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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통일문학을 위한 남북한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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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체제 비판 소설 '고발' 표지.
Photo: RFA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한강이 이 상을 받은 것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문학의 영광이기도 하지요. 맨부커 상이 노벨문학상에 버금가는 상이기에 그렇지요.

한국 여성 소설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란 작품으로 영국의 권위있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아 큰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한편, 지난 4월 유명한 런던 도서 전시회를 앞두고 북한 작가가 쓴 <고발>이란 단편소설집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아랍어, 일본어, 중국어, 네덜란드어로 출판하기로 계약된 일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고발>을 쓴 작가는 현재 북한에서 작가동맹 소속으로 있으며, 이 작품은 북한에서 밀반출된 것입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이런 남북한 문인들의 문학적 성취 속에 통일을 향한 문학적 노력은 어떠한지를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한강이 이 상을 받은 것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문학의 영광이기도 하지요. 맨부커 상이 노벨문학상에 버금가는 상이기에 그렇지요. 영문학상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번역한 사람도 공동으로 수상했습니다. 이 상은 작가의 전반적인 문학적 업적보다 작품의 문학적 성취를 기준으로 했기에 작가 한강이 역량 있는 작가로 알려지지만 아직은 이문열이나 황석영 같은 위치에 있지는 않아도 이 상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를 미뤄볼 때 다른 한국의 다른 작가들도 앞으로 이런 큰 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무엇보다 한강의 수상으로 한국문학의 세계화가 화제로 떠오르게 된 것도 큰 성취일 것입니다.

작품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임채욱 선생: 육식을 거부하는 한 여성의 가족 간 갈등을 모티브로 해서 가정폭력문제를 정면으로 다뤘지요.

한강이 큰 상을 받을 무렵, 미국 뉴욕에서는 한국 여성작가 신경숙의 작품 <외딴 방>이 영어로 발간됐다고 합니다. 이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지요?

임채욱 선생: 물론이죠. 이 작품은 한국인 번역가 정하연에 의해 번역됐는데 “긴장감이 넘치고 혼을 사로잡는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외딴방>은 한국의 1970년대 산업화시대를 돌아보게 하는 자전적 성격의 소설입니다만 열여섯 소녀가 열아홉 살이 될 때까지 겪은 스토리가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지요. 작년에 신경숙 작가가 표절문제로 고통을 받았던 것이 다소나마 풀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군요.

그럼 이번에는 북한 작가가 쓴 <고발>에 대해 알아볼까요? 이 작품은 어떤 경위로 해외에 소개되었나요?

임채욱 선생: 이 소설 <고발>은 7편의 단편으로 돼 있는데 내용은 한마디로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반체제 소설이지요. 이 소설을 쓴 작가는 북한에 살면서 탈북하는 사람을 통해 작품을 밀반출한 것인데, 원고지에 연필로 눌러쓰고 노끈으로 묶었다고 합니다. 이 육필원고가 재작년(2014년) 서울에서 출판됐고 이번에 여러 나라 말로 번역돼서 출판 됨으로써 세계무대에 선보이게 된 것이지요. 말하자면 북한의 솔제니친 같은 존재인데 그의 필명을 반디라고 서울에서 붙였답니다. 부디 반디의 작품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서 북한체제 밑에서 고통 받는 주민과 그 인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면 아주 좋겠지요.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주시죠

임채욱 선생: 7편의 작품 모두 북한 주민의 질곡스러운 삶을 잘 나타내고 있는데 하나하나가 섬뜩합니다. 가령 반당분자로 처형된 시아버지 때문에 노동당 입당이 어려운 남편을 위해 당 간부에게 몸을 바치는 아내 이야기, 김일성 부자 1호 행사 때문에 손녀의 다리와 자신의 허리뼈가 골절되는 어느 노인 이야기, 여행의 자유가 없어서 어머니 임종도 못하는 아들 이야기, 김일성 사진에 경기를 일으키는 아이 때문에 창문에 커튼을 쳤다가 수용소로 끌려간 한 가족 이야기 등등인데 그야말로 잉크에 펜을 찍은 것이 아니라 피눈물에 뼈를 찍어 썼다고 합니다.

반디의 작품이 단순히 북한체제를 비판한 것이라고 외국에서 번역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문학성이 검증됐기 때문이겠지요. 남북한에는 역량 있는 작가도 많은데 이런 역량을 통일문학을 건설하는데 힘을 합친다면 좋지 않겠습니까?

