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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남북한의 미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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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북한에서 열린 제13회 전국조선옷전시회.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 여성들은 재봉사들에게 수공 비로 중국 돈 200위안가량을 주고 한복을 지어 입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북한 상류층과 하류층의 생활비 차이는 6배가 난다고 합니다. 이것은 남한보다 더 심한 양극화라고 합니다.

2013년 이후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들 증언을 따르면 북한에서 인기상인은 상표 위조업자들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북한도 정품을 모방하여 만든 짝퉁이 주민들 속에 많이 유통된다고 했습니다. 한 탈북자는 한 때 북한에서 주민들을 열광시킨 남한 영화 '약속'에서 전도연이 입었던 옷이 북한여성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끌었으며, 2000년대 전반에 이 옷이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왔는데 비싼 값에 팔렸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여성들의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에도 당국이 간섭합니다. 그런데도 특수층이나 장사해서 돈을 번 돈주 여성들은 목걸이, 귀고리 등 온갖 장식품들로 치장 하고 외출합니다. 북한식 미의식에 따른 몸치장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 귀부인처럼 치장한다고 임채욱 선생도 지적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남북한 미의식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알아봅니다.

먼저 미의식을 쉽게 설명해 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미는 아름다움이기에 어떤 것에 아름다움을 느끼느냐 하는 것이 미의식이지요. 시 한 편 읊어볼까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한국 이형기 시인의 <낙화>라는 시인데요, 지는 꽃을 두고 삶과 존재에 관한 미의식을 나타내는 시라고 보겠습니다. 꽃은 미의식을 나타내는 아주 좋은 대상이지요. 하지만 꽃도 한국인은 진달래를 좋아한다면 일본사람은 벚꽃을 좋아한다든가, 또 장미나 라이락을 좋아하는 나라 사람들도 있다는 것 아닙니까? 아름다움도 여러 면에서 보기 때문에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를 다르게 갖지요. 즉 미적 가치를 다르게 갖는다는 것인데 사람마다 다르고 나라마다 다르고 민족마다 다르지요. 한 사람이 선택하는 옷의 색깔, 한 나라에서 유행하는 머리 모양도 미의식의 반영이라 하지요. 미의식은 일상생활에서 예술작품에 이르기까지 인간사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데, 특히 심미성을 추구하는 예술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고 하겠습니다.

미의식이 다르게 나타나는 다른 사례가 있으면 들어 주시죠.

임채욱 선생: 여기에서 미의식이 다르게 나타나는 모습을 실제로 한 번 보겠습니다. 우리조상들이 지은 시조를 분석해본 결과 가장 많이 나오는 꽃이 복숭아 꽃, 다음이 매화, 다음이 국화, 배꽃 순으로 된다고 하는데요, 북한에서는 의외로 매화를 아주 나쁜 꽃으로 보는 사례가 있었죠. 남쪽 감옥에 있다가 1992년에 북송된 이인모는 자기 수기에서 진달래와 개나리는 자기의 충성심을 뒷받침하는데 매화는 남 먼저 피는 것이 밉다는 말을 합니다. 이는 미의식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북한의 미의식이 나타나는 모습이나 현상들도 살펴 봐 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미의식은 여성의 옷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 게 아닐까요? 1970년대까지 북한에서는 여성들에게 짧은 치마를 입기를 강조했는데 1980년대가 되면 긴치마를 입어야 민족정서에 맞는다고 했지요. 짧은 치마를 입고 활동을 편하게 하라고 강조하던 것에서 바뀐 것이죠. 바뀐 것은 비단 치마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옷차림, 머리단장에 이르기까지 많지요. 김정일은 “옷차림은 다양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민들이 여러 가지 색깔과 형식으로 옷을 다양하게 해 입으면 거리가 더 환해질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데 김일성도 거듭니다. “여성들이 소매 없는 옷과 앞가슴이 많이 파인 옷을 입고 대담한 노출을 한다고 해서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지요. 이렇게 말하는 김일성도 1970년대에는 옷을 다양하게 입기보다 깨끗하게 입어라고 강조했지요.

치마저고리를 자주 입어야 하는 북한 여성들이 한국에서 생산된 옷감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 복수의 대북무역업자들과 중국에 나온 북한 주민들이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정영 기자의 보도 잠시 들어봅니다.

정영 기자: 중국 요녕성 지방에서 도매업에 종사하는 한 대북무역업자는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무역주재원들과 사사여행자들이 한국산 한복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수소문하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면서 “심양과 단동을 비롯한 도시에는 한국에서 한복재료만을 전문 들여다 파는 매점도 생겨났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 무역업자에 따르면 북한 사람들이 찾는 한복 옷감의 가격대는 한 벌감에 인민폐 1,000~ 2,000위안대인데, 재포, 즉 북한에 거주하는 재일동포들이 요구하는 일본산 한복 옷감은 중국 돈 4천~5천 위안짜리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북한으로 들여간 한복 재료는 북한 장마당 등지에서 팔리는데, 북한 여성들은 재봉사들에게 수공 비로 중국 돈 200위안가량을 주고 한복을 지어 입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여성들은 결혼식 때는 남한의 여성과 달리 드레스를 입지 않고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으며, 결혼식 후에는 치마저고리를 행사용으로 입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밖에 생활면에서 나타나는 미의식은 요.

