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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개성공단에 대한 남북한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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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개성공단 일대가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남한에서는 개성공단을 통일의 교두보로 필요하다는 사람도 있고 통일의 씨앗이 될 공간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있죠. / 매달 500~600만 개씩 보급되는 초코파이의 영향력, 자본주의 황색 바람의 진원지가 개성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취해진 조치다

백과사전 위키백과에 개성공업지구(開城工業地區, 영어: Kaesong Industrial Region, KIR)는 흔히 개성공단(開城工團)으로 불리며,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합작으로 추진하고 있는 북한의 경제특구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황해북도 개성시 남동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개발합의 당시에는 개성직할시 판문군 판문읍(봉동리)•삼봉리•전재리 지역이었는데, 개성공단 사업 직후 북한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개성공업지구와 판문점 인근이 개성시 관할이 되었습니다. 개성시의 도심 외곽에서 남동쪽으로 2 km ~ 6.5 km 사이에 위치하고, 군사분계선에서의 최단거리가 2.5km로 비무장지대에서 서쪽으로 고작 500m 떨어져 있으며, 그 규모가 개성시의 도심(都心) 면적을 능가한다고 했습니다.

개성공업지구 재원재단 사이트에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인력의 결합으로 민족 공동 번영의 새 역사를 쓴 개성공단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특구로서 맡은 바 그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남북한이 합의하여 개성시에 들어선 개성공단이 본격 가동한 지 올해로 10년입니다.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10년간 누적생산액이 29억 9,6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러한 생산액 증대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에 대해 남측의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회의적으로 보고 있기도 합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개성공단에 거는 남북한의 기대와 그 전망 등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알아봅니다.

임채욱 선생: 개성공단은 북한지역인 개성시 일대에 공단을 세우기로 한 남북한 합의에 따라 2003년 6월에 착공해서 이듬해의 기반시설이라든가 입주공장들을 완공하고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이 시작됐습니다. 현재 남측 기업체 120여 개가 입주해 있고, 북한근로자 5만 3,000명가량이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0년간 누적 생산액이 30억 달러에 가깝고 올 한해는 생산액이 5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요. 이 공단이 들어설 때 남쪽의 한 고위공직자는 남북한 간에 태어난 옥동자라고 했지만, 북한에서는 6.15 남북공동선언의 전취물이라고 말했지요. 어떻든 서로 다른 의도가 있었더라도 10년간 존속돼 온다는 것은 남북한 간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개성공단은 보다 확장하기로 한 계획대로 현재 되지 않고 있다고도 하는데요?

임채욱 선생: 개성공단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2000여 만평에 2000여 개 기업이 공장을 가동하도록 했지만, 현재는 1단계로 정한 100만 평에도 공장이 다 들어서지 않고 있지요. 100만 평의 한 40%가 되는 부지에 120여 개가 가동 중이지요. 정치적 일들 때문에 남북한 관계가 꼬여서 계획대로 못되고 있지요. 천안함 사건이라든가, 연평도 포격사건을 겪은 남쪽에서는 개성공단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주저하지요. 2008년 12월에는 남쪽에서 날아온 대북전단을 담은 풍선을 문제 삼아 출입을 제한하기도 했고 2년 전인 2013년에는 개성공단이 6개월가량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지요. 그래서 지난 8월에 북한이 서부전선에 포격했을 때도 개성공단의 남쪽 근로자가 걱정되었죠. 어떻든 정치상황에 영향받지 않고 경제논리대로 굴러가는 개성공단이 안돼서 안타깝지요.

남쪽과 북쪽의 다름을 실감하면서도 동질감을 확인하는 부분도 있을 것인데 이런 게 통일에 접근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을까요?

임채욱 선생: 개성공단이 일단 양쪽 사람들이 서로 이질성을 확인하는 공간은 틀림없지요. 사고방식, 생활방식의 차이를 넘어 이념적인 차이까지 서로 다른 것을 알게 되지만 또한 같은 것을 찾고 느낀 것도 많겠지요. 언젠가 남쪽 기업체 간부가 북쪽에서 만든 달력 한 장을 찢어서 휴지통에 넣었대요. 그 달력에는 김정일 건강을 축원하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는데 이걸 본 북한 근로자가 자기들 책임자에게 알렸고 전체 근로자가 모여 일하기를 거부하는 사건도 있었다는데 이런 것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차이이고 이질성이죠. 남쪽 입장에서 보면 지나간 달력 한 장 찢어버리는 일이지만 북한 근로자에겐 그게 아니란 것이죠. 또 개인적인 선물이 아니고 회사에서 주기로 한 물건을 받을 때는 고맙다는 생각이나 인사가 없다는 것도 다릅니다. 북한 근로자들은 배급을 받아왔기에 정해진 물품을 받을 때에는 받을 것을 받는다는 것이니 감사할 것이 없다는 사고방식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남쪽 기업인들은 대체로 공단이 서로를 알아가는 공간은 된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접촉하면서 서로를 알게 되고 가깝워지면 작은 통일이 이뤄진다고 보기도 하죠. 접촉은 변화를 가져오는데 북한 근로자들도 사고나 생활에서 이념적으로 저촉되지 않는다면 남쪽사람과 접촉하면서 얻은 방식들을 받아들이기도 하죠. 가령 남쪽 업체에서 생산하는 청바지에 대해 전혀 이해를 못 하던 것도 세계 사람들이 다 입는 옷이라는 관념을 알아간다든가, 자본주의를 알아가는 모습을 나타내는 현상도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제한적인 곳 한군데라서 이런 현상이 북한 전역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한 별 의미가 없는 것이기도 하죠. 이런 의미에서 개성공단을 기대감 속에 보려는 한국기업인들은 이런 공단이 여러 군데 생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하죠.

