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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 바둑 이야기)

한국의 박정환 9단이 지난달 23일 일본 오사카 일본기원 관서총본부에서 열린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정환 9단은 중국·일본 정상의 기사와 인공지능(AI) 딥젠고까지 누르고 세계대회 타이틀을 따냈다.
한국의 박정환 9단이 지난달 23일 일본 오사카 일본기원 관서총본부에서 열린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정환 9단은 중국·일본 정상의 기사와 인공지능(AI) 딥젠고까지 누르고 세계대회 타이틀을 따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1989년에 조선 바둑협회가 세워지고 2년 뒤에는 평양 바둑원이 설립되면서 바둑을 두는 인구도 늘어나서 지금은 한 3만 명 가량이 된다고 합니다.

지난달 3월에는 컴퓨터 바둑대회도 열리고, 인공지능 바둑과 인간바둑이 함께 시합도 했습니다. 그래서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들 바둑대회 이야기와 아울러 남북한 바둑 이야기로 함께 합니다.

임채욱 선생: 인류 최초로 사람과 인공지능 바둑 알파고가 대결한 것이 작년 3월 말, 1년이 넘었군요. 그 감동이 아직 약간은 남아있는 가운데 지난달 일본에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출전한 시합이 열렸습니다. 작년에 인공지능 바둑인 알파고가 한국의 이세돌 9단을 이겨서 파문이 일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바둑을 한국, 일본, 중국이 다 만들어서 출전했고 또 이들 인공지능 바둑과 사람이 시합도 했지요.

한국, 일본, 중국이 다 인공지능 바둑을 만들었다고요?

임채욱 선생: 일본 도쿄에서 열린(3. 18~19) 세계 컴퓨터 바둑대회에서 한국, 일본, 중국이 다 인공지능바둑을 출전시켰지요. 한국은 ‘돌바람’이란 인공지능 바둑을 출전시켰고, 일본은 ‘딥젠고(DeepZenGo)’를 출전시키고, 중국은 ‘줴이(絶藝)’라는 이름의 인공지능바둑을 내났어요. 결과는 중국 줴이가 1위, 일본 딥젠고가 2위였으며, 한국 돌바람은 8강전에서 탈락했다고 합니다. 중국 줴이가 제일 나았고, 한국 ‘돌바람’이 제일 끝이었지요.

사람과 인공지능바둑 시합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임채욱 선생: 인공지능끼리의 바둑대회가 끝난 뒤 3월 21일부터는 ‘월드바둑챔피언십’이란 이름으로 일본 오사카에서 인공지능바둑과 사람이 함께 출전한 대회가 열렸습니다. 이제 말한 컴퓨터바둑대회에 나왔던 일본 딥젠고가 여기에 출전했는데 사람은 일본의 이야마 9단, 중국의 미위팅 9단, 한국의 박정환 9단이였습니다. 이 대회에서 한국 박정환 9단은 일본 이야마 9단, 인공지능 딥젠고 그리고 중국 미위팅 9단에게도 이겨서 우승을 차지했어요. 2위는 중국 미위팅, 3위는 딥젠고, 4위는 일본 이야마 9단이었습니다. 하나 특기할 것은 3위를 한 딥젠고도 사람처럼 상금을 받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번에 사람 1위인 중국 기사 커제와 인공지능 1위인 알파고는 참가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는 대회였답니다.

그럼 앞으로는 인공지능과 사람이 시합하는 바둑대회도 자주 볼 수 있겠네요. 앞으로 바둑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임채욱 선생: 그럴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바둑은 원래 사람을 돕기 위해 생겨난 것인데, 인공지능 바둑은 판 전체를 보면서 효율을 중시해서 사람을 이기고 있는데, 앞으로 사람이 인공지능바둑을 이길 수 있을런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하고 있지요.

남북한 바둑을 한 번 보지요. 북한에서도 인공지능 바둑을 개발한 일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임채욱 선생: 네. 북한은 ‘은별’이라는 이름의 바둑프로그램을 1997년에 개발했는데 이것으로 이듬해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우승을 했습니다. 은별 외에도 다른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국제대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바둑을 뒤늦게 시작한 것치고는 발전 속도가 아주 빠르다고 하겠습니다.

북한의 바둑계 현황은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아시다시피 북한은 장기는 장려해도 바둑은 장려하지 않았지요. 바둑은 양반들이 한가롭게 하던 놀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기피되던 오락이었지요. 그러다가 1989년에 조선바둑협회가 세워지고, 2년 뒤에는 평양바둑원이 설립되면서 바둑을 두는 인구도 늘어나서 지금은 한 3만명 가량이 된다고 합니다. 1993년 이후부터 시도별 지방에도 바둑협회가 조직되고 1995년부터는 전문기사에 해당하는 ‘완전선수제’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바둑은 바둑애호가경기라는 이름으로 대회가 열리는데 한 번에 200 여 명씩 참가합니다. 선수들 기량도 있어서 국제바둑대회에 입상도 하는데 1992년 국제아마튜어바둑대회에서는 7살된 어린선수가 입선까지 했다고 떠들썩했지요. 어린이에 대한 바둑교육도 영재교육 차원에서 적극 권장되고 있는데 어릴 때 중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각 지역에 있는 학생소년궁전 같은 곳에서는 바둑소조가 있어서 바둑을 둘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요. 앞으로 그 발전모습이 드러나겠지요.

한국의 바둑인구는 몇 백 만 명이 됩니까?

임채욱 선생: 천만 명에 가까운 한 900만명은 된다고도 하고 10급 이상되는 사람만 640만명이라고도 합니다. 유단자는 14만명 가량 된다니 바둑인구가 적은 것이 아니지요. 한 통계에 따르면 세계바둑인구가 4200여만명이라 합니다. 중국이 2500만명을 차지하고 한국, 일본, 대만 순으로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바둑인구가 자꾸 줄어들어서 ‘바둑진흥법’ 같은 것을 만들어서 국회에 내놓은 상태이기도 합니다. 바둑계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도 있습니다만 바둑이 중국과 일본에 밀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남북한이 바둑경기를 겨뤄 본 일도 있습니까? 바둑교류는 쉽게 될 것도 같은데요?

임채욱 선생: 2000년대 들어와서 평양에서 열린 국제무도대회에서 대국한 일도 있고 한국 서중휘 프로는 2005년 북한의 7단인 조대원 기사와 겨뤘던 일도 있습니다. 2005년 한국 바둑계에선 북한에 바둑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성사가 안됐습니다. 앞으로 체육교류차원에서 바둑교류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앞으로 남북한의 바둑은 어떻게 발전할 것 같습니까?

임채욱 선생: 인공지능 바둑인 중국 줴이, 일본의 딥젠고에 못 미쳤지만 한국의 돌바람도 2015년에는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기록도 있습니다. 이번에 성적이 나쁜 건 경기침체에 따라 기업의 지원을 충분하게 받지 못했던 것에 연유할 것입니다. 북한도 ‘은별’, ‘은바둑’ 이후 특별히 두각을 보이지 않는데 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 같군요. 바둑은 장기와 달리 평등한 관계를 지향하는 게임입니다. 장기알은 지위와 역할, 그리고 가는 길이 정해져 있지만 바둑돌은 평등한 관계 속에서 공동체의 집을 짓는 것이라서 민주적 논리가 적용되는 게임이라 하겠습니다. 북한도 바둑을 통해서 민주사회로 나가는 평등한 공동체 의식을 기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