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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복권)

사진은 조전중앙텔레비전이 2004년 12월 27일 복권형 인민생활공채 1등 5천원 추첨결과를 방송한 장면.
사진은 조전중앙텔레비전이 2004년 12월 27일 복권형 인민생활공채 1등 5천원 추첨결과를 방송한 장면.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남쪽에서 복권이 시작된 것은 다음 해에 런던에서 열릴 올림픽 참가 선수를 후원하려고 올림픽후원금이란 이름으로 발행된 것이고 북한에서는 6.25전쟁 중에 조국보위복권이란 이름으로 발행됐습니다.

한국인들은 좋은 꿈을 꾸고 나면 다음 날 ‘복권 사야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정말 꿈과 복권 당첨은 관계가 있을까? 꿈에 의지해 복권을 산 당첨자 122명을 조사했더니 돌아가신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을 꿈에서 보았다는 사람이 24명, 돼지꿈을 꾸었다는 당첨자가 21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구더기나 대변, 불, 동물과 관련된 꿈을 꾸었다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 이 시간에는 남북한에서 복권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떻게 기능하는가 하는 것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임채욱 선생: 네, 복권은 매번 기대를 어긋나게 하지만 혹시 행운을 가져다 줄까 하고 또 사게 되는 물건이죠. 복권을 대하는 문화가 남북한에서 다를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복권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임채욱 선생: 일제시대를 제외하고 광복 후 복권은 남쪽에서 먼저 나옵니다. 1947년 12월인데,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전이지요. 북쪽에선 6.25 전쟁 중에 처음 시작됩니다. 남쪽에서 복권이 시작된 것은 다음 해에 런던에서 열릴 올림픽 참가 선수를 후원하려고 올림픽후원금이란 이름으로 발행된 것이고 지역도 서울에서만 판매됐습니다. 북한에서는 6.25전쟁 중에 조국보위복권이란 이름으로 발행됐습니다.

남북한에서 복권발행은 그 뒤 어떤 모습으로 이어져 옵니까?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는 1949년 10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 이재민구호자금을 만들 목적으로 복권이 발행되다가 전쟁으로 중단되었지만, 한창 전쟁 중이던 1951년 7월 임시수도인 부산에서 애국복권이 나옵니다. 이 복권은 인기가 있었지요. 추첨식도 있었지만 당첨을 바로 알 수 있는 개봉식도 있었고 1등은 액면가 1만 배가 되니 너도 나도 이걸 사려고 덤벼들었다고 합니다. 부산시청 앞과 국제시장 등 열 곳에서 판매가 시작되자 사람들이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뤘고 경찰관이 동원돼서 질서를 잡았다고 합니다. 이 애국복권은 산업부흥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판매됐고 1957년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 뒤 1963년부터는 주택복권이 나오고 그 뒤 올림픽복권, 문예복권, 스포츠복권이 나오다가 지금은 연금복권, 로또복권 외에도 온갖 복권이 다 나오고 있지요.

그럼 북한 복권 발행을 말씀해주시죠.

임채욱 선생: 북한도 조국보위복권 발행 이후에도 여러 형태의 복권이 발행돼오는데 1990년대에는 인민복권이 나왔고 최근에는 500원, 한국돈 5000원 정도 되는 체육복권이 인기 있다고 합니다. 인민복권은 1991년 11월 인민들 문화정서생활을 흥성하게 하고 사회주의 건설에 보탬을 주려고 발행한다고 밝혔고 최근 인기 있는 체육복권은 당첨자가 텔레비전이나 선풍기를 가져갑니다. 북한도 복권발행 목적은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입니다. 추첨도 평양인민문화궁전 같은 큰 건물에서 텔레비전으로 중계방송도 하는 가운데 합니다. 또 북한에서는 복권은 아니지만 인민생활공채라는 복권 비슷한 추첨제 저금도 있습니다. 이것은 2003년 3월부터 그해 11월까지 발행됐는데, 당첨되면 당첨금을 돌려주고 안된 경우는 몇 년 뒤 상환하는 형태입니다.

