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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 책 발간과 저작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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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책드림 날' 행사에서 시민들이 책과 장미를 무료로 받아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책 발간을 양적으로 비교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겠습니다만 통계 숫치로만 보면 한국은 북한에 비해 엄청나게 격차를 벌리고 있지요. / 제가 북한에 있는 동안 전 세계에서 450여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유네스코는 1995년 제28차 총회에서 매년 4월 23일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World Book and Copyright Day)로 제정하고 이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독서와 출판사업을 장려하고 저작권제도의 확립을 통해 지적 소유권을 보장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오늘날 인터넷, TV 등 여러 대안 매체의 발달로 인하여 독서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식 표현 대화의 수단으로서 책이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유네스코는 평화의 문화 관용 문화간 대화를 증진하기 위한 책과 저작권의 역할을 강조하는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4월 23일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을 맞아 통일문화산책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남북한 책 발간과 저작권 문제’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책의 날은 어떻게 제정됐는지요?

임채욱 선생: 제가 알기로는 4월 23일이 영국의 세계적인 문호인 셰익스피어가 눈을 감은 날이고 또 스페인의 문호 세르반테스가 눈을 감은 날이기도 하답니다. 그래서 두 문호를 기리는 뜻으로 제정되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스페인 카탈루나 지방에서 열리는 ‘세인트 조지의 날’ 축제에서 유래됐다는 것입니다. 이 지방에선 이날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풍속이 있어서 이날을 축제일로 맞이한다는 것입니다. 마침 이날이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죽은 날이기도 해서 이날로 정해졌다고 하지요.

유네스코는 1995년에 책의 날을 정하고 이듬해부터 세계 각국에서 기념행사를 하게 되는데 세계 80여 개 나라에서 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한국도 물론 책의 날 행사를 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책의 날에는 세계 책의 수도도 정하는데 작년에는 인천이 책의 수도로 정해졌지요?

임채욱 선생: 네, 세계 책의 날 행사를 보다 다양하게 치르려는 목적에서 2001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해서 매년 ‘세계 책의 수도’를 선정하는데 2015년에는 우리나라 인천광역시가 선정됐지요. 인천이 선정된 것은 세계적인 보물인 ‘팔만대장경’이 간행된 강화가 인천에 속하고 있기에 그렇게 된 것이지요. 인천이 선정된 것은 세계에서 15번째, 아시아에서 3번째니까 아주 영광스런 일이라고 봐야지요.

책의 날은 정확히 말하면 책과 저작권을 위한 날인데, 먼저 남북한 책 발간에서 양적 비교를 한다면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책 발간을 양적으로 비교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겠습니다만 통계 숫치로만 보면 한국은 북한에 비해 엄청나게 격차를 벌리고 있지요. 한국에선 한 해 4만 종 이상 1억 권을 발행하고 있으니 대단한 숫치지요. 북한은 통계를 내놓지 않습니다만 남한의 10분의 1이 되지도 못할 것 같습니다.

책의 날은 책을 발간하는 출판과도 관계가 깊지만, 책을 소장하고 자료를 제공하는 도서관과도 연관이 있어 매년 각종 도서관에서 행사를 많이 하지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책의 날 기념은 우리나라에서는 출판계보다 도서관 위주로 하고 있지요. 한국의 공공도서관은 현재 많이 늘어났지만 2018년까지는 1,100개를 목표로 건립할 예정입니다.

한국 국립중앙도서관은 작년에 장서 1천만 권을 넘겼다고 하지요?

임채욱 선생: 네, 작년 5월 소장도서가 1천만 권을 넘어섰지요. 1천만 권을 깔아놓는다면 235킬로미터로 대략 서울에서 김천까지의 거리에 해당하죠.

북한의 도서관은 어떻습니까. 대표적인 도서관이랄 수 있는 인민대학습당도 규모가 아주 크다고 하지요?

임채욱 선생: 규모로 말하자면 서울 국립중앙도서관보다 더 크지요. 평양 중심부에 있는데 장서소장 능력도 3000만 권을 소장할 수 있는 서고를 가졌다니 대단한 규모지요. 거기다가 자기들 말로는 현재 한 2,700여만 권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만 해도 서울 중앙도서관을 능가하는 수치이지요. 6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에 하루 이용자가 만 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이용자가 많다는 것은 인민대학습당이 도서관 기능 못지않게 교육기능도 수행하기 때문이지요. 외국어나 과학기술, 주체사상에 이르기까지 각종 강습이나 강좌가 일 년 열두 달 열리고 있지요.

