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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 국어교과서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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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제1중학교 소학반 신입생들이 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남북한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 내용이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교과서에서 보이는 용어도 같은 내용인데도 표현을 달리하고 / 중국과 북한에선 크레용이라고 하거든요. 크레파스 가져와 그러면 크레파스가 뭐지! 되받아 묻는 거에요.

남북한이 분단 된지 하도 오래돼서 같은 물건을 두고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현상도 있고 교과서 용어도 많이 달아졌겠지요.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남북한 국어교과서에서 보이는 용어들은 얼마나 달라졌고 또 얼마나 같은가를 한 번 짚어볼까 합니다.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합니다.

분단 71년에 남북 국어 교과서가 보여주는 다른 점을 짚어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네, 71년 분단에 따른 남북 격절은 많은 것을 다르게 했지요. 남북한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 내용이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교과서에서 보이는 용어도 같은 내용인데도 표현을 달리하고 있지요. 오늘 짚어보기로 하는 국어교과서도 같은 내용의 용어인데도 다른 표현으로 된 것들이 아주 많지요. 한국의 한 연구기관에서 검토를 해보니 같은 내용으로 쓰는 105개 용어 중에서 같은 표현은 37개, 다른 표현으로 된 것은 68개였다고 합니다. 다른 표현으로 된 용어가 더 많지요. 이것은 그만큼 달라졌다는 것을 말하는 거지요.

구체적으로 같이 쓰는 용어를 보면 어떻게 됩니까?

임채욱 선생: 네, 구체적으로는 이런 것들이 보입니다. 거센소리, 된소리, 띄어쓰기, 울림소리, 글말, 고유어, 관형사, 단어, 대명사, 동사, 명사, 형용사, 부사, 모음, 문장부사, 문장부호, 문장성분, 보어, 보조동사, 속담, 수사, 외래어, 용언, 자음, 주어, 체언, 품사, 한자어, 느낌표, 물결표, 물음표, 숨김표, 이음표, 줄임표 등이지요.

서로 다른 용어는 아주 많아서 다 들기는 어려울 텐데 중요한 것들만 들어주시죠.

임채욱 선생: 네, 서로 다른 용어가 68개라고 앞에서 말씀드렸는데, 먼저 한쪽이 고유어 즉 우리말 표현으로 한다면 다른 쪽이 한자어로 말하는 것을 보지요. 남쪽에서 감탄문, 단모음, 격조사라고 하는 것을 북쪽에서는 느낌문, 홀모음, 격토어라고 하고 남쪽 감탄사를 북쪽은 감동사, 남쪽 관형어 북쪽 규정어, 남쪽 인용부 북쪽 인용표 남쪽 부사어 북쪽 상황어 등등입니다. 대체로는 남쪽이 북쪽보다 한자어를 더 많이 쓰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금까지는 문법에서 나오는 용어를 살펴본 것인데 다른 분야 용어도 검토한 내용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문학 분야를 한 번 볼까요? 남쪽 교과서와 북쪽 교과서에서 사용된 전체 용어는 462개와 229개가 나왔는데 이 가운데서 남쪽과 북쪽에서 같은 내용으로 사용한 것은 불과 41개뿐이라고 합니다. 이 41개 용어를 살펴보면 같은 것이 31개, 다른 것이 10개로 같은 것이 더 많긴 합니다. 하지만 전체 용어 수에 비해서는 공통되는 용어가 아주 적다고 말할 수 있지요. 이건 아무래도 문법과 달리 문학은 정치와도 관련되는 표현형상이 많기 때문이라고 보면 될 것 같군요.