개성공단에서 남쪽 기업체가 북쪽 근로자들에게 제공하던 초코파이 대신 북한에서 만든 경단 설기라는 초코파이 대용품을 준다고 합니다.

임채욱 선생: 네. 개성공단의 남측 업체들은 공단이 가동하면서 북측 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초코파이를 제공했지요.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1~2개씩 제공되고 연장근무 때도 2개 이상 제공되니 한 사람이 한 달 받는 초코파이가 100개가 넘지요. 전체 근로자로 치면 연간 500~600만 개의 초코파이가 제공된다는 계산이지요. 이걸 공장 안에서 먹지 않고 집으로 가져간답니다. 그것은 퇴근 후 공장 쓰레기통에 초코파이 봉지가 거의 안 나왔다는 것 아닙니까. 문제는 그 포장지가 ‘남조선제’임을 알리고 있어서 북쪽 공단 당국은 곤혹스러울 수 있지요. 그래서 포장지에서 상표를 빼달라고 도 하고 중국생산품으로 바꿔달라고도 하다가 “우리 노동자들이 초코파이에 질렸다”면서 아예 현금으로 주면 어떻겠나 했다더군요.

상표를 빼기도 어렵고 제품에 일련번호를 넣어달라고도 하다가 안 되니까 자기들이 만든 ‘경단 설기’란 것을 제공하라고 했다는군요.

왜 그렇게 막아야 했는가요.

임채욱 선생: 초코파이가 개성공단 안에서만 소비된다면 문제 될 것도 없겠지만, 이걸 숨겨서 집으로 가져간다거나 할 때 암시장을 통해 북한 지역 온 데로 퍼져 나갈 수도 있을 것 아니겠어요? 달콤한 맛과 함께 자본주의 황색 바람이 불어서 물들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겠지요. 이렇게 안달하니 남쪽에서 북한으로 풍선을 날려 보내는 대북활동가들, 풍선으로 물건을 보내는 것을 물포라고 한다는데 이 물포를 보내는 사람들은 더더욱 초코파이를 넣어 보내고 싶겠지요. 초코파이는 라면이나 커피믹스와 더불어 노동자를 보호하는 물품이라 해서 ‘노보물자’로도 불린다는데 초코파이 대신 주는 경단 설기라도 많이만 주게 된다면 나쁠 것이야 없겠죠.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에서 기업지원부장을 지낸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는 지난 6월 11일 개성공단 내 북측 근로자에게 인기가 높았던 남한의 초코파이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북한판 초코파이인 ‘경단 설기’가 차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른바 ‘황색 바람’을 막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김진향 교수: 매달 500~600만 개씩 보급되는 초코파이의 영향력, 실제로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개성공단 인근 지역에 풀리는 그 시장성을 생각한다면, 남측 대한민국의 상표가 그대로 통용되는 영향을 간과하지 못할 겁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 황색 바람의 진원지가 개성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취해진 조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개성공단은 여전히 기대해도 되는 곳일까요?

임채욱 선생: 남한에서는 개성공단을 통일의 교두보로 필요하다는 사람도 있고 통일의 씨앗이 될 공간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있죠. 개성공단 남쪽 기업체 운영자 중에는 개성공단을 아주 긍정적으로 보면서 개성공단으로 인해 이익은 남한이 더 받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요. 북한에서도 개성공단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는 것은 김정일이 남쪽에서 투자를 많이 하도록 북한 근로자 임금을 당초 200달러로 제시한 것을 50달러로 낮추도록 했다는 데서도 나타난다고 하지요. 처음에 한국기업들은 북한근로자들 임금을 월 200달러 정도로 생각했는데 북한에서 김정일이 남한에 이득을 많이 줘야 더 많은 기업체들이 개성공단에 올 것이라면서 50달러로 하라고 한 것이죠. 그런데도 남쪽 기업체에서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다고 섭섭해했다고도 해요. 북한에서 개성공단을 단순히 경제협력 이상의 통일의 상징적인 곳으로 본다면 그곳이 일단은 경제논리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확실한 믿음을 줘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개성공단에 거는 한국의 기대를 더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정상적인 개성공단이 될 것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