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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판소리를 즐기는 사람들)

지난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7 서울아리랑페스티벌 개막공연에서 안숙선 명창이 열창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7 서울아리랑페스티벌 개막공연에서 안숙선 명창이 열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에서 클래식 음악과 판소리가 화음을 이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통음악인 판소리가 어떻게 클래식음악과 화음을 이룰 수 있는지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알아봅니다.


임채욱 선생: 네, 굉장한 음악행사가 강릉과 평창, 그리고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여러 레퍼터리 중에서 가장 주목됐던 것이 <평창 흥보가>란 판소리 한마당이었지요. 판소리 명창인 안숙선과 세계적인 첼로연주가 정명화가 협연을 한 것입니다. 물론 올림픽을 축하하는 이 음악행사는 이들 외에도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가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손열음, 네델란드 하프연주자 라비니아 메이어르, 스페인 댄서 벨렌 카바네스 등 쟁쟁한 국내외 연주자들, 성악가들이 공연한 무대였습니다만 안숙선의 판소리와 정명화 첼로협연은 그야말로 특색 있는 볼거리였습니다.


판소리는 우리 전통음악이지만 들을 기회도 드물고 사실 잘 모르기도 한다고 보겠는데요?


임채욱 선생: 판소리는 소리 즉, 창(唱)을 기본으로 하는 음악이기도 하지만 거기에는 말(대사)도 있고 몸짓도 있어서 연극이라 해도 될 종합예술입니다. 판소리는 전라도지방과 충청도 서부지방, 그리고 경기도 남부지방에 이르는 지역에 전승돼 오다가 황해도 평안도 등 서도지방에도 전파된 전국적인 민속음악이라고 보겠습니다. 다만 한 작품이 몇 시간씩이나 걸리는 것이어서 쉽사리 무대를 꾸미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들을 기회가 드물게 됐을 겁니다.


한 작품이 몇 시간씩 걸린다니 판소리는 어떻게 공연되는지요?


임채욱 선생: 판소리는 광대라고 부르는 예능인들이 논밭이나 장터, 또 양반집 마당에서 공연하면서 전승돼 오다가 지금은 극장무대에서도 공연되지요. 판소리공연은 창을 하는 소리광대를 중심으로 앉아서 북을 치면서 장단을 맞추는 고수(鼓手)가 한 묶음이 되는데 고수는 두루마기 차림에 갓을 쓰고 북을 치는 중간 중간에 추임새라 해서 ‘좋다’, ‘얼씨구’ 같이 흥을 북돋우는 소리를 합니다. 판소리를 부르는 소리광대 외에도 어떨 때는 줄광대, 어릿광대, 탈광대들이 함께 줄타기도 하고 땅재주도 넘고 무동춤도 추고하는 큰 판을 벌이기도 합니다. 판소리 작품은 본래 12마당이라 해서 조선조 후기까지는 12작품이 있었는데 지금은 <춘향가>·<흥보가>·<심청가>·<수궁가>·<적벽가> 같은 작품만 남았습니다. 이번에 공연된 작품 <평창흥보가>는 올림픽을 축하하는 의미로 새로 창작된 작품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아까 서도지역에도 판소리가 전파됐다고 했는데 그럼 북한에도 판소리가 공연되고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정권하에 있는 서도지방이나 관북지방에서는 현재 판소리가 공연되지 않지요. 북한정권은 판소리를 그저 보존은 해도 장려는 할 생각이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전통문화에 대해서 장려할 것, 아예 없애버릴 것, 없애버리지는 않아도 장려는 하지 않을 것으로 구분하는데 판소리는 보존은 해도 장려하고 보급은 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정책화 범주에 들어가지요. 그래서 공연이 될 수 없지요.


그러니까 판소리 가치를 별로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것이군요?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북한에서는 서도지방의 <배뱅이> 같은 것이 판소리 영향으로 창작된 것으로 보면서도 판소리에 대해서는 가치를 폄하합니다. “인민들의 현대적 미감에 맞지 않는 본질적 제한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봅니다. 이런 관점은 선대통치자 김일성의 관점대로 보는 것이지요. 김일성은 이렇게 말했지요. “판소리는 사람을 흥분시키지 못하며 투쟁에로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판소리처럼 쐑소리를 내는 남도창을 민족음악의 기본으로는 삼을 수는 없다.” 이렇게 판단하는 데는 미적 감각도 작용했겠지만 판소리가 양반들 대상으로 공연되고 양반들이 흥얼거리던 것으로 잘 못 본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판소리는 본래 양반들 대상으로 공연되던 것이 아니고 오히려 하층민 출신 광대들이 양민이나 상민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하던 공연이었습니다. 비록 공연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북한에서도 판소리 연구하는 학자들은 있을 것이니 다행이라고 봅니다.


한국에서는 판소리가 어떤 대접을 받습니까?


임채욱 선생: 이번 평창공연의 주역인 명창 안숙선은 올해 68살로 9살 때 소리를 배우기 시작해서 60년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판소리 5마당 즉 앞에서 말한 <춘향가>·<흥보가>·<심청가>·<수궁가>·<적벽가>를 다 불렀으니 그 노력이 얼마나 대단합니까? 3~4시간, 4~5시간 걸리는 그 긴 창을 다 불렀으니 한국에서는 국보적 존재로 봅니다. 무엇보다 세계 유명한 축제무대에서 빠짐없이 판소리를 불러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을 알렸으니 그 공 또한 큽니다. 수많은 외국무대에서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이 안숙선이 앞으로 판소리를 랩처럼 젊은이들이 부를 수 있게 판소리 전용극장을 세우겠다고 합니다. 이런 포부는 이뤄지리라고 봅니다. 한마디로 한국에서는 판소리가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지요. 판소리 가사는 알고 보면 문학적으로 아주 가치 있는 내용입니다. 음악적으로 발전시킬 부분도 크지만 문학적으로는 뜻있는 내용이 아주 많습니다. 누구는 판소리 한 대목을 부르고 나면 철학교과서를 읽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외국젊은이들의 호응 사례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임채욱 선생: 많은 외국인이 판소리를 배우고 있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서 한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프랑스에 입양된 한 여인이 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입양돼서 지금은 37살이 된 이 사람은 2년 전 친엄마를 만나러 한국에 왔다가 판소리 공연을 봤습니다. 그 때 무슨 영감을 얻은 둣 판소리에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판소리를 우리말로 부르다가 지금은 프랑스 말로 판소리를 부르며 전 세계를 다닌다고 합니다. 판소리 <춘향가> 중 한 대목인 사랑가를 프랑스말로 바꿔서 “아무르~ 아무르~” 프랑스 말로 사랑이란 ‘아무르’를 늘 입에 달고 산다고 합니다. 판소리는 이처럼 흥겹게 부를 수도 있습니다. 본래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이 여인은 지금 다른 것 다 치우고 밤마다 이런 기도를 합니다. “세계에 판소리를 알리는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진정 판소리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판소리도 k-팝처럼 전 세계적인 음악이 되는 것은 꿈일까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