임채욱 선생: 평양에서 관상용 금붕어 상점이 나타난 것은 1992년 12월입니다. 물론 이보다 앞서서 평양거리에 금붕어 장사도 있었고 회의장이나 사무실 응접 테이블에도 어항이 보였죠. 하지만 1990년대가 되면 공공장소뿐 아니라 일반가정에서도 금붕어를 기르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이는 금붕어 기르기가 보편화되었다는 것을 말하죠. 가정에서 이처럼 금붕어를 기른다는 것은 여유도 있거니와 미적 정서도 생겼다는 것을 말합니다. 앞에서 꽃은 미의식을 나타내는 좋은 대상이라 했는데 북한에서는 꽃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이 있지요. 바로 북한 가수가 부르는 노래 <뱃노래> 중에서 나오는 이런 것이지요. “꽃이야 곱다면 얼마나 고우랴, 일 잘하는 우리 님 제일 곱더라 어그여차” 또 이런 시 구절도 있습니다. “내 가슴엔 반짝이는 브로치가 필요치 않다.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이 내 건설 장에서 쓰는 머릿수건이 나를 아름다운 처녀로 세워주거니” 지금 말한 이 두 구절도 노동에 가치를 부여한 것이지요. 이처럼 북한에선 노동, 조국애, 강한 것들을 아름다움의 대상이 삼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의식이 공산주의식 미의식을 벗어났다는 말도 있는데요.

임채욱 선생: 북한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김정일이 주도하여 종전의 마르크스 레닌주의 미학과는 다른 주체미학을 정립했다고 말합니다. 주체미학은 한 마디로 주체철학의 논리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미의식을 갖게 대상으로 자연보다는 사회, 사회보다는 사람으로 정식화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무리 대단해도 사회적 성격과 무관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이고 사회생활에서 아름다운 행동이나 뜻있는 생산물이라도 사람의 사상의식과 관계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오직 고상한 사상과 정신을 가진 사람만이 아름다운 인간일 수 있기에 사람 이상 아름다운 것이 없다는 주장을 합니다.

남북한 미의식의 차이가 가져오는 문제점도 짚어 봅니다.

임채욱 선생: 1990년대 남한 가수들이 평양에서 공연할 때 북한관중들은 박수를 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북한 인사들은 자기들의 정서에 맞지도 않은 노래를 하고 만담을 했지만 인사치레로 박수를 쳤다고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남쪽에서 애창되는 노래 <그리운 금강산>에 대해서 북한사람들은 창법이 오그라드는 것이어서 우리 민족의 정서에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고 혹평을 합니다. 그밖에 남쪽의 반소설, 전위영화, 추상예술, 전자음악을 두고 병적인 미의식의 발로라고 말하죠.

사실 미의식의 차이가 크다면 크다고 보겠지요. 하지만 북한에서도 한없이 넓은 대지보다 맑은 시내물이 흐르는 냇가의 오붓한 마을이 더 미적인 것으로 느끼며 음악의 선율도 시끄러운 것보다 우아한 것을 선택하려는 면이 있지요. 또 북한에서 일 잘하는 것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이건 북한만이 가진 미의식이 아니지요. 다만 북한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좀 더 강조되고 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차이가 없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미의식의 공통성을 찾기는 여전히 어려운 것 같아요. 노동에 대한 헌신과 열성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쯤이야 이해가 되지만 수령에 대한 끝없는 충실성이 최고의 아름다움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야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앞으로 자주자주 교류하는 과정에서 수렴해가야겠지요.

북한에서도 평양과 지방의 생활상 차이가 크다고 하는데 미의식에도 차이가 있을까?

임채욱 선생: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북한 상류층과 하류층의 생활비 차이는 6배가 난다고 합니다. 이것은 남한보다 더 심한 양극화라고 합니다. 이에 따른 옷차림이나 먹는 것, 가구 갖추기 등에서 차이가 나고 미의식에서도 완연하게 차이가 생길 것입니다. 사람이 허덕이던 생활에서 벗어나면서 의식주에 여유가 생기면 자연히 아름다움에 관심을 기울이게 마련인데 평양과 지방은 아직 차이가 많지요.

보편적으로 노동,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 강한 것을 아름다움이라고 보는 북한에서 지방에선 아직 그런 미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평양에 사는 상류층 사람들은 노동보다는 안락한 삶,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에 앞서 자기 가족챙기기, 강한 것보다는 부드러움을 선호하게 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이러한 차이가 오히려 통일에 도움이 될지 방해요소가 될지 잘 살펴볼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람의 본성이란 면에서 북한의 상류계층이나 하류계층이나 같을 것이니 이를 바탕으로 한 미의식의 공통성을 찾아보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