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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남북한의 백과사전 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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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고은 이사장이 중간보고회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겨레말 큰 사전’은 2019년에 편찬사업을 끝낸다는 계획으로 2006년부터 시작된 큰 사업으로 남북한의 서로 달라진 어휘 33만여 개가 실릴 것으로 계획돼 /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은 결국 민족어를 보존하고 가꾸는 작업으로 우리 겨레의 얼과 문화를 지키고 보존.

백과사전 위키백과에 백과사전(百科事典)은 학문, 기술, 예술 등 자연과 인간의 모든 활동에 관한 다방면의 지식을 수집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의 백과사전들은 '교육'과 '참고' 모두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남한 연합뉴스는 ‘겨레말큰사전 남북 공동편찬회의’가 지난 10 월12일부터 19일까지 남북언어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금강산에서 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남한 통일부도 남측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관계자 38명이 겨레말큰사전 편찬회의 참석을 위해 방북했다면서 겨레말큰사전에 실릴 낱말은 총 33만여 개로, 남북 편찬위원회는 편찬회의 열릴 때마다 겨레말큰사전에 수록될 단어의 뜻을 검토해 2019년까지 사전 편찬 사업을 마무리하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그럼 여기서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김학묵 사무처장의 이야기 함께 듣습니다.

김학묵: 흔히 언어는 정신과 문화를 담고 있다고 말합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은 결국 민족어를 보존하고 가꾸는 작업으로 우리 겨레의 얼과 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는 의미도 크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개성 만월대에서 남북한 학자 수십 명이 고려 유물을 공동발굴하고 있듯이 10년째 ‘겨레말 큰 사전’을 발간하려는 남북국어학자들의 편찬작업도 계속되고 있는데, 인문지리 백과사전으로 ‘조선향토대백과’라는 책은 이미 남북한이 공동으로 이미 발간된 바 있습니다. 이제 남북한이 시야를 좀 더 넓혀 민족문화라는 관점에서 백과사전을 공동으로 편찬한다면 어떨까 하는 의미에서 ‘남북한의 백과사전 편찬’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알아봅니다.

그럼 먼저 현재 진행 중인 ‘겨레말 큰사전’에 대해 소개해 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겨레말 큰 사전’은 2019년에 편찬사업을 끝낸다는 계획으로 2006년부터 시작된 큰 사업으로 남북한의 서로 달라진 어휘 33만여 개가 실릴 것으로 계획돼 있습니다. 마침 10월 중순 남북한 편찬관계자가 금강산 지역에서 만나서 편찬회의를 했다고 합니다. 남쪽관계자는 38명이 참석했다는군요. 이 자리에서 남북한 학자들은 그동안 집필한 자료들을 함께 검토한 것이죠. 그간 남북한 간의 편찬회의는 중국과 평양, 개성, 금강산 등에서 열렸는데 천안함 폭침 후 중단됐다가 작년 7월에 다시 시작되었지요. 올해는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 회의인데 이번에 검토할 어휘만 해도 2만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어휘사전 원고는 ‘아’ 다르고 ‘어’ 다르기 때문에 집필도 힘들고 검토도 신중해야 하겠지요. 그만큼 노고가 큽니다.

『조선향토대백과』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시죠.

임채욱 선생: 네. 이 사전은 역사지리 사전이라 할 것인데 서울에 있는 평화연구소가 발간했습니다. 발간하게 된 경위는 중국에 있는 조선민족문화연구소가 북한의 과학백과사전출판사와 다리를 놓아 원고 집필은 북한학자들이 하고 발간은 한국 평화연구소가 맡은 거죠. 규모는 표제어, 그러니까 사전항목은 35만 항목이고 20권으로 발간됐어요. 이 사전은 당초 북한에서 1966년부터 1990년대 말까지 30년 이상, 1000여 명이 동원돼서 북한 전 지역을 훑으며 조사하고 집필한 원고를 남쪽의 평화연구소가 발간을 약속하면서 원고를 받아서 2005년에 발간한 것이죠. 사진이나 도판은 최신의 것을 넣어 북한의 지역별 향토역사, 지리에서 풍속, 관습, 의식주에 이르는 생활상까지 온갖 인문지리적 사항이 수록돼 있지요. 가히 남북교류사업의 모범이라 할 만하죠.

‘조선향토대백과’ 경우처럼 남북한이 민족문화를 바탕한 백과사전을 공동으로 편찬할 수 있는지요.