임채욱 선생: 네 그렇지요. 반디라는 작가는 북한의 부조리 상황을 묘사하면서 옛 소련과 동유럽에서 보던 반체제 작가들을 연상시킨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한의 솔제니친, 즉 North Korean Sozhenitsyn이라고 불리게 된 것입니다. 반디처럼 역량 있는 많은 남북한의 작가들이 만나서 통일에 이르는 길을 촉진하고 통일 후 남북한 주민이 맞닥트릴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정신적 지향을 안내할 문학, 즉 통일문학을 형성했으면 합니다. 기왕에도 이런 시도가 있었지요.

여기서 잠시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이 지난 2014년 5월 북한에서 보내온 소설 작가 반디의 ‘고발’과 관련해 책을 입수한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와 인터뷰한 바 있습니다.  도 대표는 북한을 고발하는 책 ‘고발’이 주는 의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도희윤: 이번에 발간된 고발이라는 책은 북한에서 보내온 소설집이다.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작가는 현재 북한에서 생존하고 거주하고 계시는 상황이고요. 작가는 빠져나오지 못했지만, 작품이 먼저 자유세계인 대한민국으로 나와서 여러 가지의 작업 끝에 이제 첫 세상에 내 놓아졌다 말씀 드릴수 있고요. 이 소설을 입수하는 과정들도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지만은요. 어쩟든 북한체제에 순응하면서 사는 듯한 주민들이 그래도 북한의 어떤 잘못된 체제 이런 부분들에 대한 변화를 진실로 바라고 있는 것이 이 책에 묻어 나 있거든요. 그래 이런 것으로 봤을 때 조금이라도 북한주민들 스스로가 그동안 우물안에 개구리처럼 살았던 인식의 변화만 가져온다면 급격하게 북한체제는 지금은 강하게 보일지라도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가능성, 희망, 이런 것들을 이 소설을 통해서 저희들은 느끼고 그런 바람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바램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려고 계획 중에 있습니다.

남북한 문인들이 함께 만든 통일문학이란 책이 나온 바 있지요.

임채욱 선생: 2008년인가, 남북한 문인들이 함께 만든 <통일문학>이란 책이 나온바 있지요. 이건 2000년 6월 6.15선언의 정신에 따라 남북한 문인들이 합의해서 만든 문학잡지인데 창간호가 나온 뒤 말썽이 약간 생겨서 후속타가 못나온 것 같습니다. 2004년에 남북간 문인들이 잡지 발간을 합의했으나 책은 2008년 돼서야 나왔지요. 그런데 북한에서 인쇄된 이 잡지에는 당초 서로 다른 체제와 이념을 건드리지 않기로 한 약속을 깼다는 것입니다. 서로 안 쓰기로 한 민감한 단어를 쓰면서까지 잡지를 발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단편소설 8편, 시 16편, 평론 2편이 게재되고 5000부를 찍어서 2000부가 남쪽에 전달됐지만 배포 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통일문학은 통일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은 다음에 논의돼도 되는 것 아닙니까?

임채욱 선생: 통일문학이 통일지향적 이념이나 가치관을 포괄한다고 할 때 민족문화공동체 형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입니다. 현재 남북한은 혈연공동체이고 언어공동체이긴 한데 문화공동체는 아니지요. 남북한은 심층적으로 전통문화를 공유하는 것이 많기는 하지만 표층의 문화는 완전히 이질적이어서 문화공동체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잖습니까? 민족문화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통일 지향적 가치관을 가져야 할 것인데 통일문학이 통일이전에라도 이런 부분에서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통일지향적 가치관이라 해서 거창한 이념을 말하는게 아니라 남북한 주민이 살고 있는 모습, 즉 생활양식만 잘 소개해도  이질성을 없애고자 하는 심리를 자극할 것이고 이런 것이 바로 통일지향적 가치관을 형성하는 모멘텀이 되는 것이죠.

통일문학 형성을 잘 하려면 남북한 문인들은 어떤 자세로 작업해야 할까요?

임채욱 선생: 북한은 문학작품 창작방법에서 사회주의 사실주의 자리에 주체사실주의가 들어선지 오래인데 무슨 사실주의든 진실되게 묘사만 하면 되지만 주체사실주의는 인민대중을 앞세우다 보니 이순신장군의  해전승리도 그 자신만의 승리가 아니고 안중근의사가 이또 히로부미를 쏘았지만 역사를 바꾸지 못했는데 이는 인민대중의 힘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주체사실주의는 자주성을 내세우다보니 민족을 강조하지만 그 민족이 형식으로만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주체를 담는 형식으로만 민족이 의미가 있지 민족 그 자체를 중시하는 것은 아니지요. 이런 한계를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한국문인들은 북한문학의 지향점을 잘 인식하고 이를 민족공동체 형성에 의미 있는 방향으로 이끌도록 노력해야겠지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