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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간판문화)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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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8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AFC여자축구아시안컵 예선 경기에서 남한과 북한 선수들이 볼을 다투고 있다.
지난 4월 8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AFC여자축구아시안컵 예선 경기에서 남한과 북한 선수들이 볼을 다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광복 후 서울에서는 단순한 수준의 간판광고가 생겨났지만 1960년대 말이 되면 네온사인 광고 간판이 등장하고 1970년대가 되면 고속도로를 따라서 옥외 간판광고가 줄을 섰지요.

백과사전 위키 백과에 간판(看板)은 홍보, 광고 등을 위해 나무, 플라스틱, 금속 등 어느 정도 내구성을 재질로 한 일반적으로 판상의 물체이고 주로 야외에서 사용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남북한 광고세계를 말하면서 김일성 경기장에도 광고용 간판이 있다고 했는데 오늘도 남북한 간판문화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먼저 간판도 문화인지부터 말씀해주시죠.

임채욱 선생: 네. 4월 초 김일성 경기장에서 벌어진 남북한 여자축구시합 장면을 보면 경기장 광고 간판이 보였지요. 음식점 이름도 보이고 기업체 이름도 보였습니다. 간판은 광고행위 중 가장 오래된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남북한 간판문화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지요. 간판이 문화라는 것은 단순한 그림이나 디자인에서부터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창의적인 표현까지 나타나기 때문에 문화인 것이죠. 물론 여기에는 제작기술까지 최신의 것이기 때문이죠.

광고와 간판은 같이 가는 것 같습니다만 간판 자체로서도 기능이 뚜렷한 것 아닐까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간판도 정보제공이란 점에서는 광고와 같지만 광고가 정보제공을 통해 상품판매나 서비스 이용을 목적으로 한다면 간판은 단순히 정보제공 자체가 목적이라 할 수 있지요. 빨간색 등이 어떤 때는 단순한 신호가 되지만 어떨 때는 뜻을 가진 상징으로 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는지요.

간판은 어떻게 보면 단순히 알리기만 하는 표지가 아니라 종합작품이라고 해도 되겠군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간판은 종합예술이라 할 정도로 예술적 감각과 과학기술이 결합되는 것이지요. 과학기술의 발달은 간판을 온갖 재질과 색채로 만들어내게 됐지요. 재질만 해도 나무에서 시작해서 알미늄채널, 아크릴, 대리석, 철골, 주물까지 온갖 것이 사용되고 디자인은 햇빛에 따라 색상이 바뀌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바람에 따라 색상이 바뀌는 수준까지 왔지요. 간판미술과 제작기술이 결합된 최신 전자간판은 가히 신기할 정도이지요. 간판은 한마디로 단순한 표지판에서 각종 마크, 로고, 캐릭터 형태로 표현되는 종합작품이지요.

우리나라 간판의 역사는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기록을 보면 고려 때 지금의 광화문에서 서울시청 부근까지 양쪽으로 긴 행랑으로 이어진 일반 백성들 거주지였는데 거주지를 구분하기 위해서 거주지 이름들을 현판에 새겨 뒀다고 합니다. 가령 흥선(興善), 영통(永通), 광통(廣通), 자양(資養), 행손(行遜) 같은 이름들이 보였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일본에 통신사로 다녀온 사람의 건의로 종로통에서 광교통으로 이어지는 거리에는 물건에 따라 그 이름을 적은 현판을 달았다고도 합니다. 일제가 통치하던 1920년대가 되면 간판은 상당히 퍼지는데 가령 1927년이 되면 유명인사 두 사람이 서울의 각 상점 간판을 둔 품평회를 열고도 있습니다. 이때가 되면 이미 간판이 미관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관념에서 간판 규제도 실시됐지요.

한국에서 간판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납니까?

임채욱 선생: 광복 후 서울에서는 단순한 수준의 간판광고가 생겨났지만 1960년대 말이 되면 네온사인 광고간판이 등장하고 1970년대가 되면 고속도로를 따라서 옥외간판 광고가 줄을 섰지요. 간판이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것은 늘상 느끼는 것이지만 간판이 도시미관을 아름답게 꾸미기도 하기에 서울시에서는 5월에 좋은 간판 공모전을 열고 파주시 같은 곳에서는 5월 한 달을 간판문화학교를 열어서 더욱 아름다운 간판 만들기 캠페인도 벌이지요.

이번에는 북한의 간판을 한 번 볼까요?

임채욱 선생: 간판은 정보를 제공한다지만 단순하면서도 알아보기 쉬우면 그 기능을 다한 것이 되지요. 북한에선 바로 이런 점을 두고 간판을 간단하게, 무엇보다 고유한 우리말로 쓰도록 권장하지요. 그래서 간판은 ‘군밤’, ‘군고구마’, ‘얼음과자’ ‘찬 단물’이라고 쓰여져 있기도 하고 ‘학생옷상점’ , ‘녀자옷상점’, ‘신발상점’쓴 것도 보입니다. 또 ‘고기국집’, ‘생선국집’, ‘만두국집’, ‘순대국집’, ‘내포국집’, ‘갈비국집’도 보입니다.

북한은 이런 간판들을 두고 인민들의 구미에 맞게 흔히 쓰는 생활적인 말로 쉽게 쓰여있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친근하게 안겨오고 사람들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서 우리말을 적극 살려 쓰려는 인민의 높은 언어생활수준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자랑합니다. 물론 간판제작 기술도 있어서 알미늄 채널을 사용한 것도 있지만 아직은 단순한 재질이 사용되고 있지요.

간판을 둔 학술적 연구도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물론이지요. 간판학이란 학문이 생겨날 정도로 간판에 대한 연구도 깊어지고 있지요. 가령 간판이 시인이나 소설가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을까, 간판과 관련된 그림이나 영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간판이 나타내는 시대상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까를 연구할 수도 있지요. 간판은 본래 알림의 기능을 하는 것이지만 이런 기능이 확장되어서 간판은 외관이나 학벌, 또는 경력 등 남 앞에 내세울만한 것이란 의미도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간판이 좋다니, 간판 때문에 출세했다느니 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런 인문학적 연구도 해볼 수 있지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