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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봄을 맞는 풍경)

봄꽃이 만발한 평양의 모습.
봄꽃이 만발한 평양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지금 한반도에도 봄이 왔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봄을 맞는 남북한의 풍경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살펴 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네, 영국시인 쉘리의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라는 싯귀대로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가고 봄은 정녕 오긴 오는가 싶더니 봄은 이미 와서 무르익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시에도 이런 싯귀가 있지요? 봄을 찾아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집에 돌아 왔더니 봄은 매화나무 가지 끝에 매달려 있더란 것이지요.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매화꽃이 피려는 풍경을 전하는 말이지요.


봄은 봄이지만 구체적으로 본다면 어떤 계절이 됩니까?


임채욱 선생: 봄은 첫째 일 년 사계절 중 첫 번째 계절이지요. 기상학적으로는 양력 3월에서 5월까지, 음력 1월에서 3월까지를 말하는데, 천문학적 으로는 춘분(3월 21일)에서 하지(6월 21일)까지가 봄이지요. 또 절기상으로는 입춘(2월 4일)에서 입하(5월 5~6일)까지가 봄이라고 하지요. 봄은 또한 초봄, 봄, 늦봄으로도 나누는데 서울에서는 지금 초봄이 끝나가는 시기로 제일 낮은 기온이 0도 이상이고 평균기온이 5도에서 10도가 됩니다. 봄이 되면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해지고 서북계절풍도 약해집니다. 그러나 이동성 고기압과 저기압이 나타나서 변덕스런 날씨가 되면서 꽃샘추위도 찾아오지요. 꽃샘추위는 조선시대 정철(鄭澈)이 지은 가사 <속미인곡>에서 춘한고열(春寒苦熱)이라 해서 봄추위와 여름 더위를 말할 정도로 싸늘하지요. 하지만 봄추위는 오래 가지는 못하지요.


무엇보다 봄이라면 꽃이 피고 개구리가 눈을 뜨는 생물 계절로써 중요하지요?


임채욱 선생: 우리가 사는 한반도가 좁은 땅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봄을 알리는 꽃소식은 시차가 있기 마련이어서 사람들은 봄을 확인하려고 굳이 남쪽을 향해 꽃소식이 있는지를 성급하게 물어도 봅니다. 올해는 매우 추워서 꽃소식도 작년보다 일주일 늦었지요. 이달 초에 남녘에서 산수유 꽃이 피더니 매화도 질세라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고 중순을 넘어서면서 남녘으로부터 개나리, 진달래 소식이 전해지더니 드디어 지금은 중부지방까지 온통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자태를 뽐내려 하고 있고 좀 있으면 벚꽃도 만발할 테지요.


봄을 알리는 풍경으로 꽃 말고도 제비가 있죠? 요즘은 이 제비가 잘 안 보인다고 하지요?


임채욱 선생: 네, 봄의 전령이라 할 제비가 음력 3월 3일, 삼짇날 돌아온다고 하지요. 삼짇날이 올해는 4월 중순인데 대체로 남해안에 이날 전후해서 보이고 북으로 갈수록 늦어져서 평안북도나 함경남도는 4월 하순이 돼야 보이고 함경북도는 5월 상순이 돼야 보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제비 보기가 어렵다고 하지요. 제비는 사람 사는 집에 자기 집을 짓는데 한국의 주거환경이 바뀌어서 아파트가 들어서니 제비가 제 집을 지을 환경이 안 돼는 거죠. 그러니 오지 못하는데 아쉬운 이야기입니다.


봄을 맞는 남북한 풍경이야 뭐 다를 것이 없겠지만 그래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차이는 있을 수 있을까요?


임채욱 선생: 자연으로서의 봄을 맞는 것이야 어찌 다르겠습니까만 아무래도 남쪽에서 벚꽃이 만발할 시점에 북한에는 그들 말로 민족 최대의 기념일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좀 다르긴 하겠군요. 봄의 상징인 꽃을 보는 눈도 다를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나의 꽃을 보는 기호란 것도 달라질 수 있을까요? 꽃에 대한 기호가 특별히 달라진 점도 있나요?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는 벚꽃을 많이 심었고 벗 꽃 봄놀이도 하고 축제도 여는데, 북한에선 벚꽃에 대해선 남쪽만큼 좋은 시선을 보내지는 않지요. 대신 북한에서는 진달래꽃을 몹시 올려 세우고 있지요. 진달래는 무슨 상징 꽃처럼 치켜세워지고 있지요.


