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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올림픽 경기가 남북한에 남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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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74억 세계 사람들의 스포츠 축전이 끝났습니다. 지금 74억의 축전이라 했지만 사실 실시간으로 올림픽을 즐기지 못한 사람들도 많겠지요

남북한은 이번 브라질 올림픽에서 목표대로 메달을 따지는 못했습니다. 한국은 10개 이상을 따서 10위안에 들기를 목표로 정했는데 9개에 머물고 북한은 5개 이상 딸 것이라고 했는데 2개에 그쳤습니다. 그래도 한국은 종합순위가 8위였기에 10위안에 든다는 목표는 달성했지요. 북한은 32위라는데 참가선수가 31명이란 점을 고려하면 나쁜 성적은 아니지요. 이번 올림픽경기에서 남북한 선수들의 특이한 모습이나 올림픽이 남긴 과제를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짚어봅니다.

임채욱 선생: 네, 74억 세계 사람들의 스포츠 축전이 끝났습니다. 지금 74억의 축전이라 했지만 사실 실시간으로 올림픽을 즐기지 못한 사람들도 많겠지요. 아무리 인공위성으로 온 세계에 중계방송이 된다고 하더라도 나라에 따라 못 보는 사람들은 못 보지요. 한국국민들은 한 밤중에라도 보고 싶은 경기를 다 봤지요. 3개 지상파방송이 중계방송을 하니 골라가면서 봤을 테지요. 유선방송으로도 얼마든지 볼 수 있었지요. 한데 남북한은 똑같이 승리, 승리만을 내세우는 면이 두드려졌지요. 한국 방송은 시합중계를 하면서 금메달, 금메달만 외쳐대니 은메달을 따고도 죄지은 사람처럼 미안해하는 선수들도 있었지요. 북한선수도 은메달을 따고도 “금메달을 못 따 영웅이 아니다”라고 말했지요. 스포츠경기야 경쟁이고 승리가 목표지만 그 승리가 선수개인으로 기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거지요. 한 선수의 승리는 나라 전체의 승리고 기쁨으로 되기에 그렇게 열심히 응원하고 다투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그게 전부인지 차분하게 생각해 볼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올림픽이 금메달만을 위해서 열리는 것이 아닌 이상 올림픽 정신, 즉 우정이나 협력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하지요.

임채욱 선생: 올림픽 공식 웹사이트에 하나의 미담이 실려 있지요. 5000m달리기에서 미국 선수와 뉴질랜드 선수가 부딪쳤는지 아니면 다른 장애물에 걸렸는지 둘 다 넘어졌어요. 먼저 일어난 미국 선수가 뉴질랜드 선수를 일으켜 세웁니다. 그리고는 서로 격려하면서 끝까지 달렸다고 해요. 이런 게 우정이고 협력인데 이런 게 알려지지 않은 것도 많겠지요. 한국 선수로는 태권도 이대훈 선수가 68kg급 8강전에서 졌지만 이긴 요르단 선수 손을 들어주며 축하를 해서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고 하지요. 한국 선수와 북한 선수 사이에도 우정을 보인 사례는 있지요. 한국 여자 기계체조 선수 이은주는 북한의 홍은정 선수에게 셀카를 함께 찍자고 제의해서 둘이서 사진을 찍었지요. 이 사진을 본 국제올림픽위원장 토마스 바흐는 ‘위대한 몸짓’이라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고 하잖습니까. 또 있지요. 북한 선수 김성국은 50m권총 결선에서 우승한 남쪽 진종오 선수에게 먼저 다가와서 축하인사를 건네고 포옹을 했지요. 사격훈련장에선 한국선수들이 빵을 먹다가 북한선수들을 만나자 슬쩍 내밀기도 했다고 해요.

흔히들 말하죠. 서양선수들은 스포츠를 즐기는데 동양선수, 특히 한국, 북한, 중국선수들은 스포츠 애국주의랄까, 이겨야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즐기지를 못한다고 말하는데 이번에도 그런 모습들이 보였나요?

