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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자연사 박물관)

중앙동물원의 하마를 보며 좋아하는 북한 청소년들.
중앙동물원의 하마를 보며 좋아하는 북한 청소년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북한의 자연박물관과 중앙동물원이 작년 7월 개관 이후 근로자와 청소년학생들, 해외동포들, 외국인들이 찾았으며, 파충관, 원숭이관, 맹수사, 코끼리사, 기린사 등이 인기를 모았다고 북한 매체들이 전한 바 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작년 7월 평양에 자연박물관이 문을 연지 1년을 맞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남북한의 자연사박물관을 찾아가 보겠습니다.

먼저 작년 북한 자연박물관 개관에 대해 알아보지요.

임채욱 선생: 네. 평양 대성산 기슭에 작년 7월 24일 개관한 자연박물관은 그 이웃에 함께 문을 연 중앙동물원과 함께 관람객이 첫 10일간만 해도 근 20여 만명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아주 좋은 볼거리인 것 같습니다. 북한매체들은 과학교육 기지이고 대중교양의 보급기지라고 말합니다. 이 박물관 건설에는 통치자 김정은이 직접 발기하고 건설에 나서는 문제들을 풀어줬다고 합니다. 그게 무려 150차례나 된다는 것입니다. 이건 북한정권에서 세웠다는 것을 말하지요. 그런데 한국에선 국가가 세운 자연사박물관은 현재 없습니다. 국립 자연사박물관 건립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오지만 아직 실현을 못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성을 띈 자연사박물관이나 대학부설 박물관, 그리고 사설 박물관은 여기저기에 아주 많습니다.

남쪽에선 대체로 자연사박물관이라 부르고 북쪽에서는 자연박물관이라고 하는군요. 개념상 차이가 없을 테지요.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대체로 자연사박물관이라고 하지만 세계 각국 자연사박물관 명칭 중에는 자연박물관이라 하는데도 있습니다.

그럼 자연사박물관은 어떤 것이고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하는지 먼저 말씀해주시죠.

임채욱 선생: 자연사란 용어는 로마시대에 이미 쓰였다고 합니다. 로마시대 자연사학자 폴리니우스라는 사람이 광물, 보석, 동물, 식물, 약리, 지형, 인류 등등을 다룬 <자연사>란 책을 내면서 자연사란 말을 이미 썼습니다. 그 뒤 자연사는 우주와 지구상의 자연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학문이 됐지요. 따라서 자연사에는 지구과학, 환경학, 생물학, 고고인류학의 자료들이 포함되게 되지요. 그러니까 수학이나 물리학, 화학, 공학 같은 과학기술을 뺀 나머지 모두가 자연사 개념에 들어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포괄범위가 넓지요. 천문, 해양, 지질, 동물, 식물에 해당하는 것은 모두 자연사에 포함되지요. 한마디로 우주와 지구상의 자연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것이 자연사라고 하겠습니다. 자연사박물관은 자연을 연구하고 자연자료를 수집해서 전시하고 이를 통해 일반국민에게 교육을 시키는 기능을 주로 하지만 한마디로 학교 교육에서 하기 어려운 역할을 맡고 있는 부분이 있지요. 수집된 자연자원을 보존하고 보전해서 후세에 전달하는 역할이 아주 큰 것이지요.

평양 자연박물관을 소개해 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연건축면적이 3만 5.000평방미터에 달하는 크기라니까 아주 크지요. 우주관, 고생대관, 중생대관, 신생대관, 동물관, 식물관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각 전시관에는 각종 표본들과 자료들이 전시돼 있고 대형전광판을 비롯해서 검색 컴퓨터가 설치돼 있습니다. 중앙홀은 4층까지 관통돼 있는데 화산폭발로 용암들이 흐르는 것을 배경으로 공룡과 익룡 모형이 결려 있습니다. 우주관에는 우주 형성과 관련된 천문자료들과 생명기원을 가르쳐주는 자료들로 꾸며져 있습니다. 고생대관, 중생대관, 신생대관 등 고생물관에는 생물들이 나타나고 진화해온 과정을 모형과 도판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공룡공원, 화석체험실, 신생대 원시림, 빙하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또 동물관은 동물별로 구분해서 진화와 인간생활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전시물로 채워져 있고 식물관에는 식물과 우리생활 관계를 보여주는 전시물이 가득합니다.

그럼 다음으로 남쪽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을 한 번 볼까요?

임채욱 선생: 앞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연사박물관이 없는 유일한 국가라고 합니다. 1990년대 초부터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가 설립돼서 심포지엄도 열고 자료도 수집하면서 활동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빨리 추진이 되지 않고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올해 국립중앙과학관에 그나마 자연사관이 개관돼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민간에서 하는 자연사박물관은 여러 군데가 있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설립한 것도 있고 개인이 설립한 사립박물관도 많습니다. 또 대학에서 부설로 설립한 곳도 7군데가 넘습니다. 모두 다하면 20곳이 넘지요.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수도권에 가장 많은데 7곳이 됩니다. 이 가운데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지방자치단에서 설립한 것으로 지구환경관, 생명진화관, 공룡공원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2003년 7월 문을 연 이래 수도권의 많은 학생, 직장인들이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수도권에 있는 자연사박물관 중에는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도 눈 여겨 볼 곳입니다. 1969년 한국에서 제일 먼저 생긴 자연사박물관이니까요. 전시물은 광물, 암석, 동물, 식물 표본이 있고 생태교육을 위한 자료들이 있습니다. 영남지역에는 고성에 공룡 위주의 자연사박물관과 부산에 있는 해양자연사박물관이 눈에 띄는 곳입니다. 호남지역에는 목포에 해양자원 위주로 전시된 자연사박물관이 유명하지요. 2004년 9월 공립으로는 두 번 째 개관했지요. 호서지역, 충청지역에는 대전에 지질박물관이 그럴 듯 합니다. 관동지방에는 금강산자연사박물관이 특이하고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은 석탄 생성과 관련된 박물관입니다. 제주도에는 제주도 민속을 위주로 한 생활과 관련된 민속자연사박물관이 찾는 곳이 되고 있지요.

남북한에서 자연사박물관은 외국에 비해 역사가 짧지요? 하지만 특색 있는 전시로 남북한은 서로 협조하고 교류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임채욱 선생: 네. 남북한 자연사박물관은 세계 기준으로 보면 역사가 짧지요. 프랑스에서 1793년에 이미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생기고 미국에도 1846년에 생기고 일본만 해도 1871년에 자연사 박물관 문을 엽니다. 이런 앞선 나라들이 가진 운영경험을 배울 필요도 있고 또 남북한 간에도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앞으로 남쪽에서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세울 때 북쪽의 경험을 배우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자면 남북한 박물관 간에 사람 교류가 먼저 이뤄져야 하겠지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