진달래꽃에 대한 선호는 어떻게 나타납니까?


임채욱 선생: 심미성이란 관점에서 남북한 주민은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벚꽃이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이란 걸 알지만 그 원류가 제주도 왕벗꽃이란 것을 알아서인지 그렇게 거부감을 갖지는 않는 것 같은데 북한에선 벚꽃을 싫어하는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반대로 진달래꽃에 대해서는 아주 높게 봅니다. 그것은 김일성수령의 이른바 항일혁명 때 일과 연관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 일이란 일본군을 공격하려고 조국 땅에 들어설 때 김정숙이 진달래 한 송이를 꺽어 줬는데, 이 꽃 향기에 조선의 진달래는 볼수록 아름답다고 말하고 대원들 가슴속에 조국애를 심어줬다는 것입니다. 이때부터 진달래는 조국애를 상징하는 것이 되는 데, 그 뒤 김일성은 북한지방 통치자가 됐을 때도 도시녹화사업을 하면서 진달래를 많이 심을 것을 강조했지요. 그러다보니 많은 시인들이 진달래를 노래하게 되고 1962년에는 김정일도 <진달래>란 노래가사를 씁니다. 이러니까 남쪽 한국사람 들에게는 진달래가 북한 국화라고 까지 오해했지요. 사실 국화 반열에 오를 정도로 사랑받고 상찬 받은 것은 틀림없지요. 1964년 목란이란 꽃이 김일성 수령 눈에 띄지 않았다면 진달래가 북한 국화 자격을 얻었을지도 모르지요.


목란꽃은 또 어떤 꽃입니까?


임채욱 선생: 산목련과 같은 꽃인데 함박꽃 종류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김일성이 1964년 5월 어느날 황해도 정방산에 있는 별장에서 이 꽃을 보더니 어릴 때 본 것이라면서 항일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이 꽃을 늘 떠올렸다고 말합니다. 그 몇 년 뒤 중앙식물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또 이 꽃에 대해 언급하니 이날 이후 북한 전 주민은 이꽃에 대한 학습을 하게 되지요. 그러다가 1991년 4월 이 꽃은 북한의 국화로 결정됐지요. 북한에는 통치자가 좋아해서 사랑받는 이런 목란과 진달래꽃 외에도 김일성화라든가 김정일화란 것도 있지요. 이 중에서 김정일화에 대해서 북한에서는 김정일화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전 인류의 기쁨이고 자랑이라고 까지 떠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특별히 사랑받은 꽃이 없습니까?


임채욱 선생: 하나의 꽃이 역사적 중요한 사실이나 문학적인 언급대상이 되더라도 심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꽃은 심미적 관점에서 선호되는 것이니까 한국에서는 무궁화가 국화로 돼 있어도 심미적으로 별로 선호하지 않는 면도 있지요. 그래도 당국이 강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봄꽃에는 진달래나 벚꽃이 들어가고 매화나 개나리, 목련꽃도 포함되겠지요. 매화는 우리 선조들이 제일 좋아했던 꽃이지요.


전에 언젠가 북한에서는 매화를 매우 싫어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아 그건 북한 사람 모두가 싫어한다는 게 아니지요. 이인모라는 사람, 김영삼대통령 때 북송시킨 장기수인데 그 사람이 북한으로 가서 쓴 <진달래 마음>이란 시에서 진달래 꽃을 높이 칭찬하다가 매화를 두고는 “세상 천하 꽃들 중에서 먼저 피여 뽐내려고 눈도 미쳐 녹기 전에 성급하게 피여나는 리기적인 매화처럼...”하는 구절이 있어서 지적한 것이었지요. 그는 자기수기에서 진달래와 개나리는 자기 충성을 뒷받침하는데 매화는 남 먼저 피는 것이 밉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글쎄,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매화꽃은 옛날 선비들이 좋아했다니까 괜히 미워진 거였든가 진달래꽃을 드러내려고 하다보니 그렇게 표현된 것인지도 모르지요. 매화는 아시다시피 퇴계선생이 눈을 감기 전에 “매화에 물줘라”고 말할 정도로 사랑받은 꽃이지요. <가곡원류>란 책, 우리 선조들이 지은 노래가사집 입니다만 유명한 책이지요. 이 책에는 우리 조상들이 좋아하던 꽃이 복숭아꽃이 1위이고 2위가 매화꽃, 3위가 국화꽃, 4위가 배꽃으로 나옵니다. 이런 꽃들에 얽힌 설화를 말하자면 봄밤이 짧을 것 같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