임채욱 선생: 사실 스포츠를 통한 애국적인 결집을 도모하려는 스포츠정치가 서양에 비해 동양에는 아직 남아있다고 말하죠. 한데 이번 올림픽에선 이런 통설을 깨는 현상도 보였지요. 먼저 한국에서 축구8강전에서 온두라스에 패배한 뒤 해설자가 우리가 먼저 선취점을 넣었더라면 상대방이 시간을 끄는 이른바 ‘침대축구’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우리 책임을 언급했지만 많은 국민들은 이 해설에 화를 내지 않았다고 해요. 다음 중국선수 중 스무 살 되는 여자수영선수가 결승에 임하는 자세를 묻는 질문에 “이미 힘을 다 쏟아 부어 메달 따기는 어렵다. 오늘 어떤 성적에도 만족 한다”라고 대답했다고 해요. 전 같으면 이런 대답에 중국팬들“중국과 중화민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하지 않았다고 난리를 쳤을 텐 데 이제 중국에서도 그런 반응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선수는 좀 달랐지요. 여자역도 75kg급에서 금메달을 딴 임정심 선수는 “우승했을 때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 기쁨을 드렸다는 생각에 정말 기뻤다”며 “지금 원수님께 달려가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말했지요. 또 한 선수는 “둘이 하나 되면 더 큰 메달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대답했지요. 어떻게 보면 통일지향적인 대답 같아서 반갑지만 아무래도 상투적이고 공허한 느낌을 주는 답이지요. 차라리 남북선수간 체육교류를 할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답이었으면 좋았겠지요. 올림픽이 금메달 때문에 있는 게 아니고 금메달이 올림픽 때문에 있는 것이지요. 금메달을 못 딴 사람도 흘린 땀의 양은 금메달 딴 사람과 차이가 안 날 것입니다. 그러니 결과를 가지고만 박수를 보내면 그 동안 애쓰고 땀 흘린 게 너무 의미가 없어지겠지요.

이번에 한국에서 간 감독이나 코치가 활동한 나라도 많았다지요? 스포츠 한류도 대단하다지요?

임채욱 선생: 네. 베트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사격선수를 지도한 박충건 감독, 일본 여자 배드민턴 금메달을 따게 한 박주봉 감독, 남자양궁 단체전에서 한국에 이어 은메달을 딴 미국팀을 이끈 이기식 감독, 중국에 남자유도 동메달을 따게 한 정훈감독, 태국에 태권도 은메달을 안긴 최영석 감독 등등 16개국, 7개 종목에서 모두 18명이었다고 합니다. 대체로 양궁, 사격, 태권도 종목으로 한국이 세계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종목이어서 이를 두고 인재유출이니 하지 않고 오히려 인재를 수출하고 있다는 반가운 반응입니다. 이러한 스포츠 한류는 민간외교의 꽃이지요. 그런데 남북한에는 이런 체육 지도자 교류가 왜 안 될까요?

다음 올림픽개최지는 일본 도쿄입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에서 열리지만 선수층이 엷어서는 대규모 선수단이 참가하기는 어렵지요. 한국이나 북한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임채욱 선생: 한국이나 북한은 생활체육의 중요성을 내세우고 체육의 대중화를 앞세웠지만 사실 엘리트 체육에 힘을 기울여 온 편이지요. 서구 선진국처럼 즐기면서 운동을 하게 하는 체육대중화정책이 자리 잡도록 해야 합니다. 이번에 일본이나 영국이 경기력이 향상되고 메달도 많이 얻었는데 일본 경우 1950년대, 60년대는 스포츠 강국이다가 1970년대부터 미국처럼 생활체육 중심으로 하는 정책을 폈지요. 그러다가 지금은 그 바탕 위에서 엘리트 체육을 키워서 경기력이 향상됐지요. 그게 이번에 성과를 낸 것입니다. 영국도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엘리트 체육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고 해요. 영국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는 금메달 1개, 은메달 8개, 동메달 6개로 종합 36위이기도 했지요. 선진국으로서는 아주 나쁜 성적이었죠. 그게 런던올림픽을 치르면서 엘리트 체육에도 투자를 많이 해서 이번엔 중국을 누르고 종합 2위를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생활체육을 강화하려고 만든 생활체육협회를 최근 대한체육회에 통합했지요. 생활체육을 강화한 바탕 위에서 엘리트 체육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단체에서 통합 관리해서 한국스포츠의 체질개선을 도모하려고 한답니다. 북한도 전문체육과 함께 군중 체육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알려집니다. 좋은 일인데 문제는 열악한 여러 조건들이 개선돼야겠지요. 체육시설이나 선수양성과 관리에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결국 국민들의 체육 대중화가 이뤄져 있고 나라에서 엘리트 체육에도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군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한국이나 북한이나 지금부터라도 생활체육을 강화해서 체육대중화도 이루고 엘리트체육에도 계속 투자를 해야겠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이나 북한에서 체육을 자꾸 애국과 결부시키는 사고는 약해지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우정과 협력의 올림픽 정신을 가진 선수로 자라나도록 키워야겠습니다. 경쟁도 좋지만 행복하려고 경쟁하는 스포츠가 돼야겠지요. 그래야만 모두가 승리자가 될 것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