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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남북한의 상징 수와 선호숫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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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열린 '전국 3대혁명소조 열성자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은 숫자 중에는 3을 좋아해서3대 혁명, 3대 혁명역량, 3대 기술혁명, 3대 태양, 3대 만세, 조국통일 3대 헌장 등등이 보이지요. / 김정은 정권은 국가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정책들도 숫자 9에 맞추었습니다. 장거리로켓 2호 발사 실험도 2009년 4월 5일(4+5=9)로 겹 (9)를 맞추었고.

서울문화 평양문화 통일문화 책 상징수와 선호 숫자 소제목 한국에서의 상징 수와 선호 숫자에 관한 내용이 있습니다.

한강에 걸린 올림픽 대교는 탑의 기둥이 4개, 양쪽 12개씩 24개의 강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높이 88m이다. 이 숫자들은 우주 만물의 근원인 연월일시, 동서남북, 춘하추동을 상징하고 24회 올림픽을 상징한다. 꼼꼼하게 찾아보면 한국에서도 북한처럼 상징적인 숫자를 쓴 사상(事象)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상표에는 많이 보인다. 콘택 600, 3000리호 자전거는 낯익은 것이지만, 텐탈클리닉 2080, FOOD 24, 61클럽같이 새로운 것도 있다. 2080은 20개 치아를 80세까지 유지하는 것이고, 24는 24시간 영업, 61은 환갑세대 모임을 뜻한다. 그 밖에 식후 3분 후 하루 3번 칫솔질하자는 3 3 3 칫솔질 캠페인, 전화벨 3번 울리기 전에 받고 3분 안에 통화하고 상대방이 끊은 뒤 3초 뒤 수화기를 내리자는 3 3 3 전화 에티켓도 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도 남북한의 상징 수라든가, 선호 수가 어떤 것인지 그 세계를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북한에서 이름 짓기에 상징 수를 이용하는 예를 알아봅니다.

임채욱 선생: 네, 황해도 신천에 있는 박물관에는 ‘5605명 애국자묘’, ‘400 어린이 묘’가 있는데 이는 6.25전쟁 때 미군이 학살했다고 주장하는 사망자의 숫자이지요. 또 한가지 말해볼까요. 1999년 4월 중국 북경에서 북한 측 인사를 포함해서 중국, 러시아, 미국 등지의 친북 교역업자들이 한 경제단체를 만드는데 그 참가자 숫자는 88명이 되도록 조정했답니다. 이 88은 그 해가 주체 88년이라나요?

북한의 선호숫자를 알아볼까요?

임채욱 선생: 숫자 중에는 3을 좋아해서 선택하는 게 눈에 크게 띕니다. 3대 혁명, 3대 혁명역량, 3대 기술혁명, 3대 태양, 3 대만세, 조국통일 3대 헌장 등등이 보이지요. 처음부터 3대인 것도 있지만 3대를 맞춘 것도 있지요. 3대 혁명역량 같은 것을 보면 1950년대 후반까지는 대내혁명역량과 대남혁명역량 두 가지만 있었는데 1964년 2월 당 전원회의에서 국제혁명역량 강화를 추가해서 3대 혁명역량으로 만들었고 또 조국통일 3대 헌장이란 것은 7.4공동성명에서 말한 3대 원칙과 전 민족대단결 10대 강령, 그리고 고려 민주 연방제 통일방안을 한데 묶어서 1997년부터 조국통일 3대 헌장이라 부르고 있지요.

또 주체사상이란 것도 처음에는 그 논리적 기둥을 자주성과 창조성 두 가지에 두더니 뒤에 의식성을 추가해서 3차원에 입각한 논리로 정리해버렸죠. 그 밖에도 3대 수송방침, 3화 수송체계, 3색 춤 등 많지요.

1과 5와 9도 있습니다. 1은 하나이기 때문에 지도자 한 사람을 가리키고, 또 5는 꺾어지는 숫자라는 것 때문이지만, 9는 7월 27일 전승절 2, 7을 합하면 9가 되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해요.

장진성 탈북작가는 2013년 4월 자유아시아방송 프로그램에서 주체 조선의 지도자들인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이 3대 수령의 명맥을 이어온 숫자 ‘9’의 비밀에 대해 분석한 내용 함께 들어봅니다.
장진성: 김정일이 3남 중 막내인 20대 김정은을 후계자로 결심한 것이 그의 길운, 즉 생일인 1월 8일과 관련 있다는 것입니다. 통신원은 1월 8일을 합친 숫자가 '9'라며 김 씨 일가는 3대를 거쳐 숫자 '9'에 자신들의 운명은 물론, 국가정책 결정도 의존해 왔다는 것입니다. 북한 역사의 사건들을 추적해보니 거기에도 숫자 '9'의 비밀이 얽혀 있었습니다. 김정일은 김정은에게 세습의 첫 공개 직함인 조선인민군 대장 칭호를 2010년 9월 27일에 주었는데 이는 앞의 9와 뒤의 (2+7)를 합쳐 겹 '9'가 됩니다. 2012년 4월 11일 (1+2+4+1+1=9) 에는 조선노동당 제1비서로, 다음날인 2012년 4월 12일(2000년을 뜻하는 2+4+1+2=9)에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2012년 7월 18일에는 (2000년을 뜻하는 2+7=9 1+8=9) 겹 '9'를 맞춰 공화국 원수로 추대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장거리 로켓이나 핵 실험으로 공갈을 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예상 날짜를 김일성, 김정일 생일, 혹은 북한의 기념일을 전후로 계산해서 점쳤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은 국가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정책들도 숫자 9에 맞추었습니다. 장거리로켓 2호 발사 실험도 2009년 4월 5일(4+5=9)로 겹 (9)를 맞추었고, 장거리로켓 3호 발사 실험은 2012년 12월 12일 (1+2+1+2+1+2=9)로 똑같은 숫자를 합쳐 9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3차 핵 실험도 2013년 2월 12일 (1+3+2+1+2=9)에 감행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상징수 또는 선호숫자가 있을 텐데요.