임채욱 선생: 백과사전은 국어사전이나 역사지리 사전과는 또 다른 성격이어서 쉽게 성사되기는 어렵겠지요. 왜냐하면, 정치제도, 경제제도, 사상, 규범, 학문, 예술, 종교 등 모든 것이 포괄돼야 하기 때문에 집필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많을 수 있지요. 하지만 서로가 상대방의 편찬경험을 배우고 나누는 것이야 가능하니까 각자 만들어서라도 교환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백과사전이야 이미 편찬된 것이 남이나 북에 다 있는 것 아닙니까, 지금까지 만들어진 사전도 소개해 주시죠.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지금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이라고 이름을 바꿨습니다만 거기서 만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27권짜리로 1991년 말에 완간되었지요. 이 사전은 무엇보다 민족문화만을 내용으로 한 세계 최초의 사전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쉽게 말해서 1957년에 소련이 쏘아 올린 스프트니크 같이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민족과 직접 관계가 없는 것은 항목으로 선정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왜 민족문화만인가? 광복 후 한국에서 나온 백과사전은 1958년 학원사에서 6권으로 낸 ‘대백과사전’이 최초이고 1983년 동아출판사에서 30권짜리로 낸 ‘동아원색세계대백과사전’등 몇 종류가 나왔지요. 그러나 이런 사전에서 우리나라 전통을 이어주는 문화내용이 너무나 소략했다는 것에 대한 반성으로 민족문화에 관계되는 모든 것을 실었지요. 그래서 이 사전을 보면 웃음에도 우리나라만의 특색을 찾을 수 있고 민족적 자긍심을 높여주는 내용을 많이 수록했지요.

북한의 백과사전 편찬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북한의 대표적인 백과사전은 백과사전출판사에서 나온 『조선대백과사전』30권입니다. 이 사전 제1권은 1995년 10월에 발간되고 마지막 제30권이 2001년 12월에 나왔으니 만 6년만에 완간되었지요. 국배판 650~680페이지 분량으로 중항목을 위주로 하면서 소항목과 대항목을 배합하여 10만여 항목을 수록하였는데 항목배열은 북한식 한글자모순에 따랐고 마지막 30권은 총 색인으로 편찬돼 있습니다. 편찬내용을 대강 보면 북한에서 일어난 사항을 주로 하면서 일부 남한 사항과 세계 각국 사항을 망라했으며 역사, 문화, 자연, 풍속, 지리, 전설, 인물, 최신과학기술 자료들도 수록했습니다. 삽화와 사진 자료도 2만 5000점을 수록했고 고등중학 졸업 정도 지식을 가지면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남한과 북한에 대한 항목선정이나 서술상의 특징도 짚어주시죠.

임채욱 선생: 서울에서 나온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분단된 뒤 북한에서 나온 모든 문화적 소산물도 민족문화의 창조물로 수용된다는 인식 아래 민족사적 정통성을 훼손시키지 않고 민족 공통성 유지와 민족동질성 회복에 긍정적이며 우상화나 체제 과시를 하려고 억지로 날조하지 않은 것이면 모두 항목으로 뽑았다고 합니다. 이는 한마디로 북한은 분명히 화합과 구제의 대상이지 증오와 파괴의 대상은 아니다라는 이념이 깔린 거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반면에 북한 ‘조선대백과사전’에서는 전통시대 문화내용이더라도 남쪽에 있는 것은 서술을 간단히 하고 있는데, 가령 평양에 있는 대동문을 자세히 설명한다면 서울에 있는 남대문은 간단히 한다는 것이죠. 뿐만아니라 객관적으로 서술하면 될 부분에서도 굳이 비난조가 많다는 것입니다. 평양시 주민들의 물질생활을 서술하는 도중에 난데없이 서울을 끌어들여 서울은 “유해가스가 허용기준량의 3~4배, 지어 10배 이상에 달하며”라고 하고 있지요. 그러나 1970년대 나온 ‘백과사전’에 비해서는 훨씬 표현이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1970년대 ‘백과사전’을 보면 “미제와 괴뢰도당이 새 전쟁준비에 피눈이 되어 날뛰면서 만든 서울 부산 사이 군용 고속도로는 대구에서 이 군을 거쳐 영천에 이른다”라고 하는 식으로 객관적인 서술이 아니라 무슨 꼬투리를 잡을 듯이 불필요하게 비난하던 것에 비하면 크게 달라졌습니다. 그런 것을 여러 곳에서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백과사전인 영국의 브리태니카 백과사전도 얼마 전부터는 종이책으로는 발간하지 않고 전자사전으로 나온다는데 남북한 백과사전도 그러한 추세를 따르고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네, 당연하지요. 북한에서 ‘조선대백과사전’이 완간 되려던 무렵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초판본을 대대적으로 수정 보완해서 총 7만 항목에 원고지 45만 장 분량으로 된 책을 CD-ROM 6장으로 완전 디지털화를 끝냈지요. 이 디지털 사전에는 인물의 경우 생전의 육성을 들을 수 있고 음악이나 극에서 연주소리, 연기를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북한에서도 2002년 5월 ‘조선대백과사전’ 발간을 총화하는 회의를 열고 사전출간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표창을 하고 학위도 주는 행사를 벌였는데 이 자리에서 조선콤퓨터센터와 백과사전출판사가 공동으로 전자출판물 즉 CD로도 제작할 것을 결정했으니까 이제는 그 결과물을 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디 백과사전 같은 거창한 편찬사업에는 더할 수 없이 완벽한 것은 있기 어려운 것입니다. 내용상의 오류라든가 편집상의 실수도 많이 드러나지요. 이러한 뜻에서 다른 남북한 공동작업 경험처럼 남북한의 백과사전 편찬관계자들이 편찬경험을 교환하는 자리라도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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