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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 영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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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수학영재 탈출기사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얼마 안 되는 돈을 쥐어주면서 “네 뜻대로 새로운 세상을 펼쳐라”고 했다는데,

 

얼마 전 홍콩에 있는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SCMP)지는 지난 해 7월 한국으로 간 북한 수학영재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열여덟 살 난 이 수학영재는 홍콩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은메달을 땄는데, 전부터 가고 싶어 하던 한국으로 가는 용기를 발휘해서 한국으로 들어갔고, 현재 한 대학에 입학을 했다고 합니다. 비록 부모와는 떨어졌지만, 이 수학영재의 한국 행에는 그의 부모도 용기를 주면서 허락을 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남북한에서 새 학기를 맞으면서 영재교육은 어떤지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알아봅니다.

 

임채욱 선생: 네. 이 수학영재 탈출기사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얼마 안 되는 돈을 쥐어주면서 “네 뜻대로 새로운 세상을 펼쳐라”고 했다는데, 어린 나이에 그런 장한 생각을 하고 아버지는 격려를 했다니 감동을 안겨줍니다.

 

먼저 영재란 어떤 경우를 말합니까?

 

임채욱 선생: 미국의 한 영재교육전문가(미국 국립영재교육연구소장 조지프 렌즐리)는 말하기를 평균이상의 지능 즉 IQ를 갖고 창의성, 과제집착력 등이 상위 15% 이내이고 그 중 한 가지는 상위 2% 안에 들어야 영재라고 한답니다. 하지만 대체로 영재란 공부 잘한다고 영재라고 보는 게 아니라 특정분야에서 월등하게 뛰어나면 그 분야 영재라고 말하고 있지요.

 

영재교육의 필요성은 어디에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21세기 지식 기반사회에서는 첨단기술과 문화역량을 갖춘 인재가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입니다. 따라서 천재성을 지닌 인재를 조기에 찾아내서 잘 가르치고 길러서 국가동량재로 키우려는 것이지요. 이건 어느 나라나 국가의 중요정책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프랑스같이 평등을 강조하는 나라도 평준화된 일반대학과 달리 엘리트만을 가르치는 ‘그랑제콜’이 있고 이 ‘그랑제콜’에 들어가게 하려고 명문고등학교에 2~3년 과정의 특수 영재교육기관 ‘프레파’를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지요.

 

한국이나 북한이나 영재는 있기 마련이고 이런 영재를 어떻게 키워 나라의 동량재로 만드느냐 하는 문제일 텐데 먼저 북한의 영재교육부터 한 번 볼까요?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 영재교육은 김정일 시대에 본격화됩니다. 그게 1984년인데 이 때 외국어나 예술분야에서 뛰어난 수재를 모아 가르치는 학교 말고도 과학분야 영재를 키우는 평양 제1중학교가 생긴 것입니다. 그전에는 외국어나 예술영재를 키우는 학교가 있었지요. 이것만해도 김일성 시대와는 다른 것입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어떠했는지요?

 

임채욱 선생: 김일성은 영재교육을 부정적으로 봤습니다. 북한에서는 영재라 하지 않고 수재라고 하는데 김일성은 수재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김일성은 수재를 두고 이런 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무슨 특별한 재간을 가진 수재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 우리는 수재론을 반대합니다”라고 했지요. 1968년 3월 교육부문 관계자들 앞에서 한 말인데 수재는 재주는 있어도 끈기도 없고 박약해서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연장선에서 춘원 이광수를 비난합니다. 이광수가 재간은 좀 있는지 모르지만 지조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재학교도 별반 강조되지 않았지만 1958년 평양외국어학교를 세워 외국어 영재교육은 시킵니다. 그 뒤 1970년대까지는 음악, 무용, 미술, 공예 같은 예술분야에 영재교육 학교를 세우는데 끝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김정일 시대가 되면 달라집니다. 김정일은 수재가 많아야 좋다면서 영재교육을 강조하면서 1984년 평양제1중학교를 세웁니다.

 

제일중학교는 평양뿐 아니라 곳곳에 세웠다고 알고 있습니다.

