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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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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5일 서울 갈현동 선정관광고등학교에서 열린 제2회 남북교사와 함께하는 스승의 날 행사에서 북한에서 교사를 하다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최하영씨가 통일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아리랑은 그야말로 우리민족을 상징하는 민요이고 우리가 먹는 쌀과 같은 존재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요이죠.

한국의 연합뉴스는 지난 3월 ‘아리랑은 한민족 소통의 중심…체계적 연구 절실’ 제목의 보도에서 전 세계 아리랑 네트워크 구축에 앞장서는 진용선 소장을 소개했습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민족의 '아리랑' 연구에 25년째 몰두해온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 소장은 국내보다 동포사회에 더 알려진 유명 인사라면서 러시아와 CIS (독립 국가 연합)의 고려인, 중국의 조선족, 재일동포 등 해외에서 아리랑을 계승 발전시켜온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조사하고 채록했고, 자료집과 연구서 등을 발간해 국내외에 알려왔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중국 조선족의 아리랑 시선집 '아리랑은 민족혼'을 발간한 그는 아리랑은 1860년대 중국과 러시아로 건너가면서 시작된 한민족 이주사에서 150여 년의 세월 동안 다양한 꽃을 피우며 동포들의 삶을 위로해왔다"면서 "아리랑이 있는 곳에 한민족이 있고 한민족이 있는 곳에 아리랑이 있을 정도로 변하지 않는 민족의 노래"라고 소개했습니다.

한국 박근혜 대통령이 멕시코를 방문하면서 수도인 멕시코시티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의 공연이 있었는데요, 케이 팝과 태권도로 구성된 무대였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 박 대통령도 함께 했는데 무엇보다 우리 전통민요 <아리랑>이 연주될 때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동포들은 한없는 감동에 사로잡혔겠지요.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멕시코에 울려 퍼진 아리랑 노래를 계기로 남북한에 살아 있는 <아리랑>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네 박 대통령은 이 공연을 관람한 뒤 “오늘같이 문화를 통해 두 나라가 소통하고 하나 되는 기회가 되도록 노력하자”라고 말했지요. 더욱이 우리 전통민요 <아리랑>이 연주돼서 뜻이 있지요. 아리랑은 그야말로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민요이고 우리가 먹는 쌀과 같은 존재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요이죠. 이런 민요를 타국에서 듣는다는 것은 감개무량한 분위기에 싸이게 하죠. 한마디로 <아리랑>은 우리민족의 원초적인 정서를 이끌어내는 애환을 노래하고 있죠.

그 애환을 몇 가지만 소개하신다면?

임채욱 선생: 세 가지만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만주 땅에서 일본군 토벌대를 안내하던 조선 노인이 어느 산모퉁이를 지나자 <아리랑>을 큰 소리로 불렀습니다. 이 때 독립군들이 몰려왔고 일본군 토벌대는 그 자리에서 섬멸됐지요. 하지만 그 노인은 분개한 일본군에 의해 그 자리에서 사살됐지요. 또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의 이런 증언도 있지요. 필립핀에 있던 할머니는 “우린 그때 <아리랑>을 부르며 살았지. 그놈들이 괴롭히고 욕되게 할 때도 나지막하게 <아리랑>을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만 더 하지요. 일본이 전쟁에서 진 후 일본 도시 암흑가를 조선사람들이 지배한다고 할 때인데 조직 간 암투가 심해서 서로 상대방을 타도하려는 가운데 타도대상이 <아리랑>가락에 손장단을 맞추는 것을 보고는 같은 조선사람이라는 생각에 차마 해치지 못했다는 실화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새삼 아리랑의 발생 연원이라든가 의미를 찾을 겨를은 없습니다만 아리랑은 남북한에서 민족공통의 유산으로 다 같이 애호함으로써 민족 동질성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네 그래서 아리랑은 2015년 유네스코에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가 됐지요. 북한에서도 아리랑을 민족유산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요. 북한은 문화유산을 대체로 3범주로 나눠 평가하는데 반드시 보존해야 할 것, 보존은 하되 장려는 하지 않는 것, 아예 없애버릴 것으로 분류하고 있지요. 아리랑은 반드시 보존해야 할 것으로 평가되지요. 김정일도 아리랑에는 고유한 민족적 정서가 담겨져 있다고 보면서 아리랑처럼 가치 있는 민요는 더욱 아름답게 꽃피워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지요.

