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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 걸그룹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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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 정부에서 특히 남한 것을 못 보게 하고 통제하니까 사람들이 소극적이었는데, 지금도 물론 몰래 보기는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따라한다고 해요. / 북한당국에선 모란봉악단이 당의 음악 정치를 맨 앞장서서 받들어 간다면서 ‘선군 조선’의 예술을 이끄는 ‘제일 나팔수’이고 ‘국보적인 예술단체‘라고 말하고 있지요.

한국 걸그룹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K-Pop을 통해 한류를 퍼트리고 있습니다. 이에 북한판 걸그룹이라 할 수 있는 모란봉악단도 상대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번 북한의 음악 정치를 말하면서 정작 음악정치를 실제로 행하는 북한판 걸그룹인 모란봉악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북한 걸그룹 모란봉악단을 중심으로 한 북한 걸그룹과 한국의 걸그룹에 살펴보려고 합니다.

먼저 모란봉악단이 북한판 걸그릅이라고 하는 것은 물론 소녀들만으로 구성됐기 때문이겠는데, 언제 등장했습니까?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모란봉악단은 연주자와 노래를 부르는 가수 모두가 여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연주자 11명에 가수 5명입니다. 모란봉악단 첫 공연은 4년 전 7월이지요. 그러니까 2012년 7월입니다.

악기편성은 어떻게 돼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모란봉악단의 악기편성을 보면 전자 바이올린 3명, 전자 첼로 1명, 전자건반악기 2명, 전자기타 2명, 피아노 1명, 드럼 1명, 색소폰 1명이지요.

김정은이 직접 만들었다고 하는데 모란봉 악단이 등장한 의미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임채욱 선생: 북한 모란봉악단은 북한정권 초기부터 있던 인민군협주단이나 공훈합창단, 또 김정일시대에 활약하던 왕재산경음악단이나 보천보 악단과 달리 김정은 시대에 와서 등장한 것이지요. 모란봉이란 이름도 김정은이 지었다고 하는데 지금 북한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고 하지요. 이것은 음악성이 그만큼 뛰어난 것과 관련되겠지요. 북한당국에선 모란봉악단이 당의 음악 정치를 맨 앞장서서 받들어 간다면서 ‘선군 조선’의 예술을 이끄는 ‘제일 나팔수’이고 ‘국보적인 예술단체‘라고 말하고 있지요.

북한 모란봉악단의 연주수준이라든가 가수들의 가창력도 뛰어난 편인가요?

임채욱 선생: 전자 바이올린과 전자 첼로는 서양고전음악부터 현대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악 연주형식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최첨단 악기이고 서양현악주법에 정통한 연주자만이 손에 잡을 수 있다는 점으로 보면 모란봉악단이 최첨단 악기로 연주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가창력도 높은 수준이라고 하지요. 북한에선 이들의 공연을 무대와 객석이 하나로 어우러진 공연 열기에 ‘새롭고 독창적이다’, ‘아름답고 참신하다’, ‘황홀한 공연이다’란 반응을 보인다고 하고 있지요. 사실 무대장치와 조명을 화려하게 하고 풍만하게 울림을 주는 음향으로 무대를 화려하게 했으니 북한주민들이 “평생에 한 번 꼭 관람하는 것을 소원이다” 할 정도로 공연수준이 높다고 합니다.

모란봉악단을 한국의 걸그룹들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 걸그룹이라고 할 만한 음악단체는 300여 개에 이릅니다. 한국의 걸그릅들은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단체도 있고 그렇지 못한 단체도 있지요. 북한에서 정권기관 차원에서 지원하는 몇 개 음악단체와는 여러 면에서 같을 수가 없지요. 그래서 단순비교는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모란봉악단의 음악을 ‘음악포성’이라 하면서 ‘수백, 수천 톤의 식량을 대신’하고 ‘핵폭탄보다 위험한 사상의 미사일’이라고 자랑하는 것과 개인들이 하는 조직한 악단인 한국 걸그룹과는 여러 면에서 다른 점을 가지지요. 하지만 음악성을 따진다면 할 이야기는 있겠지요.

북한에서 이렇게 자랑하고 싶은 모란봉악단이 작년 12월 중국공연을 중도 포기하고 돌아왔지요.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임채욱 선생: 김정은 찬양가요라든가, 연주형식이라든가 하는 음악과는 관계없이 아마도 무대 영상 때문인 걸로 생각됩니다. 미사일 발사장면이 배경화면에 영상으로 나온다고 하지요.

