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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음식문화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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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밥상 위에서는 누구나 만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고 서로 즐길 수도 있고…또 북한 이탈 주민들이 남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음식이란 영역을 통해 자립 자활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북한정권이 들어선 후에 새로 개발된 요리들은 북한지방음식이 아니라 북한정권음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얼마 전 이 시간에 김일성이 한 말 가운데 함경도와 경상도 사람들은 짠 음식 만드는 방법밖에 모르며, 평양에 함경도 사람들이 많이 와서 살아 그런지 맛있는 평양 동치미가 점차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지요. 청취자 중에는 최고통치자가 음식에 대해서 언급한 것에 흥미를 나타내고 있어서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남북한 음식문화에 대해 알아봅니다.

음식문화라면 음식종류, 음식대접, 식탁예절 등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만 이번에는 최고통치자가 좋아하는 음식을 중심으로 해서 음식에 얽힌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흘낏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김일성은 음식이야기도 많이 했다지요? 또 어떤 것이 있지요?

임채욱 선생: 김일성이 평양 동치미 이야기뿐 아니라 숭어국에 대해서도 말한 바가 있지요. 어느 자리에서 숭어국은 돌 가마에 찬물을 붓고 끓여야 제맛이 난다라는 말을 했지요. 돌가마는 돌솥을 말하는 거죠. 그리고 숭어국에는 양념장을 꼭 안 넣어도 된다는 말도 했지요. 또 국을 많이 먹으라는 말도 했고요. 또 물고기 순대를 만들 때 해바라기 기름보다 옥수수기름을 쓰라고도 말했지요. 이건 아마도 주체성을 살린다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나온 말로 생각되는군요. 과자를 만들 때 설탕을 꼭 안 넣어도 된다고도 했지요.

김일성이 좋아하는 음식 어떤 것이 있지요?

임채욱 선생: 이른바 산해진미라는 좋은 음식은 다 먹었겠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것도 있겠지요. 한 증언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김일성은 수령이 된 뒤에도 좁쌀 밥에 이면수 구운 것 한 토막이면 밥 한 그릇을 다 비웠다고도 합니다. 아마도 수령의 소박함을 나타내려고 한 말이겠지만 정권을 맡은 초기에는 그랬을지도 모르지요.

한국 대통령 중에 좋아하는 음식이 알려진 것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좀 있는 것 같은데 아주 고기반찬보다 채소를 좋아했다는 것이지요. 시골에서 먹던 그대로를 좋아했다고 하죠. 이런 뒷이야기는 있습니다. 한 골프장에 왔을 때 식당주방장이 호박잎을 밥에 쪄서 된장과 함께 내놨더니 아주 반색을 하더란 것이지요. 김대중 대통령은 홍어회를 좋아했고 김영삼 대통령은 국수를 좋아했고 방문객에도 국수를 대접했다는 것이 널리 알려졌지요.

이번에는 북한을 대표하는 음식에 대해서 한 번 보지요. 북한지방 전통음식부터 알아볼까요?

임채욱 선생: 네 북한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북한음식이냐 북한지방음식이냐를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광복 전 북한지방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평양냉면, 평안도 노치, 대동강 숭어국, 함경도 명태순대, 가자미식해, 황해도 농마국수나 해주골동반 같은 것은 북한지방의 전통음식이라 할 수 있지요. 하지만 북한정권이 들어선 후에 새로 개발된 요리들은 북한지방음식이 아니라 북한정권음식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럼 북한정권음식은 어떤 것입니까?

임채욱 선생: 남북대화 때 남쪽대표들에게 대접한 음식은 대체로 북한정권에서 만들어진 것들인데 가령 게살자반, 닭마늘탕밥, 양고기 쌈, 송이즙쇠고기 편육, 전복볶음, 사슴고기 구이, 꽃게즙구이 같은 것들이죠. 이런 음식들은 새로 개발한 음식이어서 남쪽음식보다 간이 싱겁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북한음식은 일반주민은 구경도 못하는 것들이지요. 전통음식이 아니라 새로 개발한 음식이어서 고위층이 식사할 때나 외국인에게 접대할 때 등장하는 음식이지요. 외국인들은 이런 음식에 대해 대체로 맛있다고 칭찬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한식을 먹어 본 외국인도 남쪽음식보다 맛있다고 했다는군요.

남쪽에서는 북한 대표단들에게 어떤 음식을 대접했습니까?

임채욱 선생: 남쪽에서도 음식대접 잘하려고 애썼겠지요. 전통음식뿐 아니고 새로 개발된 음식, 말하자면 대한민국 정권음식을 대접하려고 타조요리도 내놓고 달팽이요리도 내놨지요. 그런데 귀한 타조요리를 많이 들라는 권유에 북한대표 대답이 “이런 건 우리 매일 먹는 다”였답니다. 조금도 밀리지 않으려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한국에선 한식의 세계화를 목표로 대통령도 관심을 갖고 있다지요?

