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 간 스포츠 경기)

여자축구 대표팀 장슬기(19번)가 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한 여자축구 아시안컵 예선전에서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여자축구 대표팀 장슬기(19번)가 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한 여자축구 아시안컵 예선전에서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남북한이 분단 후 최초로 맞붙은 운동시합이 배구였습니다. 물론 광복 이듬해 3월 경평 축구시합이 있었고, 농구대회라든가 경평 아이스하키 시합이 있었지만 이것은 정권수립 전에 있었던 대회죠.

 

남북한 여자 축구팀이 최근 평양에서 여자 축구 아시안 컵 예선전 경기를 펼쳤습니다. 지난 7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아시안 컵 예선 B조 조별예선에서 남북은 공방전 끝에 1대 1로 비겼습니다. 평양에서 한국여자 축구팀이 북한과 1 : 1로 비긴 것을 두고 한국에선 기적을 이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여자축구에선 북한이 강하고, 그동안 시합성적도 북한이 월등하다고 하는데 통일문화산책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여자축구를 비롯해서 남북한 간 스포츠시합에 대한 이야기로 함께 합니다.

 

먼저 남북한 간의 펼친 축구 시합을 알아볼까요.

 

임채욱 선생: 사실 여자축구는 그동안 한국이 북한과 시합해서 1승 2무 14패로, 지는 게 훨씬 많았지요. 한 예로 1990년 9월 베이징 아시안 게임 뒤 평양에 가서 통일축구라는 이름으로 친선경기를 했는데, 그때는 7대 0으로 질 정도로 수준 차가 있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비겼으니까 대단한 것이지요. 그것도 5만 명이 넘는 북한 관중이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면서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가운데 치러진 시합인 만큼 그 투지가 대단한 것이죠. 북한 관중은 조직적으로 응원전을 펼쳤는데 대부분이 회색 옷을 입고 황금색 나팔을 불면서 함성을 지르고 고함치듯 외쳤다고 합니다. 이런 응원 가운데서 투혼을 발휘했으니 한국의 한 신문에서는 “남자선수도 좀 배워라”라고 했습니다. 한국 남자 축구팀은 지금 월드컵 최종예선전에서 아슬아슬할 정도로 불안한 위치에 있지요. 그래서 그간 남북한 스포츠시합에서 보이던 남남북녀 현상도 깨트려 졌다고 합니다. 참, 한국 여자축구팀이 평양에서 시합하던 하루 전날 북한 여자아이스하키팀은 한국 강릉에서 한국팀과 시합을 했지요. 아이스하키도 북한 팀이 강해서 10년 전에는 한국팀이 큰 점수 차로 졌는데 이번에는 3:0으로 이겼지요. 북에서 오고 남에서 가 경기를 펼쳤습니다.

 

남북한 스포츠 시합에서 남남북녀 현상이란 무엇인가요?

 

임채욱 선생: 먼저 우리나라 전통적인 속설을 소개해 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남자는 남쪽 남자가 잘나고 여자는 북쪽 여자가 잘났다는 말이 있지요. 이것은 하나의 속설이지 진리는 아니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흥미 삼아 남남북녀(南男北女)현상을 말하는데, 이때 잘났다는 것은 인물이 잘 생겼다든가 하는 뜻 외에도 능력이 뛰어났다든가 하는 면도 포함하죠. 이 말의 근거나 출처는 학자들도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 같으면 빅 데이터가 누가 이런 말을 처음으로 했는지도 찾아 줄 텐데요. 문제는 실제 그러냐 하는 건데 이것도 해석에 따라 다르지요. 여자의 미모를 두고 말한다면 예로부터 강계미인, 회령미인, 함흥미인 하듯이 북쪽지방에서 미인이 많았다는 것은 맞겠지만 지금이야 남쪽에도 화장발 잘 받는 미인이 많으니까 그 말도 시대적 한정이 있는 것이지요. 남자 경우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가나 군인, 그리고 학자나 예술가를 말할 때 그야 조선조나 고려 때도 남쪽 출신이 다 차지했던 것은 맞는 말이 되지요. 하지만 이는 정치적, 사회적 조건이 남쪽 출신에게 유리하게 됐다는 것일 뿐이지요. 그럼 을지문덕, 연개소문, 온달장군, 정지상, 이성계 같은 북쪽 출신 남자들은 어떻게 봐야 합니까? 그리고 선덕여왕, 기황후, 허난설헌, 신사임당, 황진이 같은 여자들은 다 남쪽 출신인데 어떻게 해석돼야 합니까? 그러니까 남남북녀는 진리가 아니라 약간의 타당성을 가진 속설이라고 단정하면 되지요. 시대적으로 한정성을 갖는 것이라 봐야 합니다.