임채욱 선생: 한국은 특별히 정치적인 이유로 상징 수가 생겼다든가, 선호숫자가 생긴 것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통적인 길 수를 그대로 좋아하는 편이지요. 굳이 상징 수를 찾는다면 88이겠죠. 1988년 서울에서 올림픽을 열었으니까요. 선호숫자를 알아볼까요? 한 연구자가 대학생 100명에게 좋아하는 숫자를 물었더니 7이 가장 많았고 다음이 3이었다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좋아했던 3보다 7이 선호되었다는 것은 얼른 생각하기에는 서양사람들의 7 선호를 따른 것일까도 싶지만, 우리 전통으로 7성을 찾고 7석 날을 안다면, 그리고 삼칠일이라든가 불교의 49재 의식을 안다면 7도 선호하는 숫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지요. 한국에서의 3은 당연히 선호하는 숫자가 되지요. 전통적으로 3은 길 수 즉 좋은 숫자로 돼 왔지요. 단군신화에서 환인, 환웅, 단군의 삼위일체라는 관념으로부터 좋은 숫자가 되었지요. 단군신화에서는 삼위 태백을 내려다보고 천부인 3개를 가지고 바람을 다스리는 신, 비를 내리게 하는 신, 구름을 몰고 다니는 신 셋을 데리고 땅으로 내려온다는 것 아닙니까? 출산 후 금줄을 칠 때도 고추 3개와 숯 3개를 꽂듯이 3을 찾지요. 삼신할머니께 빌 때도 초 3일에 빌고 밥과 국을 3그릇씩 떠다 놓고 치성을 올리는 것도 3을 선호하기 때문이지요. 불교에서 불보, 법보, 승보라 해서 3보를 중시하는 데서 3은 길 수이죠. 3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 있는데 천지인 3태극론과 관계가 있다는 주장, 이 거리 저 거리 각거리 하는 놀이에도 3은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3이 겹친 33도 선호하는 숫자죠. 33번 종을 치는 것이라든가 31운동 때 33인을 대표로 뽑은 것이든가 33을 찾는 것은 불교의 33천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겠죠.

일상생활에서 쓰여지는 것들도 설명해 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일상생활에서도 삼세번이라든가 중매 잘하면 술이 석 잔이라든가 장님 셋을 보면 그날 재수가 좋다고 말하는 것들이 다 3을 선호하는데서 나온 것이죠. 속담을 좀 더 볼까요? 부엉이가 새끼 3마리 낳으면 대풍이 든다, 정월 보름에 발을 3번 씻으면 일 년 동안 재수가 좋다, 이불 속에서 재채기를 3번 하면 운수가 대통한다, 등잔불 심지에서 불이 3갈래로 갈라지면 운수가 좋다, 오동나무 가지를 3번 자르고 기르면 집안에 좋은 자손이 태어난다, 혜성 별이 3번 지나는 것을 보고 아침에 식구들에게 말하면 명이 길어진다 등등이 있지요.

9도 전통에서는 길 수지요.

임채욱 선생: 9도 전통 숫자에서는 길수이죠. 9가 겹친 99도 길 수가 틀림없습니다. 9는 불탑을 3층, 5층, 7층, 9층으로 맞추듯이 홀수 숫자로 제일 높아서 9는 선호되었죠. 99는 신라 왕손 출신인 김교각 스님이 99세에 열반한 이래 아주 좋은 숫자로 됐죠. 그래서 불교에서는 동상을 세울 때도 99m짜리를 세우고 있지요.

홀수를 선호한다면 짝수는 기피되는 걸까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서쪽에는 2, 4, 8, 64처럼 짝수를 쓰는 농경문화가 발달하고 백두대간 동쪽에서는 3, 9, 81처럼 홀수를 쓰는 수렵문화가 발달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짝수는 2에서 4로 분화되고 4에서 8이 나오고 8은 64로 되지요. 바로 주역이 말하는 것인데 64란 수로 세상일을 점치는 것입니다.

홀수는 없는 것, 무(無)에서 하나가 나오고 하나는 셋으로 나뉘어 지고 이 셋이 각각 분화되어 아홉이 생겨나는 것을 이치로 하지요. 이 아홉은 분화가 완성되는 숫자인데 이것이 다시 81로 분화되면 우주적인 완성 수가 이뤄진다는 것이죠. 우리나라 천부경이란 책은 81자로 세상만사를 다 설명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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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