모란봉악단 공연에서 김정은 찬양가요가 빠질 수야 없겠지요. 이 악단의 레퍼터리(주곡목)를 소개하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정권을 찬양하는 것, 당을 찬양하는 것, 김정은을 찬양하는 것 등 크게 보면 세 부분이지요. 정권이나 나라를 찬양하는 것에는 <조선의 모습>, <내 나라 제일로 좋아> 등이고 당을 찬양하는 것에는 <어머니 생일>,<운명의 손길>, <조선노동당 만세>, <당을 노래하노라> 등이고 김정은 찬양에는 <우리의 김정은 동지>,<뵙고 싶었습니다><그리움은 나의 행복>, <죽어도 혁명신념 버리지 말자> 같은 것이 있지요. 지난 10월 당창건 70주년을 기념해서 평양에서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이 합동으로 공연을 했고 지난 5월에도 7차 당대회가 끝난 뒤 이를 기념해서 공연을 했지요.

모란봉악단이 북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한 한국 걸 그룹과는 물론 다르겠지만 한국의 걸그룹은 세계를 무대로 해서 활동하는데 모란봉 악단은 아직 그런 게 없지요?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의 비중은 말그대로 굉장하지요. 최근에는 모란봉식 사업기풍이란 말까지 나왔다고 하지요. 뭔고 하면 모란봉식으로 사상투쟁을 하고 모란봉식으로 창작과 창조를 하고 모란봉식으로 속도창조를 하며 모란봉식으로 사회주의 집단 경쟁 열풍을 일으키자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모란봉악단의 역할이 음악예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게 중요하지 않고 김정은 음악 정치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퇴폐적인 음악을 연주할 때 쓰이던 전자악기를 어떻게 북한에서 사용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요?

임채욱 선생: 글쎄요? 등소평의 ‘흑묘백묘’ 논리랄까,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는 실용주의를 받아들인 것인지, 아니면 전자음악은 어디까지나 음악 형식의 한 활용도구에 불과하고 그 내용은 사회주의적이거나 주체적인 것을 담으면 된다는 사고를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에서 모란봉악단 같은 걸그룹이 앞으로도 생겨날 것 같습니까?

임채욱 선생: 그럴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에서 모란봉악단과도 같은 음악 정치에 유용한 단체를 만들어 대내적으로 통치에 활용하고 대외적으로 개방을 시사하는 제스쳐를 계속하리라고 봅니다.

한국 걸그릅의 활동전망은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네, 현재 한국가요계는 솔로가수보다 그룹가수, 특히 걸그룹들이 주류를 이루다시피 하면서 바야흐로 청순한 이미지의 소녀시대가 꽃피우고 있지요. 대중문화가 활짝 꽃핀 1990년대 성장시기를 보낸 40대 이상의 남성들도 10대, 20대 못지않게 걸그룹의 주된 고객층이 되면서 걸그룹 음악 소비층은 넓어졌지요.

자유아시아방송 주간프로그램 청춘만세 지난 4월 21일 방송에 ‘북한에도 분다는 한류 열풍’시간에 참가한 탈북자 김은주 씨의 이야기 함께 들어보시죠.

김은주 : 저는 10년 전에 중국에 있었는데, 그때 중국은 이미 한류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사람들이 한국의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에 열광했어요. 중국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살았는데, 그때 ‘가을동화’라는 연속극이 중국 텔레비전에 나왔어요. 저는 한국 연속극을 그곳에서 처음 봤거든요. 이 가울동화에 매료돼서 딱 저녁 먹을 시간이었는데 눈물을 흘리느라 밥을 제대로 못 먹을 정도였어요. 당시 중국인들도 그 드라마에 열광했고, ‘차차차’ 라던가 이런 노래들이 북한에서도 많이 인기였어요. 지금은 아무래도 신세대 노래들이 유행이겠지만. 처음에는 북한 사람들도 이 노래들을 중국 것으로 알고 받아들였다가 지금은 남한 노래라는 걸 알고 즐긴다고 하더라고요. 언어가 다른 미국이나 러시아에서도 한류에 대해 열광하잖아요. 그런데 언어가 같은 북한에서는 오죽하겠어요. 처음에는 북한 정부에서 특히 남한 것을 못 보게 하고 통제하니까 사람들이 소극적이었는데, 지금도 물론 몰래 보기는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따라한다고 해요. 북한의 노래 90% 이상이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들어가요. 지금 북한에서는 그런 노래가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거의 불리지 않고 있대요. 이 친구들이 서로 모여서 놀 때 북한 노래를 부르면 삼류, 제일 못난 사람 취급을 받고 중국 노래라 중국 것을 따라하면 그나마 괜찮은, 한국 노래나 춤을 부르고 춰야 인정하고 서로 어울릴 정도로 한류가 그만큼 퍼져 있고 서로 즐긴다고 하더라고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