남북한에서 광복 이후 새로 나온 아리랑도 많지요?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아리랑은 나운규가 주연으로 나온 아리랑 영화에 나오는 아리랑 민요이지만 지역마다 다르고 성격마다 다른 아리랑은 아주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아리랑은 지역적으로 분포범위가 넓고 시대적으로도 전통민요에서 신민요로 그리고 대중가요로 흘러와서 그 변주가 아주 크지요. 전통민요로서의 아리랑은 강원도 일대에 널리 퍼져있는 정선아리랑, 호남지역의 진도아리랑, 영남지역의 밀양아리랑을 대체로 3대아리랑이라 하지요. 그다음 경기아리랑 또는 서울 아리랑으로 불려지는 신민요 아리랑은 누군가가 전통민요 내용을 좀 윤색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가요로서 작품화된 아리랑은 광복 후 남한이나 북한이나 할 것 없이 많은 변형된 것들이 선보이고 있지요.

북한의 새로운 아리랑 작품들을 소개하신다면?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는 아리랑을 시대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발전시키라는 김정일 말을 따라 여러 가지 나왔는데 <통일아리랑>, <강성부흥아리랑>, <군민아리랑>, <철령아리랑>, <간삼봉에 울린 아리랑>, <행복의 아리랑> 등등이 있지요. 그런데 <통일아리랑>은 남쪽에서도 같은 제목의 아리랑이 있지요.

<통일 아리랑>이란 제목의 남북 아리랑을 소개해 주시죠.

임채욱 선생: 네, 남한의 <통일아리랑>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통일의 염원이 담긴 가사들만 보면 이렇습니다.

1. 백두산 꼭대기야 깃발을 꽂고
남북에 통일을 고대하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1. 백두산 해무리 남으로 오고
한라산 달무리 북으로 가네

1. 고개 넘어 북녘땅도 우리 땅이요
고개 넘어 남쪽땅도 우리 땅일세

1. 팔 걷어 부치고 백두산 넘고
두 발로 쾅쾅쾅 한라산 넘세

1. 국토는 하난데 나라는 둘이냐
우리는 한겨레 통일이여 오라

1.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노래로 풀어나 보세

1. 남한에도 아리랑 북한에도 아리랑
아리랑은 이 나라의 통일의 노래

후렴은 대개 서울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를 부치거나 밀양아리랑 “아리덩덕쿵 쓰리덩덕쿵 아라리요 아리랑 어절씨구 아라리가 났네“를 부칩니다.

다음 북한의 <통일아리랑>을 소개하겠습니다. 박두천 작사 김운룡 작곡으로 1998년에 나온 것입니다.

1. 헤어져 얼마냐 아리랑 아리랑
반세기 아픔이 가슴친다 가슴친다
(후렴)

아리랑 아리랑 통일의 아리랑
삼천리 내나라 삼천리 내나라 통일아리랑

2. 이대론 못참아 아리랑 아리랑
장벽을 부시고 하나되자 하나되자

3. 온 겨레 손을 잡고 아리랑 아리랑
자주의 새날을 앞당기자 앞당기자

이 <통일아리랑>은 밝고 씩씩하면서도 낭만적인 정서로 부른다고 합니다.

앞에서 아리랑은 민족동질성의 상징으로 된다고 했는데 실제 남북한이 시드니 올림픽 때 공동으로 입장할 때 국가대신 <아리랑>이 연주됐지요?

임채욱 선생: 네 그 때 <아리랑> 연주 속에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입장했지요. 이보다 앞서 북경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아리랑>을 단일팀 국가로 합의를 봤지요. 단일팀 구성은 안됐지만... 이보다 앞서 1963년 1월 스위스 로잔에서 동경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위한 회담을 할 때 국기문제라든가 선수선발 문제에선 견해가 일치되지 못했지만 국가만은 아리랑으로 쉽게 합의를 본바 있지요. 이건 뭐를 말하느냐하면 그만큼 <아리랑>은 남북한에서 다 같이 사랑하는 노래라는 것이지요. 더욱이 북한에선 아리랑이 지난날처럼 피눈물 흘리면서 부르던 노래가 아니라 행복과 기쁨의 <아리랑>으로 부른다는 긍정적인 관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점에선 남북한이 다르지 않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