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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민족문화 정책)

사진은 김일성이 항일빨치산 시절 절친한 동료들과 찍은 사진으로, 가운데는 김일성, 그의 왼쪽은 안길 전 보안간부훈련대대부(1946년 당시 군 간부양성소) 참모장, 오른쪽은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이다. 최현은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부친이다
사진은 김일성이 항일빨치산 시절 절친한 동료들과 찍은 사진으로, 가운데는 김일성, 그의 왼쪽은 안길 전 보안간부훈련대대부(1946년 당시 군 간부양성소) 참모장, 오른쪽은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이다. 최현은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부친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2018년은 남북한이 각기 정권을 세운지 70년이 되는 햅니다. 이 긴 시간 동안 남북한은 많이 달라졌고 각기 다른 모습의 문화를 형성시켜 왔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남북한의 민족문화 정책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알아봅니다.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올해 2018년은 남북한이 38선으로 군사적인 분단이 된지 73년이고 또 남북한에 이념이 다른 정권이 들어선지 70년이 되는 해가 되는군요. 군사적 분단은 당연히 지리적 분단을 가져와서 38선을 오고 가지 못했는데, 남북한에 정치적으로 이념이 다른 정권이 들어섰으니 이게 정치적 분단이고 당연히 이념분단까지 가져 온 것이지요. 곧 이어서 동족상잔의 전쟁이 터지니 서로 증오하게 되는 민족분단에까지 이르게 된 셈입니다. 민족분단은 당연히 민족문화까지 서로 다르게 발전시키게 됩니다. 남북한은 각기 자기 국가이념에 따라 민족문화를 건설해오면서

문화적 정통성을 가졌다고 주장하고 있지요.


그냥 문화가 아니라 민족문화라고 하는데 민족문화에 대한 개념을 들어볼까요?


임채욱 선생: 민족문화는 과거 전통문화와 그것을 이은 현재의 문화를 포괄하는 개념이지요. 남북한이 체제가 달라진 이후 새로 생긴 문화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과거 전통문화까지 포괄해서 파악하는 문화이지요. 한국에서는 지난날의 전통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현재 다른 나라의 새로운 문화 즉 외래문화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문화정책이 수행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따라서 과거의 전통문화를 잇고 1948년 이후 새로 창조된 문화를 한국사회의 민족문화라고 하겠지요. 북한에서도 민족문화는 한 민족의 민족적 특성과 전통이 구현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민족문화는 오늘의 문화이더라도 과거 전통문화를 계승한 모습의 문화라는 뜻이지요.


남북한 민족문화 범위를 어떻게 잡는지요?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 민족문화라고 하면 조상이 물려준 전통문화를 계승한 바탕에 오늘날 다른 나라의 새로운 문화도 받아들인 것을 포괄하고 있지요. 북한에서는 민족문화를 과거 전통사회에서 만들어 진 고전적 문화에다가 1930년대 이후 김일성 혁명전통시기에 이뤄진 혁명문화도 포함합니다. 이 혁명문화는 오랜 세월에 걸쳐 이뤄진 것이 아니라 불과 수십 년 전 이른바 항일빨치산 활동이 끝나는 1945년 8월을 하한선으로 하는 시기에 이뤄진 것입니다. 한국으로 말한다면 민족항일기 시대의 문화도 특별히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 되지요. 북한은 지금 북한의 문화를 단순히 민족문화가 아니라 사회주의적 민족문화라고 합니다. 과거와 다른 사회주의 사회가 됐기에 과거의 민족문화가 사회주의와 합해져서 사회주의적 민족문화가 됐다고 봅니다.


사회주의적 민족문화를 설명하신다면?


임채욱 선생: 민족문화는 한 민족구성원들이 창조해 온 문화라서 시대마다 다른 특성과 전통, 또 생활상이 반영된다고 보지요. 봉건사회 민족문화는 봉건적인 모습이 있고 자본주의 사회 민족문화에는 부르죠아적인 것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은 사회주의 사회니까 사회주의 사회 주인공인 로동계급이 발전시킨 문화가 곧 민족문화라고 말하죠. 로동계급이 발전시킨 문화는 진보적이고 인민적인 특성을 갖는다고 말하지요.


그럼 사회주의적 민족문화에서 전통은 어떤 위치를 차지합니까?


