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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낚시를 즐기는 풍경)

북한 평양의 보통강변에서 14일 낚시대회가 열리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북한 평양의 보통강변에서 14일 낚시대회가 열리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봄이 오면 얼어붙었던 강이나 호수에 물이 불어나고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낚시도구를 챙기기 바쁠 테지요. 통일문화산책 오늘 이 시간에는 남북한에서 낚시를 즐기는 것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우선 북한에도 낚시하는 사람은 분명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네, 물론 북한에도 낚시꾼이 있고 남한에도 낚시꾼이 있지요. 청명도 지난 이 때는 평양 대동강이나 함흥 성천강이나 강계 독로강에도 낚시꾼들이 모여들고 있겠지요.


북한 근로자들이 시간을 잘 낼 수 있는지요? 낚시를 억제하는 것은 아니군요.


임채욱 선생: 사람 사는 세상에 낚시는 통치제도와 관계없이 행해지는 것이지요. 물론 시간을 못내는 근로자들도 많겠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을 낼 수 있는 근로자도 있고 은퇴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공식적으로는 낚시도 권장합니다. 김정일 선대통치자가 한 말도 있습니다. “근로자들이 쉬는 날과 퇴근 후에 강이나 호수에 나가 낚시질도 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근로자들이 쉬는 날과 퇴근 후에 강이나 호수에 나가 낚시질을 하게하면 그들의 문화휴식을 보장하는데도 좋고 자연의 풍치를 돋구는데도 좋습니다.” 이렇게 아주 긍정적으로 보니까 오락으로 낚시질을 하는 근로자는 분명 있지만 실제 낚시 인구 중에는 물고기를 팔기 위해 달려드는 생계형 낚시꾼도 많다는 게 탈북자 귀띔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낚시질, 북한에선 낚시질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만 낚시질이 자연의 풍치를 북돋운다는 것은 무슨 말입니까?


임채욱 선생: 낚시하는 풍경이 좋은 경치에 어울려서 보기가 좋다는 것이지요. 북한에선 자연경치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이 없는 경치는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낚시터에 낚시질 하는 낚시꾼이 있으면 경치도 더 좋아 보인다는 말이지요. 이런 관점은 이른바 주체철학의 미학관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주체철학의 미학관은 어떤 것인가요?


임채욱 선생: 한마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란 관점입니다. 북한 주체철학에서 말하는 미의식은 자연보다는 사회, 사회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자연풍경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사회적 성격과 관계가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고 사회생활에서 아름다운 행동이나 뜻있는 생산품이라도 사람의 사상의식과 관계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것이지요. 오직 고상한 사상과 정신을 가진 사람만이 인간일 수 있기에 사람 이상 가는 아름다운 것은 세상에 없다는 것이 주체철학의 미학입니다.


북한에도 낚시하는 인구가 많다면 조직도 있고 낚시대회 같은 것도 있겠네요?


임채욱 선생: 네, 그렇지요. 북한에도 낚시협회가 있고 낚시대회도 엽니다. 낚시질경기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한국 낚시꾼을 볼까요? 한국에서는 낚시가 어떤 대접을 받습니까?

임채욱 선생: 낚시가 매우 성행하고 있지요. 낚시인구가 등산인구 보다 많아졌다고도 합니다. 한 통계는 낚시인구 700만 명이라고 합니다. 낚시만 전문으로 하는 TV 방송도 있고 유명 연예인들이 낚시를 하는 낚시 프로그램도 인기가 있습니다. 또 낚시를 스크린으로 즐기는 낚시펍이란 곳도 있어서 색다른 오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낚시인구가 많아진 것은 낚시가 그전처럼 강이나 호수에 가서 대낚시만 하는 게 아니라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바다낚시가 유행하다보니 낚시인구가 늘어난 것입니다. 낚시인구 700만 명 중 바다낚시꾼만도 224만명 정도 된다고 하니 살만하다고 다양한 오락활동을 하는 거지요. 그리고 바다낚시에 이용되는 영업용 낚시 배만 4500척이라 합니다. 이들 배에서 낚시로 잡는 물고기가 11만 6000톤(조선일보 2017. 12. 7 A2면)이나 된답니다.


영업용 낚시배가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합니까?


임채욱 선생: 낚시꾼들을 태워서 좋은 낚시터로 데려다 주는 영업행위를 한다는 것이지요. 고기잡이배는 본래 어민들이 타고 고기를 잡아서 소득을 올리게 돼 있는데 어민들이 어한기, 그러니까 겨울철이나 고기잡이를 안 하는 때에도 소득을 올려주려고 영업용 낚시배 운영을 허가했는데 그게 1996년부터입니다. 그런데 이런 영업용 낚시배가 조금 더 잘 잡히는 곳에 배를 대려고 속도경쟁도 하다보니 사고도 많이 난다는 것입니다. 올해 초에도 인천 영흥도 부근에서 낚시배가 전복되는 사고가 있었는데 이런 사고가 늘 일어나는 것이지요.


낚시펍은 어떤 곳입니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해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바다나 강이 드러나는 큰 스크린을 앞에 두고 낚시대를 움직이는 것이지요. 스크린 골프, 스크린 야구처럼 스크린에서 낚시를 하는 즐거움을 가지는 것입니다. 한국에는 낚시카페라고 해서 수조(물통)에 든 물고기를 실제로 낚시로 낚는 곳도 있지만 요즘 새로운 개념의 낚시터가 된 곳이 이 낚시펍인데 여기서는 릴낚시대를 스크린 쪽으로 던져 물고기 무는 것을 느끼고 잡아채는 즐거움을 느낍니다. 마치 낚시하면서 느끼는 짜릿한 손맛 그대로입니다. 펍이란 영국에서 간단히 술 마시는 곳 아닙니까, 이처럼 맥주도 한잔 하면서 스크린을 통해 바다에서 낚시하는 손맛도 보는 곳이지요.


낚시는 인류역사와 같이 하는 것이겠지만,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하는 어로행위로서의 낚시와 취미나 오락으로 하는 낚시는 다른 것이지요.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낚시는 인류역사 이래의 행위인데 우리나라에도 1982년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오산리 호숫가에서 돌로 만든 낚시바늘이 발견된 일이 있습니다. 아마도 신석기 시대, 지금부터 한 4,5000년 전에 사용되던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었는데 이때부터 낚시를 한 것을 알 수 있지요. 낚시에 관한 문헌상 최초기록은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신라 석탈해왕이 낚시로 고기를 잡아 어머니께 공양했다는 것이 있습니다. 생계를 위해 어로행위를 하는 방법의 하나로 낚시를 하는 것과 취미도락으로 하는 낚시는 다르겠는데 낚시라고 하면 후자를 말하는 면이 크지요. 취미도락으로 하는 낚시에 대해서는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긴 우리 선조들의 많은 그림과 시문을 접할 수 있습니다. 유명한 윤선도, 이퇴계, 이율곡, 박인로 같은 이들은 시문을 남겼고 이명욱, 장승업 같은 이들은 그림을 남겼습니다. 또 17세기에 살았던 남구만은 낚시에 대한 이론을 담은 책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고기를 낚는 즐거움에만 빠진 것이 아니라 낚시를 통해서 자연을 관조하고 명상의 시간을 가져서 정신적 건강을 얻었을 것입니다. 낚시인들은 이런 정신을 마땅히 배워야 하겠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