 

임채욱 선생: 네, 그래요. 김정일은 1999년이 되면 북한의 모든 시 단위, 구역단위, 군 단위마다 제1중학교를 설치하도록 지시합니다. 이때부터 북한의 영재교육은 본격화된다고 보겠습니다. 제1중학교는 수학과 자연과학에 재능을 가진 학생을 영재교육을 통해 육성하는 것이 목표이지요. 이런 제1중학교 외에도 소학교에도 영재 반을 두고 있고 중학교에도 수재 반을 두는 가하면 대학에도 영재 반을 운영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도 이런 영재 반에 자기 자식을 넣으려면 유치원부터 좋은 데 가야 한다고 해서 좋은 유치원에 가는 경쟁을 벌이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어떤 학부모는 만 네 살 탁아소 가는 것부터 좋은 데 넣으려고 애쓴답니다. 재능을 조기에 발굴해서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부모들의 욕망을 보게 되는군요.

 

한국에도 영재교육은 활발하지 않습니까?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는 북한 외국어학교처럼 특별한 분야 영재학교를 세운 일은 없고 1981년 한 고등학교에서 영재학생을 위한 특설 반을 뒀다고 합니다. 그 뒤 1983년에 경기과학고가 과학영재교육기관으로 개교한 것이 본격적인 영재교육의 출발이라고 봅니다. 1999년에는 영재교육진흥법이 제정되고 2002년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어서 영재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영재를 어떻게 판별하며 어떤 교육기관에서 어떤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잘 가르쳐야 되는지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들도 많습니다. 특히 가르치는 교사가 문제인데 한국에서 8살 나이로 대학에 들어간 한 천재가 결국은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영재교육에 관한 한 남북한은 다 같이 정책적으로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보겠지요?

 

임채욱 선생: 한국이나 북한이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영재교육이 시작됐는데, 자유경쟁 사회인 한국사회와 달리 사회주의 평등성을 내세우는 북한에서 영재교육을 한다는 것은 서로 지지 않겠다는 의지도 작용했겠지요. 말하자면 사회주의 우월성을 나타내고 무상교육의 결실을 자랑하겠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런 것은 어찌 보면 문화변용현상(Acculturation)의 결과인지도 모르지요. 문화변용현상은 남북한 간에 알게 모르게 서로 배우고 닮아가는 현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서로 발전시키는데 좋은 것이지요. 그런데 꼭 좋은 쪽으로만 볼 수 없는 일도 생겨나고 있지요. 북한은 많은 과학영재를 키워내면서 자아실현을 통한 개인의 행복보다 체제선전과 대남 사이버전략 활동에 동원시키고 있어서 주목됩니다.

 

영재만이 나라에 공헌하는 것은 아닐 텐데 남북한은 여기에 집착하는 편인가요?

 

임채욱 선생: 어떤 학자가 이런 말을 합니다.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천재의 통찰에서 대중의 지혜로 이동했다!”(제임스 서로위키 ‘대중의 지헤’) 영재만이 아니라 집단지성도 힘을 발휘한다는 실험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지요. 아시다시피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하나의 항목에 대해 온 세계 사람의 의견을 들어서 내용을 수정해가고 있는 현상은 바로 집단지성의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대중을 이끄는 영재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적절한 비유가 될 지 모르지만, 토끼 한 마리가 이끄는 사자 100마리 보다 사자 한 마리가 이끄는 토끼 100마리가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은 진리일 것 같습니다.

 

영재교육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임채욱 선생: 세계적인 인물 대부분이 특정 분야에 대한 소질을 부모에게 물려받아 태어납니다. 하지만 성장과정에서 부모로부터 특정한 그 일을 즐기는 법을 배우고 자기 스스로 열심히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전문 교사로부터 배우는 것은 그 다음이지요. 세계적으로 높은 성취를 이룬 사람의 부모들이 갖는 공통점은 높은 교육수준이나 높은 수입, 전문적인 직업이 아니고 하나같이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며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모의 성실성은 아이들에게 저절로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갖게 해줬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아이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에서 아이들의 궁금증에 성실히 답해주거나, 답 찾는 방법을 가르쳐주면서 습관화시켰다고 합니다. 부모로서 나쁜 태도는 아이가 호기심을 갖기도 전에 부모가 지나치게 욕심을 내는 경우는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학습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상실하고 신경질적인 아이로 변할 수 있다는 군요. 농부가 소를 앞에서 끌지 않고 뒤에서 몰아야 소가 밭을 잘 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됩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