임채욱 선생: 네, 한식의 세계화는 정권의 당면과제로 떠오르기도 하죠. 이명박 대통령 때는 대통령 부인이 이런 과제에 앞장서기도 했지요. 이른바 한류가 전 세계에 퍼지고 있지만, 음식 경우에는 자꾸 장벽이 생기는가 봐요. 가끔은 해외에서 성공적인 한식식당 소개도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최근 미국의 한 방송이 한류의 성공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프라이드 치킨, 패션, 헤어스타일도 한류가 세계를 휩쓴다고 했지만 프라이드 치킨이 전통 한식은 아니지요.

북한 최고통치자의 음식 관련 발언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임채욱 선생: 최고통치자가 음식이야기까지 한다는 것을 두고 잘 한다고 할는지 모르지만 북한체제로는 일일이 지도하는 만기친람의 체제라서 당연한 것이지요. 주민들은 인민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다고 보지요. 김일성이 음식에 대해 관심을 많이 보이는 것도 해방 전 활동시기에 굶었던 기억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겠네요. 말이 약간 옆길로 갑니다만 김일성은 먹는 말을 자주 하는데 다른 나라를 점령하는 것을 두고도 먹고 먹히운다고 하고 회의이야기를 하다가도 회의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먹이는 방법이요, 다른 하나는 제가 스스로 먹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음식뿐 아니라 식당에 대해 이야기도 합니다. 가령 식당은 조선식으로 짓는 경우에도 취사장은 식사하는 방과 너무 가깝게 짓지 말아야 합니다. 취사장을 식사하는 방 가까이에 지으면 음식을 만드는 냄새가 나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식당이름도 지어줍니다. 길가에 ‘식사와 료리’라는 간판을 보고는 식당으로 이름을 바꾸라고 말합니다. 참 자상하지요? 그런데 먹는 이야기 하다가 보니 수령이 말한 이런 것도 떠오르네요. “밥을 먹는데 바른 손으로 먹든, 왼손으로 먹든 또는 숟가락으로 먹든, 젓가락으로 먹든 상관할 바가 아닙니다. 어떻게 먹든지 간에 입에 들어가서는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이 말은 1970년 혁명이야기를 하다가 한 말인데 그 말 다음이 주목되는 말입니다. “전쟁 시기에 식을 캘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우리 인민군대를 강화하며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정치사업을 하는데 무슨 식이든지 간에 이 목적을 달성하면 됩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혁명철학이 나타난 말이지요.

탈북자가 세운 한 북한음식점이 한국에서 성황을 이룬다고 들었습니다.

임채욱 선생: 네, 북한출신으로 한국에 와서 박사가 된 분이 연 음식점이 있지요. 물론 이전에도 많이 있었지만 이 분은 다른 탈북자와 달리 ‘남북한 통일은 밥상에서부터’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지요. 음식으로 통일을 이루자라는 목표 밑에 세계에 내놓을 한식으로 칠 향 닭찜을 내세우더군요. 이 음식은 평안도에서 먹던 것으로 이순신 장군이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군사들에게 제공한 것이라는데, 닭속에 도라지, 생강, 은행, 잣, 계피, 대추, 밤 등 7가지 식재료를 넣어 찐 음식으로 남쪽의 안동찜닭 비슷하다는군요. 외국인도 아주 맛있다고 한답니다.

몇 년 전 탈북자 출신 북한 전통음식문화연구원 이애란 원장이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남북한 통일은 밥상에서부터’ 하자는 말을 한 바 있습니다. 어떤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지 함께 들어보시지요. 이애란 원장: 남과 북이 분단되어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질감도 생기고 소통이 안 되다 보니 서로 오해도 많고 선입견도 있습니다. 문화적인 차이가 커지면서 문화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인 분리현상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탈북자들도 경제적인 활동에 어려움을 호소하게 됐습니다. 밥상 위에서는 누구나 만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고 서로 즐길 수도 있고…또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음식이란 영역을 통해 자립 자활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북한 간에 음식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 있으면 해 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70년대 남북회담 때 있었던 일인데요, 평양에서 오전 회담을 끝내고 오찬행사를 하면서 북쪽 관계자들은 남쪽대표들에게 “공산주의식으로 식사합시다”라고 말했지요. 남쪽 대표 중 누구는 “밥 먹는데 공산주의, 자본주의 찾느냐”하니까 여전히 “오늘 회담성과는 없었지만, 식사는 공산주의식으로 해야지요”라는게 아닌가. 그래서 가만히 생각하니까 ‘공산주의식 식사’란 실컷 먹으란 말을 둘러서 한 것이 되지요. 왜냐구요? 공산주의 분배방식이 능력껏 일하고 가지고 싶은 만큼 가진다가 아닙니까? 그러니까 공산주의식으로 식사하라는 것은 먹고 싶은 대로 많이 먹으라는 뜻이 되지요. 여기에 대응을 적절히 하려면 “그래 공산주의식으로 식사하는 것은 좋은데, 먼저 밥상이 자본주의식으로 차려졌는지 보자!”라고 해야 되지요. 자본주의식으로 밥상을 차린다는 것은 반찬이 많다는 것이지요. 자본주의 생산량이 공산주의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논리 전개지요. 하나의 우스개 같은 이 이야기는 정확한 사실 확인이 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