남북한 복권의 성격이 다른 면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없지요. 발행목적이나 방법에서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지요. 차이가 나는 부분이라면 북한에서는 은행 등 국가기관에서만 발행한다고 못을 박고 있습니다. 또 북한에선 상금 대신에 상품을 주로 준다는 것은 다르다고나 할까요? 북한에서는 자본주의 사회 복권은 근로자들을 착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본가 치부수단으로 발행된다고 말하지만 결국 같은 목적이지요.

복권으로 인한 부작용도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물론 없다고 할 수 없지요. 복권 때문에 일어나는 가족 간의 갈등이나 다툼이 많지요. 복권당첨은 행운이지만 이 행운은 행운으로 끝나지 않고 불행을 가져 온 사례가 많지요. 작년에 한국 경상남도 양산에서는 로또복권에 당첨된 아들이 자기 혼자만 당첨금 다 쓴다고 처벌해달라는 피켓을 든 부모도 있었습니다. 북한에서는 페레톤이란 규정 때문에 그런 사실이 보도될 수 없어서 알기 어렵지만 사람 사는 동네 이런 일에는 다 비슷할 것 아닐까요?

복권의 역사는 어떻게 됩니까?

임채욱 선생: 세계최초 복권은 이탈리아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1930년 피렌체 지방에서 피렌체복권을 발행했다는데요, 당첨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지금의 복권형태로서는 이게 처음이라는 것이지요. 이런 형태가 아니고는 구약성서에도 제비 뽑기에 의한 재산분배 기록이 나오고 로마시대 네로황제나 아우그수투스황제가 재산이나 노예를 나눠주기 위해 복표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통이나 상자 속에 계원의 이름이나 번호를 적은 알을 넣은 뒤 통을 돌려 당첨을 결정하는 산통계도 있었다고 하지요. 일제말기 그러니까 광복되기 한 달 전인 1945년 7월에 일제가 군수산업 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으로 복권을 발행했으나 시행도 못했지요.

복권은 세계 각 나라가 다 발행합니까?

임채욱 선생: 세계 100여 개 이상 나라들이 복권을 발행하는데 각국 복권발행기관들의 모임도 있지요. 국제복권협회(AILE)라는 단체인데 2년마다 총회를 여는데 한국은 1980년에 정회원으로 가입해서 복권 관련 각종 정보도 교환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시 대북 매체 NK 뉴스를 인용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복권과 관련해 보도한 내용입니다. ‘북한에서도 평양에서도 복권 인기’ 제목 인데요.

북한 평양 시내 한복판에서 복권 판매소 두 곳이 생겨 인기를 끌고 있다고 대북 매체 NK뉴스가 2016년 11월 평양을 방문한 소식통을 인용해 3월 보도했습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정부가 운영하는 ‘체육추첨’ 판매소와 평양시 형제산 지점 서포시장 저금소의 ‘즉시지불추첨’ 판매소 두 곳이 최근 영업을 시작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체육추첨’ 판매소에 붙은 홍보문을 살펴보면, 5개 번호를 한 번에 맞춘 1등은 컴퓨터를, 여러 번 시도 끝에 5개 번호를 맞춘 2등은 태블릿 PC, 즉 판형 컴퓨터를 받습니다.

이 밖에 번호 4개를 맞춘 3등 두 명은 전자제품이 우승상품으로 수여되며 나머지 번호 2개를 맞춘 1천200명과 번호 1개를 맞춘 3,000명은 각종 상품을 받게 됩니다.

소식통이 사진을 찍은 또 다른 ‘즉시지불추첨’ 판매소의 안내문은 해상도가 낮아 자세한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즉석에서 우승 여부를 알 수 있는 윷놀이, 묘나무 추첨, 그림, 카드 등 5가지 복권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