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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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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 선전선동 분야 일군들은 속담사용 명인들 같습니다. 아주 적절히 능숙하게 사용하는데 특히 대남관계 각종 기사에서는 그 진가를 보이고 있습니다. / 우리 조상들이 남긴 유명한 속담 중엔 “저 혼자 춤추고 꽹과리를 두드린다”는 말도 있습니다. 주변 환경은 어떻게 돌아가든 저만의 기분에 들떠 소란을 피우는 어리석은 사람을 빗대어 비아냥거리는 속담이라 하겠습니다.

남북분단이 오래이다 보니 젊은 사람 중에는 속담도 남북한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론 분단 후에 생겨난 속담도 있지만, 아직 대부분은 분단 전에 생겨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남북한 속담 사용 모습을 살펴볼까 합니다.

말이 있으면 속담이 만들어지기 마련이겠지만 문헌상으로는 속담이 언제부터 나타납니까?

임채욱 선생: 일연선사가 지은 ‘삼국유사’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합니다. ‘내 일 바빠 큰 댁 방아 서두른다’ 이것이 문헌에서 보이는 속담의 첫 사례가 아닐까 하는데, 지금 말씀대로 말이 있으면 속담이 있기 마련이기에 삼국시대에 이미 속담이 널리 사용되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속담이란 말도 그때 나왔습니까?

임채욱 선생: 아닙니다. 속담이란 말은 조선 중기 ‘어우야담’이란 책이 있는데 이 책에서 나왔다고 하지요. 문필가인 유몽인이란 분이 지은 책으로 임진왜란 전후의 온갖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당시 생활상들이 잘 나타나지요. 항간에 돌아다니는 야사, 잡설을 담았지만 교훈적인 것도 있고 속담의 형태로 표현한 것도 있지요. 이 책에 실린 이야기 하나 하면 이런 것이지요. 장수가 부하들에게 아내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다 이쪽 깃발 밑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저쪽 깃발 밑으로 모이라고 군호를 내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독 한 사람이 아내가 안 무섭다는 깃발 밑에 서 있더란 것이지요. 그래서 물었지요. 정말 아내가 안 무서우냐고 하니까, 대답인즉 “오늘 아침 아내가 말하기를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말라고 했다”라는 거지요. 이 사람이 진짜로 아내를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 아닙니까?

속담은 그 유용성 때문에 글쓰기에서 아주 많이 쓰이지요? 이 점에서는 남북한이 다 같을 것 같군요.

임채욱 선생: 북한 선전선동 분야 일군들은 속담사용 명인들 같습니다. 아주 적절히 능숙하게 사용하는데 특히 대남관계 각종 기사에서는 그 진가를 보이고 있습니다. “검둥개가 미역을 감는다고 희여 지는 법은 없다” “개꼬리 삼년 묵어도 황모 못 된다” 정도면 그냥 전통시대부터 내려오던 속담을 듣는 것으로 하겠지만 “거짓은 사실로 될 수 없고 자루 속의 송곳은 빠져나오기 마련이다” “까마귀는 아무리 분칠해도 백로로 될 수 없고 걸레는 아무리 빨아도 행주로 될 수 없다.”처럼 두 개를 겹쳐서 강조하기도 합니다. 대남관계에선 분단 후 새로 만들어진 속담이 많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대북관련 발언에서 속담을 사용한 특이한 것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글쎄요? 오래전에 한국 대통령이 “미친개에는 몽둥이가 최고다”란 말로 응수한 후로는 이 말을 쓰는 일이 많았지요. 실제로 7000여 개가 되는 우리나라 속담 가운데서 상황에 맞게 언제나 적절히 쓰이고 있다고 봐야지요. 대통령 중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연설할 때 속담을 자주 이용한 편이지요.

속담의 기능은 여러 가지겠지만 속담을 통해서 사람을 가르치기도 한다는데 속담에서 보편타당한 진리를 찾을 수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속담이 일단 사람을 가르치는 기능은 있습니다. 속담을 통해서 옳은 것을 배우기도 하고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도 하지요. 하지만 속담은 풍자기능도 있어서 잘 못 사용하면 욕을 얻어먹을 수도 있지요. 가령 “열두 가지 재주에 저녁거리가 없다”라는 속담을 보면 아주 많은 재주도 현실적으로 반드시 생활수단이 되지 않는다라는 의미인데, 돈벌이에는 관심이 없고 취미활동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취미활동에 빠져들지 말라는 경고로 받아들이면 가르침이 되지만 다재다능한 친구가 돈을 꾸어 달라고 한 뒤 그 친구를 돌려보낸 뒤 이런 말을 하면 그 친구를 아주 욕하는 것이 되지요. 그러니까 속담은 그 상황에 맞게 사용해야 좋다는 것이지요. 이런 면에서 속담을 통해서는 보편타당한 진리를 찾을 수 없다고 봅니다. 속담을 보면 모순되는 것도 있지요. 몽둥이 세 대 맞고 담 타 넘어가지 않는 송아지 없다“고 하지만 ”개도 나갈 구명을 보고 쫓아라“라는 것을 보면 어느 것이 더 진리인지 알기 어렵지요.

김일성 부자도 속담을 잘 썼습니까?