‘책의 날’이 저작권을 위한 날이기도 한데 현재 남북한 간에는 저작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요?

임채욱 선생: 한 20년 전인가, 1999년쯤인데 북한 조선음악가동맹 중앙위원회 명의로 월북음악가 작품들이 남한에서 도용되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한 일이 있지요. 그 사례로 조명암이란 사람을 제일 앞에 내세웠는데, 이 사람이 작곡한 <알뜰한 당신> 등 500여 곡이 남한에서 보상도 없이 도용돼서 불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박영호란 사람의 <번지 없는 주막> 등 108곡을 비롯해서 이면상, 김해송, 이규남, 채규엽, 선우일선, 박창림 등이 작곡하고 부른 것을 모두 합치면 1,000여 곡이 넘는데 이런 곡들을 파렴치하게 왜곡하면서 도용하고 있다고 말했지요. 그리고는 해당 당사자들과 가족들에게 보상도 없었다고 말했지요. 말하자면 저작권료 내놓으라는 것이지요. 이 성명 발표 후 실제로 조명암의 부인 김관보란 여자가 보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지요. 김관보도 북한의 작가이죠.

앞으로 남북한 저작권관계 합의도 필요한 사항이 되겠네요.

임채욱 선생: 음악뿐 아니라 예술작품, 학술논문 등에서 남의 것을 도용한 사례가 많이 나타날 것이고 이런 문제는 앞으로 남북한 교류라든가, 공동창작 등의 많은 부분에서 일어날 소지가 크지요. 일단 1992년 9월 남북한 간에 합의한 남북교류 · 협력 분야 부속합의서에 저작권에 대해서 제도적 장치를 어느 정도 마련해 둔 바 있어서 여기에 근거해서 처리할 수 있겠지요. 이 합의서 9조 5항에 “남과 북은 쌍방이 합의하여 정한 데 따라 상대 측이 각종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대체적인 합의 문구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개별 사안에 따라 현명하게 처리해 가는 것이 중요하고 보다 정교한 처리방침이 마련돼야겠지요.

세계 책의 날과 관련한 소식으로 북한에 최장기 억류됐던 미국인 케네스 배 씨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오는 5월 초 출간될 예정인데요. 지난 3월 하순 양희정 기자가 취재한 내용 함께 듣습니다.

양희정 기자: 케네스 배 씨의 책을 출판하는 하퍼콜린스사(Harper Collins Publishers, W Publishing Group)는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의 책 ‘잊혀지지 않은(Not Forgotten)’이 오는 5월 3일 발간된다고 밝혔습니다.

하퍼콜린스사는 자체 웹사이트에 자신을 잊지 않고 전 세계에서 편지를 보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배 씨의 동영상을 소개했습니다.

: 제가 북한에 있는 동안 전 세계에서 450여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들은 제가 잊혀지지 않았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배 씨는 그러면서 ‘나의 북한 구금의 진실된 이야기(The True Story of My Imprisonment in North Korea)’라는 부제가 붙은 책을 통해 자신의 이름만 알고 억류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알지 못하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말해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의 책 홍보를 담당하는 출판사 관계자는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배 씨가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프레드릭 오토 웜비어 씨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곧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출판사는 배 씨 석방 1주년을 맞은 지난해 11월 배 씨가 북한 당국에 의해 체포∙구금된 모든 이야기를 올 봄 책을 통해 처음으로 밝힐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출판사는 미국 시민권자 배 씨가 북한 주민을 돕겠다는 열정 때문에 중국으로 이주해 북한 관광 안내를 시작한 지 6년 만에 억류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배 씨가 본의 아니게 소지한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 때문에 북중 국경 세관에서 체포돼 평양으로 이송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출판사 측은 또 배 씨가 처음 체포됐을 때부터 석방, 그리고 석방 후까지 북한 주민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잊혀지지 않은’이라는 책 제목은 배 씨가 어려운 북한 주민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과 위험한 북한이라는 나라에 그를 보낸 신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배 씨의 신앙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출판사는 그러면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두꺼운 장막에 덮인 나라를 돌아보고 그 안에 사는 주민의 일상을 경험하고 전체주의 국가의 실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배 씨는 2012년 11월 입북해 ‘반공화국 적대범죄 행위’ 혐의로 북한 당국으로부터 15년 노동교화형을 받고 복역 중이던 2014년 11월 8일 그와 또 다른 억류 미국인 매튜 토드 밀러 씨의 석방을 위해 방북한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함께 귀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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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