임채욱 선생: 전통문화 중에서도 사회주의에 좋은 것이 있고 나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고 그 가운데 좋은 것만을 채택하겠다는 것입니다. 전통문화라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이는 복고주의도 배격하고 전통문화에서 사회주의적 요소가 없으니 아무 쓸모가 없다고 보는 허무주의도 반대한다는 것이 정책방향입니다. 그러니까 좋은 전통문화는 사회주의라는 내용을 담는 그릇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두고 민족적 형식에 사회주의 내용을 결합시킨다고 말합니다.

물론 전통문화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북한에서는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지요?

임채욱 선생: 북한은 전통문화를 세 가지 관점으로 파악합니다. 첫째 없애버려야 할 것, 둘째 보존해 두기만 할 것, 셋째 후대들이 계속 이어 받아야 할 것으로 구분합니다. 당연히 첫째나 둘째는 배척됩니다. 따라서 후세에게 넘겨줄 민족문화 유산으로도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없애버려야 될 것은 주로 성황당 같은 미신적인 내용, 봉건시대 제왕을 신비화하는 일 등이 해당되겠습니다. 보존해 두기만 할 것에는 불상조각, 광대춤, 시조나 판소리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불교적 색채가 있거나 봉건유교적 사상이 있다고 해서 없애지 말고 보존해서 자라나는 새 세대들에게 계급적 입장을 잘 가르칠 때 활용하라는 뜻이지요. 요즘에 와서 정책상 보존해 두기만 할 것들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계속 이어받아야 할 것은 봉건사회 전통 중에서도 진보적인 사상이나 계급타파 주장, 지배층 타도주장 같은 것이 되지요. 계급성과 인민성이란 것이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전통 중에서 이런 것은 꼭 없애야 된다, 이런 것은 살려야 된다 하는 정책상의 결정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당연히 없지요. 한국에선 문화정책도 관용성 입장이기에 이런 문제에도 자연적인 추세에 따르고 있지요. 자연적으로 없어지고 새로 생기는 것이지요. 문화계에서도 전통계승문제를 두고 국수주의나 배타주의를 택하지도 않지요. 오늘날 한국문화를 살찌우는데 도움 되는 전통을 잘 살리게 되는 창조성을 중요시 하겠지요.


민족문화 부분에서 북한은 혁명문화까지 포함시킨다고 하니까 단순히 민족문화라고 해서 남북한에서 같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겠군요.


임채욱 선생: 북한이 말하는 민족문화는 고전적 문화유산에다가 혁명적 문화유산까지 합한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 남북한이 민족문화를 말할 때도 이런 부분 때문에 개념충돌이 있겠지요. 혁명문화전통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니까요.

가령 문화 상대주의입장에서도 북한의 혁명문화 부분은 수용하기가 어렵겠군요.

임채욱 선생: 문화 상대주의는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것이지만 이데올로기가 개재되면 문화 상대주의도 적용되기 어렵지요. 문화 상대주의는 가령 우리 민족의 개고기 먹는 습관을 비난하는 프랑스 여배우 브리짓드 바르도를 두고 자국문화 중심에서 벗어나서 문화 상대주의 입장에서 사고하라고 요구할 때 적용되겠지만 같은 시대 역사나 마찬가지인 혁명활동을 무슨 전통이라 내세우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지요.


남북한이 각기 다른 민족문화를 창조해온 오늘의 모습은 너무나 다르겠군요?


임채욱 선생: 문화의 내용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무슨 수량적 비교에는 차이가 클 것 같습니다. 문화에서 양적 비교는 좋은 것도 아니고 북한 경우는 비교할 자료도 알려진 것이 거의 없지만 알려진 몇 가지만 봐도 현격한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연간 출판되는 책만 해도 4만종 이상이고 1억 권이 출판된다고 합니다. 연간 공연되는 무용이 3,000건이 넘는다고 하고 잘츠부르크 국제음악제를 찾는 한국인 음악애호가만 해도 연간 3,000명이라고 합니다. 또 이런 통계도 있습니다. 국제콩쿠르 125개 중 96개에 한국음악가가 입상했다고 하며 60년간 한국음악가가 우승한 국제음악제는 148차례라고 합니다. 북한은 오늘도 제국주의 문화적 침투를 두려워하면서 자본주의 외래문화를 받아들이는데 문을 활짝 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언제 바깥을 내다보고 마음껏 다른 문화도 받아들일 날이 올까 아득해 보입니다. 그런 날이 와야 통일문화가 시작될 텐데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