 

그럼 스포츠면에서 남남북녀는 어떻게 됩니까?

 

임채욱 선생: 이것도 딱 들어맞는다는 게 아니라 대개 이런 편이었다고 하는 말이지요. 남북한이 분단 후 최초로 맞붙은 운동시합이 배구였습니다. 물론 광복 이듬해 3월 경평축구시합이 있었고 농구대회라든가 경평 아이스하키 시합이 있었지만 이것은 정권수립 전에 있었던 대회죠. 그리고 동계올림픽 빙상경기나 국제탁구대회에서 시합한 경우도 있었지만 두 팀이 단체전으로 맞붙은 것은 배구였습니다. 이 시합은 1964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대회 출전권을 얻는 경기였는데 1963년 12월 인도 뉴델리에서 남북한 남녀팀이 맞붙었지요. 결과에서 남자는 한국팀이 이기고 여자는 북한팀이 이겼습니다. 배구시합은 그 뒤 뮌헨올림픽경기 예선 때도 프랑스 상디에라는 도시에서 붙었는데 남자는 한국이 이기고 여자는 북한이 이겼습니다. 이때부터 스포츠에서도 남남북녀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심어진 것이지요. 특히 축구시합에서 남자는 남쪽이 많이 이기는 편이고 여자는 북한이 이기는 편이여서 더 굳어졌다고 보겠습니다.

 

현재 남북한 스포츠 수준은 어떤지, 남남북녀 현상은 여전한지요?

 

임채욱 선생: 종목에 따라 차이는 있습니다만 한국은 스포츠 수준이 세계적이지요. 작년에 열린 브라질 올림픽에서 한국은 8위였고 북한은 32위였지요. 북한은 참가선수가 31명밖에 안 되는데도 그런 성적을 거둔 것은 선수 204명을 참가시킨 한국에 비하면 잘 한 것이지요. 올해 2월에 있었던 삿보로 동계아시안 게임에서는 한국이 2위 북한이 5위를 했습니다. 북한은 과거 겨울스포츠를 잘했고 지금도 많이 장려하고 있는데도 이번에 성적이 나빠서 동메달 1개를 땄지요. 그래도 5위를 한 것은 겨울스포츠에 동남아 나라들이 거의 하지 않는 것 때문이지요. 스포츠 시합에서 남녀를 통털어 북한은 1970년대까지는 한국에 밀리지 않았다고 보겠는데 1980년대부터 아주 부진합니다. 그리고 남남북녀 현상은 딱 부러지게 나타나는 게 없습니다.

 

북한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도 있지요?

 

임채욱 선생: 많지요. 가장 큰 대회라고 할 수 있는 것이 1979년 4월인가 평양에서 열린 국제탁구대회인데 이 대회에 한국은 참가를 못 했습니다. 이 대회가 있기 두 달도 남지 않을 때 북한은 돌연히 남북한 단일팀을 만들어 출전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남북한 대표가 판문점에서 만나서 4차례나 회의를 했지만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이건 결국 평양에 태극기가 오르고 애국가가 울리는 것을 막자는 의도 때문이었지요. 이번에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시합에 앞서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린 것은 의미가 크죠. 북한에서는 올해 이미 열린 여자 아시안 컵 축구대회 외에 4월에 만경대상 국제 마라톤 대회를 열고, 9월에 세계태권도 선수권대회, 10월에는 세계청년 유도대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번 평양축구시합에서 한국응원단은 못 갔고 응원도 일방적이라 했는데 강릉 아이스하키 시합 때는 북한응원을 하는 관중도 있었다고 하지요.

 

임채욱 선생: 네. 많은 관중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동포의 정으로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응원했다지요. 응원가도 부르고 아리랑도 부르면서 상당히 조직적으로 했다는데 이번 평양 축구시합 때 북한이 그렇게 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요. 친선경기가 아니라 경기성적에 따라 한 팀만이 아시안게임 본선에 나갈 수 있으니까 응원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재일본 조선인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북한체육관계자 말을 인용해서 남쪽 응원단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것을 어렵게 하는 조건이 많았지요. 끝으로 한마디 하면, 요즘 북한에선 여자들이 장마당에 나가서 생활비를 벌고 있기에 북한을 흔들고 있는 것은 여자라는 말도 한답니다. 생활력이 억척같고 북한 변화를 남자들보다 앞서서 이끈다는데 가정에서는 아주 순종적이라고 하지요. 이런 건 다른 의미의 남남북녀인지 모르겠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