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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 복날 풍경)

평양 신흥단고기집에서 판매하고 있는 단고기장(보신탕)과 개고기로 만든 수육을 평양주민들이 먹고 있는 모습.
평양 신흥단고기집에서 판매하고 있는 단고기장(보신탕)과 개고기로 만든 수육을 평양주민들이 먹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오늘은 말복이지요? 초복, 중복 지나고 말복이니까 여름더위 다 지난듯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복날의 특별한 풍경이 있는지 알아봅니다.

 

먼저 복날의 의미를 좀 말씀해주시죠.

 

임채욱 선생: 복은 초복, 중복, 말복 해서 삼복이라 하는데 여름철 가장 더울 때를 나타냅니다. 그래서 삼복더위라고 합니다만 이때 복은 한자로는 엎드릴 복(伏)자를 씁니다. 쇠도 더운 불기운에 눌려서 꼼짝 못하고 엎드린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엎드릴 복자를 쓴 것입니다. 여기서 쇠가 왜 나오느냐 하면 초복이 하지가 지나고 세 번 째 맞는 경일(庚日)이고, 중복은 그로부터 또 열흘 지난 경일이고 말복은 입추가 지난 후 첫 번째 경일이기 때문에 경자와 관계되기 때문입니다. 이 경(庚)자는 우리가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라고 하는 10간(干)에서 따온 것이고요, 이때 경은 쇠를 뜻하는 글자지요. 쇠는 모든 물질에 이기는 것이지만 불에는 지지요. 그래서 쇠 경자가 든 날이지만 불더위한테는 꼼짝 못한다고 엎드릴 복자를 쓰게 된 것입니다. 또 이런 설도 있습니다. 삼복더위에는 개구리도 견디기 어려워 습한 땅에 배를 붙이고 엎드려 있다고 엎드릴 복자를 쓴다는 것이지요.

 

그럼 복날의 풍경이랄까, 세시풍속이 있는지 알아보지요.

 

임채욱 선생: 복은 24절기와 관계되는 날자가 아닙니다. 24절기는 양력기준으로 입춘이다, 입하다, 입추다 하는 것인데 복은 음력 기준으로 더울 때를 나타내려고 만들어 낸 것이라서 태양 기준인 24절기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기준 점을 하지 지나서 열흘, 입추 지나서 첫 번 째 경일로 정하였으니 가장 무더울 때를 비교적 정확하게 맞추고 있지요. 복날은 절기를 맞듯이 특별한 놀이풍속이나 행사는 없지만 모래찜질을 한다든가, 산간계곡에 들어가서 발을 씻는 탁족을 많이 했다는 기록은 있지요. 다만 더위 때문에 생겨난 것이므로 이 날 따라 먹는 음식이 있지요. 주로 몸을 북돋우는 보신음식인데, 예로부터 개를 잡아서 끓이는 개장국, 닭에 인삼을 넣어서 백숙으로 만든 계삼탕을 많이 해먹었지요. 드물게는 팥죽을 쒀먹기도 했습니다. 팥죽을 먹으면 더위를 피하고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옛 시에 “무더위에 먹는 죽이 부자 집 제호탕 보다야 못하겠지만 그래도 더위 씻는 방책이라 하겠네” 라고도 읊었습니다. 제호탕은 매실, 사인, 백단향 등을 넣은 청량음료를 말하지요. 오늘날에도 이런 음식은 남북한에서 다 먹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물론 이때 많이 나는 제철 과일인 수박, 참외도 복날 빠지지 않고 찾아 먹었지요.

 

실제로 남북한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달력에는 복날이 표시 안 된 것이 많습니다. 표시된 것도 달력 하단에 복날 표시를 하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전통적으로 북한지방에서 먹었던 삼복음식은 가장 보편적인 것이 개고기나 소고기를 푹무르게 끓인 고기국입니다. 이런 보신탕 외에도 미역국에 호박과 고추장을 넣고 끓이거나 미역국에 밀가루를 넣어 수제비국을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이열치열하는 지혜를 엿볼 수 있지요. 평양지방에는 냉국이나 시원하게 콩국을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북한에서 먹는 삼복음식은 이보다 아주 종류가 많습니다. ‘민족명절료리’라는 자료를 보면 이런 것들입니다. 토끼고기탕, 단고기국, 소고기 매운탕, 소고기불고기, 삼계탕, 햇닭찜, 햇닭고기죽, 뱀장어탕, 뱀장어구이, 오복탕, 상추쌈, 갓잎쌈, 콩잎쌈, 피마주잎쌈, 파국, 풋고추산적, 세치네장, 섭조개탕, 어죽, 팥죽, 오이깍두기, 벼락김치, 녹두묵물. 단고기국은 남쪽에서 말하는 개장국이지요. 개고기를 단고기라고 하는 것은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고 단고기라고 하지요. 벼락김치는 겉절이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전통적으로 먹어왔던 것에서 오늘날 먹는 음식을 추가한 것이겠지요. 탈북자 말에 의하면 북한에서도 복날 음식을 찾아 먹는 집은 있지만 극소수이고 가족단위로 복날외식을 하는 경우도 도시에선 더러 볼 수 있지만 지방에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다만 직장단위로 복달임을 하는 풍경은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복날은 어떤지 한 번 보지요.

 

임채욱 선생: 1960년대까지는 복날 기사가 신문에 나기도 했지만 이젠 복날 기사는 없지요. 특별한 풍경을 볼 수 없다는 것이겠지요. 요즘 보면 집에서 삼복음식을 절식으로 해먹기보다 외식으로 때우지요. 아마 빠지는 집이 없이 외식을 즐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음식점에서 개고기, 즉 구탕이나 삶은 개고기 요리, 닭고기 삼계탕을 보신탕으로 먹습니다. 복날을 전후해서는 닭이 동나고 개가 많이 잡힌다는 통계가 있지요. 비록 10 여 년 전보다는 개고기 수요가 좀 줄어들고 있다는 현상은 있습니다만 여전히 삼복더위 절식을 찾아먹고 있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삼복음식으로 북한에선 개고기, 남한에선 닭고기를 선호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북한에선 개고기를 얼마나 높이 치는지 “오뉴월 단고기 국물은 발등에 떨어져도 약이 된다”라고 합니다.

 

복날은 절식을 찾아 먹는 것 외에는 특별한 풍속이 없다고 알면 되겠네요.

 

임채욱 선생: 지방에 따라 복날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도 있습니다. 가령 “복날 비가 오면 보은 큰 애기가 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충청북도 보은은 대추가 많이 나는 고장인데, 대추나무는 복날마다 꽃이 핀다고 합니다. 그러니 복날에는 비가 오지 않아야 하는데 비가 오면 보은 처녀는 시집 갈 혼수준비가 어려워진다는 것이지요. 앞에서 복날 발을 씻는 탁족을 한다고 했는데 복날에는 목욕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복날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고 하지요. 그래서 더워도 발 씻는 것으로 끝낸다고도 합니다. 혹시 모르고 초복 날 목욕을 했으면 중복, 말복날도 목욕을 해야 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