임채욱 선생: 그럼요. 김일성은 속담의 효능을 알고 있었지요. 그 자신이 속담을 자주 사용했고 당원들이 전설과 속담도 말할 수 있게 교양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지요. 김정일도 속담도 잘 쓰면 말하고자 하는 사상을 상대방에게 강하게 안겨 줄 수 있다고 하면서 그 자신도 사용을 많이 했지요. 속담을 써서 말한 것 중에서 몇 가지만 보지요.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고 현실을 직접 보아야 제기된 문제가 무엇이며 무엇에 힘을 넣어야 하겠는가 하는 결심도 가지게 되고 신심도 생기게 됩니다.” “자식은 거울에 비친 어머니라는데 말 한마디를 해도 행동 하나를 옮겨도 다 자식들에게 교양이 되고 본보기가 되도록 하여야 합니다.” 이 밖에도 김정일은 “열길 물길 속은 알아도 한 치 사람의 속은 모른다” “잉어가 뛰면 망둥이도 뛴다” “복속에서 복을 모른다” “젊어 고생은 금을 주고도 못산다” 등등을 인용해 썼지요.

북한이 대남관계 기사에서 사용한 속담은 효과를 봤을까요?

임채욱 선생: 북한의 신문, 방송, 잡지 할 것 없이 속담을 사용해서 남한에 대해 비판도 하고 조소도 하고 풍자도 하고 조소와 야유도 했는데, 이들 속담 가운데는 과거의 속담도 있지만 북한사회에서 새롭게 나타난 속담도 있었지요. 이런 속담들로 북한주민들에게는 인식교양에 효과를 봤겠지만 이 과정에서 어떤 속담은 그 본질적 의미와 달리 변조돼서 사용된 것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속담의 오용이지요. 속담은 본래 기본의미와 표면의미를 갖는 것이어서 대남관계 기사에서 의도대로 활용한다 해도 기본의미는 바뀌지 않는 것이지요. 북한에서 한국을 욕하기 위해서 가난이나 불행과 관련되는 속담을 찾아 쓰고 있지만, 남북한 주민들은 해당 속담이 만들어 지던 당시의 기본의미를 잘 알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북한이 속담사용으로 효과를 거두었다고 해도 그건 절반의 성과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젊은 사람 중에는 속담도 남북한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물론입니다. 전통시대에 생겨난 속담 외에도 북한 정권에서 생긴 것도 있고 또 대한민국 정권에서 생긴 것도 있지요. 남쪽의 한 신문에서 북한속담에 ‘가물(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말이 있다면서 북한에선 큰 물이 쏟아지면 속수무책이라고 했지요. 아마도 북한에는 큰물이 쏟아지면 속수무책이지만 남쪽에는 그런 현상이 없다는 전제에서 북한에서만 생겨난 속담으로 이해한 것 같은데 이 속담은 전통시대부터 있던 속담이지요. 남쪽 속담 다르고 북쪽 속담 다른 것도 있지만 전통시대부터 있던 것인지 구별을 할 수 있어야겠지요. 남북한 문물이 어떤 것은 전통 그대로 남북한에 살아 있고 어떤 것은 변화되어 남북한에 서로 다르게 남아 있기에 이를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할 것입니다. 끝으로 “산이 울면 들이 웃고 들이 울면 산이 웃는다”는 전통시대 속담처럼 어느 한 쪽이 좋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니까, 남북한 간에도 어느 한 쪽에만 좋은 것이 민족 전체적으로 다 좋은 것은 아니란 인식의 무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탈북자 출신 문성휘 기자가 자유아시아방송에서 진행하는 ‘북한은 오늘’ 지난 5월 16일 ‘북한 주민들, 속도전 구호에 긴장’ 제목 방송에서 속담과 관련된 내용 일부를 함께 들으시겠습니다.

문성휘: ‘놀고먹던 꿀꿀이’라는 북한의 아동영화가 있습니다. 북한에서 ‘놀고먹던 꿀꿀이’는 빨치산 시절 김일성 주석이 아동단원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라고 교육했지만 아직까지 기록으로 남아있는 정확한 자료는 없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내용은 이렇습니다.

평생 일은 하지 않고 놀고먹는 것으로 유명했던 꿀꿀이(돼지)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먹고 잠만 자고 하다 나니 배가 남산만큼 나왔는데 집안의 장독을 넘어뜨리는가 하면 호박을 따 먹겠다고 덤비다 주인집 지붕까지 다 허물어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주인이 마을에서 큰 잔치를 차린다는 소리에 꿀꿀이는 또 먹을 것이 차례 지게 됐다며 행복한 꿈을 꿉니다. 그런데 주인은 집안에서 기르던 짐승들 중 놀고먹고 아무 쓸모가 없는 꿀꿀이를 잡아 잔치를 베풀겠다고 선포했습니다.

때늦은 후회의 눈물을 뚝뚝 떨구었지만 꿀꿀이의 운명은 달리 될 수 없었습니다. 네, 김정일 시대도 그랬지만 김정은 시대 역시 다시는 ‘놀고먹던 꿀꿀이’를 계급교양 자료로 활용할 일은 없을 것 이라 생각하며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긴 유명한 속담 중엔 “저 혼자 춤추고 꽹과리를 두드린다”는 말도 있습니다. 주변 환경은 어떻게 돌아가든 저만의 기분에 들떠 소란을 피우는 어리석은 사람을 빗대어 비아냥거리는 속담이라 하겠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만리마를 탄 속도’라는 의미에 대해 “이젠 하도 주어다 붙일 구호가 없으니 ‘만리마’라는 새로운 속도까지 내 놓은 것 같다”며 “천리마면 어떻고 만리마면 달라질 것이 뭐가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북한은 1970년대 말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속도전’이라는 구호를 내놓은 뒤 속도전에 관련된 수많은 구호들을 만들어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에서 집권한 이후에도 ‘희천속도’, ‘마식령속도’, ‘새로운 평양속도’를 비롯해 속도전의 구호는 해마다 바뀌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속도전’ 식으로 새로운 문화시설이나 살림집, 공장기업소들을 짓는 것보다 이미 지어진 문화시설, 공장기업소들을 효과적으로 가동시켜 경제를 정상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그들은 강조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