 순위에서 한글이 당당히 1위를 차지했으며 또 유네스코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말뿐인 언어 2900여 종에 가장 적합한 문자를 찾는 연구를 진행했는데, 최고의 평가를 받은 것 역시 한글이었다고 했습니다. 소설 ‘대지’를 쓴 미국의 작가 펄벅은 ‘한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글자이며 가장 훌륭한 글자’라며 세종대왕을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영국 언어학자 제프리 샘슨은 ‘한글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라고 밝혔으며, 영국의 역사다큐멘터리 작가 존맨도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말했으며, 또 시카고 대학의 매콜리 교수는 미국사람이지만 한글날인 10월 9일에는 20년 동안 빠짐없이 한국 음식을 먹으면서 그날을 기념한다고 보도했습니다.

MUSIC / 한글날 노래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남북한 한글 기리는 날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으로부터 알아봅니다. 10월 9일은 한국에서 569돌 한글날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날이 한글날이 아닙니다. 한글을 기리는 기념일이 북한에선 없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날로 기념하는 것인지 설명해 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네, 북한에서도 한글을 기리는 기념일이 있습니다. 다만 한국과 달리 1월 15일이지요. 지난 1월 15일이 북한에서의 훈민정음 창제 571돌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569돌이고 북한에서는 571돌이라고 했습니다. 차이가 왜 나는지요?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는 정부 수립 이듬해인 1949년 6월에 한글날을 정하면서 일제 강점기에 우리글을 지키려고 애썼던 한글학자들의 정신을 존중하여 그들이 기념했던 한글이 반포된 날을 기준으로 정했는데 북한에서는 한글이 반포된 날이 아니라 한글이 창제되었다는 날로 정한 것이지요. 아시다시피 한글은 세종 25년 12월에 완성되었지만, 발표는 세종 28년 9월에 했지요. 세종 25년 12월은 서기로 쳐서 1444년 1월이고 세종 28년 9월은 1446년 10월이 되지요. 그래서 569돌이 되고 571돌이 된 것입니다.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일까요?

임채욱 선생: 둘 다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요. 굳이 따진다면 둘 다 정확한 날짜는 모르는 이상 만든 날보다는 좀 더 다듬어서 완전히 되었다고 판단돼 널리 알리게 되는 반포기념일이 더 합리적이 아닐까요?

기념일 명칭도 한국에서는 한글날인데 북한에선 훈민정음창제 기념일로 되어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한글이란 말을 쓰지 않는가요?

임채욱 선생: 한글날이나 훈민정음이란 말은 둘 다 뜻은 같습니다. ‘한글’이란 말이 처음 나온 것은 1910년 6월 서울 보성중학 친목회보인데 3년 뒤 최남선이 발간하는 아동잡지에서도 나옵니다. 그 뒤부터는 한글이 훈민정음보다 더 많이 사용되는데 광복 후 한국에서는 조선어학회 명칭도 한글학회로 변경합니다. 그렇다고 북한에서도 한글이란 말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한글에 대해 ‘한’의 뜻이 우리 글자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훈민정음이나 조선글자라는 이름보다는 덜 쓰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달라진 것도 남북한 사상이나 이론적 영향 때문이라고 봅니까?

임채욱 선생: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에서 쓰는 철자법도 한국에서와 같은 형태주의적 이론에 근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언어이론이나 우리말 연구의 계보 차이 때문이 아닐 것입니다. 남북한의 한글학자들은 사실상 모두 주시경 후계자들로 1928년 한글날을 함께 제정했던 인사들이었지요. 이들은 국어표기라든가 외래어표기 통일, 조선말사전 편찬 등의 일을 함께하다가 남과 북으로 갈려진 것뿐이었지요. 남쪽에서 북쪽으로 간 김병제, 이극로, 정열모, 유열 같은 학자들도 서울에서 한글사전 편찬에 관계하던 사람들이었죠. 이를 보면 서로가 정치적 입장 때문에 한글 외적인 데서 근거를 찾으려 하다 보니 창제기념이다, 반포기념이다로 갈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일제에 항거한 한글학자들의 정신을 생각한다면 통일된 한글 기념일, 훈민정음 기리는 날이 되어야 할 텐데요?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는 매년 기념행사를 기념식 중심으로 열면서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에 경제난 극복과 생산성 제고를 앞세워 공휴일에서 제외시킨 일도 있습니다만 현재는 다시 공휴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1월 15일 훈민정음 창제기념일을 매년 기념하지 않고 이른바 꺾어지는 해라 하는 5년 단위로만 기념식을 열고 있는 편입니다. 일찍이 공산권에서는 말이나 글에도 계급 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었지만 이게 부인된 것이 오래됩니다. 그런데도 북한에서는 아직 그 여파가 남았는지 ‘우리식 사회주의’를 내세워 김일성 민족이니 김일성 언어니 하고 있으니 쉽게 통일되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일제강점기 시기에 우리 글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선각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려면 한글날 통일이라도 끊임없이 노력해야겠습니다.

한글날 통일을 위해서 남북한 간에 해결되고 일치를 봐야 할 문제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대여섯 가지 문제가 제기됩니다만 압축하면 다음 세 가지로 정리될 것 같습니다.

첫째, 한글기념일을 만든 날 기준이냐 널리 알린 날 기준이냐 문제 둘째, 한글날이냐 훈민정음이냐 문제 셋째, 일부 학자들 견해로 한글은 만들어지자마자 바로 사용되었으니 창제가 중요하다는 문제, 이 세 가지인데요, 첫째 창제냐 반포냐는 문제는 세종대왕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세종은 글자를 완성하고서도 글자 그대로 백성을 가르치는 올바른 소리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려고 언문청 학자들에게 더 연구케 시키려고 <용비어천가>를 한글로 지어 글자를 시험하기도 했지요. 이것을 보면 완성시기보다는 반포시기가 글자를 만든 뜻에 더 가까울 것 같지요. 둘째 한글이냐 훈민정음이냐 하는 문제는 조선어학회 회원들 즉 한글학자들이 일제에 항거하면서 부른 ‘한글날’을 존중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선어학회 회원의 다수가 서울에 남았는데 소수가 평양으로 간 것이지요. 셋째 한글은 만들어지면서 바로 사용되었으니 따로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견해는 세종이 <용비어천가>를 새로 만들어진 글자로 발표케 한 것을 말하는데 이는 세종이 <용비어천가>를 훈민정음을 널리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미리부터 한글로 쓰도록 했다는 것 때문에 그렇게 인식되는 것인데 새 글자의 발표는 어디까지나 <훈민정음해례>가 완성된 세종 28년, 서기로 1446년 10월이 되는 것이지요.

끝으로 한글을 가진 자부심에 대해서 한마디.

임채욱 선생: 한글이 만들어졌을 때 정인지라는 학자는 우리 글자로 바람 소리, 학 울음소리,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도 표현할 수 있다고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합니다. 무릇 사람에게 말이 없다면 진화를 하지 못했을 것이고 글자가 없었다면 문화가 발전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진정 인간은 말을 가졌으므로 동물과 다르고, 쓸 수 있는 글자가 있으므로 해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지식의 전달이 가능한 것이지요. 그런데 말은 거저 물려받을 수 있지만, 글은 조상이 애써 만든 것이므로 힘써 배워야만 하는 더없이 귀중한 문화유산이 되는 것입니다. 이 지구상에는 말은 있는데 글자가 없는 민족이 얼마나 많습니까?

Music Bridge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