같은 내용으로 사용된 용어 중에서도 같은 표현이 있고 다른 표현도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네 그렇지요. 같은 것 중에는 이야기, 줄거리 등 고유어를 비롯해서 가사, 갈등, 개성, 기행문, 단편소설, 문학, 사건, 사상, 사실주의, 상징주의, 성격, 수필, 연극, 우화, 인물, 일기, 자연주의, 주인공, 주제, 초현실주의, 희곡 등등인데, 다른 것으로는 남쪽 극갈래 북쪽 극문학, 남쪽 서사갈래 북쪽 서사적 종류, 남쪽 서정 갈래 북쪽 서정적 종류 등 고유어를 쓰느냐, 한자어를 쓰느냐 차이를 보이는 것도 있고 표현상 차이를 드러내는 것도 있지요. 남쪽 고전소설을 북쪽에선 고전적 명작으로, 남쪽 고전주의를 북쪽은 고전주의문학사조로 남쪽 서양문학을 북쪽 외국문학 등과 같이 달리 표현되는 것도 있지요. 또 표기법이 달라서 다른 것으로 보이는 것들도 있는데 가령 남쪽의 낭만주의를 북쪽에선 랑만주의로 남쪽 운율을 북쪽에선 운률로 두음법칙을 쓰느냐 안쓰느냐에 따라 달리 표기되는 사례지요.

문학용어 전체로 보면 어떻게 됩니까?

임채욱 선생: 문학용어는 한마디로 남북이 다 같이 한자용어가 많다는 것입니다. 문학용어와 문법용어를 통털어서 보면 전반적으로 북쪽이 남쪽보다 한자말을 덜 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북한 언어정책에는 고유어를 많이 사용할 것을 강조하는데 이와도 관련되는 것 같습니다.

자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런 이질화된 것을 그대로 둔 채 통일을 맞는다면 후대교육에 큰 지장이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지장이야 있겠지만 이런 것들을 해소하기 위해서 남북한 국어학자들 간에 겨레말다듬기 사전편찬을 시작했는데 2019년까지 완성할 이 계획도 최근의 남북관계 때문에 지연되고 있지요. 하지만 남쪽 따로 북쪽 따로 각기 수집하고 연구된 결과물을 언젠가 합하게 되면 좋은 결실이 있을 것입니다. 이게 동질성 회복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게 되겠지요.

국어과목 외에 다른 과목을 비교 검토한 내용도 있습니까? 다음에는 이런 내용들도 소개하면 좋겠군요.

임채욱 선생: 네, 국어 외에 지리, 역사, 음악 등등 있지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소개하도록 하죠. 일단은 얼마나 이질화되고 있는가 하는 현상파악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이질화 확인 작업은 동질성 회복을 위해서 절대로 필요한 작업이지요.

작년 10월 자유아시아방송 제2의 고향 시간에 탈북여성 유연실(가명)씨는 남한에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증언한 내용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유연실 씨는 남한생활 이제 1년 여가 됩니다.

탈북여성 유연실: 예를 들어서 머리 감는 것 삼푸, 머리 비누라 하거든요. 근데 한국에 오니까 샴푸라고 하고……당연히 불편하죠. 제가 핸드폰 가게 가서 핸드폰 사니까? 뭐라고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전화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대답을 했어요. 그 자리에서는요. 네네 했는데 돌아 앉으니까 한마디도 기억이 안나고 모르겠더라고요. 같은 말인데 그 단어들이 이름들이 못 들어본 이름들이거든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크레파스라고 하는데 중국이나 북한에선 크레용이라고 하거든요. 크레파스 가져와 그러면 크레파스가 뭐지! 되받아 묻는 거에요. 입술에 바르는 연지도 저희는 그저 입술연지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뭐라더라 립스틱 맞아요. 진짜 단어가 어려워요. 그래서 나가 물건을 살 때는 자신감이 없어요. 그냥 그거 얼마예요? 이렇게 하지 립스틱이 무슨 색 주세요 이렇게 말 못해요. 입술에 바르는 것 있지요. 하고 물어요. 그렇고 말하는 톤이 다른 것 같아요. 억양이 남북이 틀리거든요. 북한이나 중국 사람들은 어떻다 할까 배에다가 목에다가 힘을 주고 음성이 높아요.그리고 톤이 쎄거든요. 그런데 한국분들은 힘을 빼고 말 하시더라고요. 힘을 빼니까? 살랑 살랑 저희들 귀에는 살랑 살랑 들려요. 속삭이듯이 들리는데 저희가 말하는 것은 톤이 높아지니까? 모임에 가 될 수 있으면 말을 짧게 하고 네,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이렇게 간단하게 단어 한마디로 끝내버리려고 하니까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