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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예술단 교환공연)

가수 조용필과 현송월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장이 지난달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함께 공연하고 있다.
가수 조용필과 현송월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장이 지난달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함께 공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사실 레드벨벳 노래가 평양을 들썩이게 했다지만 북쪽 기준으로 보면 날라리 풍이 틀림없지요.

 

최근 남북한 간에는 예술단 교환공연이 있었습니다. 2월에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겨울올림픽 축하무대로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을 했고 4월에 한국 예술단이 남북평화협력을 기원하는 뜻에서 평양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남북예술단 교환공연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남북예술단 교환공연 어떻게 보셨습니까?

 

임채욱 선생: 네, 무엇보다 남북 양쪽의 공연에 상대방 최고 통치자가 직접 관람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겠습니다. 그 전 공연 때는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이번 교환공연이 어떤 경위로, 어떤 규모로 이뤄졌습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 최고통치자가 신년사를 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이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고 대회가 성공적이 되기를 바라며, 북한도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말함에 따라 남북한 간에 고위급 회담을 열고 북한 선수단 참가와 예술공연단 참가를 결정하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남쪽 언론의 지적처럼 선수단 20여명에 예술공연단은 140명이 왔지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이지요. 북한은 1980년대에도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느닷없이 예술단을 교환하자는 의견을 낸 일이 있어 이번 예술단 공연도 아주 뚱딴지 같지는 않았지요. 어떻든 북쪽예술단은 강릉과 서울에서 한 차례씩 공연을 하는데 서울 공연 때 한국 대통령이 관람했지요. 공연레퍼터리는 북한 가요가 9곡이고 남쪽 가요가 11곡이었습니다. 나머지는 클래식 음악이었습니다. 김일성관현악단의 연주수준은 상당히 높았다고 하지요.

 

혹시 2015년인가 중국에서 미사일 발사장면 같은 배경화면을 문제 삼는다고 공연 3시간 전에 철수하는 행동도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었던 모양이죠.

 

임채욱 선생: 이번엔 북측이 상당히 양보적이었어요. 북한 노래 중 가사에서 체제를 선전하는 내용이나 수령을 상징하는 부분은 남쪽 요청에 따라 빼기도 하고 생략하기도 해서 별 문제없이 넘어갔지요. 하기야 처음에는 이런 문제로 약간의 의견충돌이 있었는데 처음 이런 문제를 협의할 때 예정된 연습도 안하고 숙소로 철수도 했습니다. 그러나 곧 평양으로부터 양보 하라고 지시를 받았는지 남쪽 요청대로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두 번 째 공연인 서울 국립극장에서 예술단 단장인 현송월이 부른 <백두과 한나는 내조국>은 가사가 사실 북한체제 위주 통일을 지향하는 표현이 있는 노래인데 남쪽에서 그대로 부르게 했고 평양에서 한 남쪽 두 번째 공연에서는 이 노래를 남북공연자와 관람객 전원이 손잡고 부르기도 했지요. 그보다 국립극장은 1974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대통령부인이 총 맞은 곳이어서 상징적으로는 적합한 공연장이 되기 어렵지요.

1980년대에도 예술단 교환을 제의했다고 했는데 그 때 어떤 맥락에서 그런 제의가 있었는지요?

 

여기에서 그간의 남북 음악예술단 교환공연을 대강 말씀해 주시죠.

 

임채욱 선생: 첫 교환공연은 1985년 9월입니다. 70년대 남북대화 때는 예술단 교환공연 같은 건 없었지요. 80년대 중반, 그러니까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는 적십자회담 때 북한은 느닷없이 예술공연단 상호방문을 의제로 꺼내서 제의했지요. 남측은 이산가족 상봉을 어떻게라도 실현시키려는 일념에서 예술공연단 상호방문도 받아들였지요. 그에 따라 1985년 9월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함께 예술단 교환공연이 이뤄져서 남쪽 공연단은 평양대극장에서 2차례 공연했고 북쪽 공연단도 서울 국립극장에서 2번 공연을 가졌습니다. 그 뒤 다시 예술단이 왕래한 것은 1999년 12월 평화친선음악회라는 이름으로 한국가수 몇 명이 미국가수와 평양 봉화극장에서 노래를 부른 일이 있습니다.

2000년대에는 북쪽 예술단이 2002년 8월 서울에서 8.15민족통일대회에서 공연한 일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공연에 대한 상호간의 반응이 어떠했습니까?

 

임채욱 선생: 서로가 좋게 평하지를 않았지요. 그땐 서로가 상대방 좋은 부분을 칭찬해 줄 정도로 여유가 있지도 않았기에 그랬겠지만 서로가 상대방의 흠결을 찾아내려는 것처럼 보였어요. 남쪽 공연에 대해 북한에서는 조선적 정서에 멀고 민족의 넋을 잃은 공연이라고 일침을 놓았지요. 가령 <그리운 금강산>을 부른 것을 두고는 미국식 발성인 오그라드는 창법이어서 가사전달이 전혀 안됐다고 평하고 선율만 중시한 꼴을 보였다고 했습니다. 또 국악 창에 대해서는 다 쉰 목소리로 불렀다고 했습니다. 또 코미디언 두 사람이 재담을 한다고 했는데, 북한지방 사투리를 과장해서 웃음을 유발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안쓰는 북쪽 사투리를 그대로 썼다고 지적했습니다. 더욱이 재담내용이 고속도로를 자랑하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북침을 위한 것으로 들렸다고 했지요. 사투리 높낮이도 과장됐고 대사도 인위적으로 강조된 것이어서 북한 관객들이 전혀 웃지를 않았다고 했습니다. 한편 북쪽 공연에 대해 남쪽에서도 우리 전통음악의 기본 리듬인 3박자를 무시하고 2박자를 기본으로 했다고 지적하고 전통무용에서도 지켜야 할 춤사위가 바뀌었다고 비판했지요. 한마디로 전통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컸지요.

 

이번에는 그런 비판은 없었지요? 그럼 한국예술단 평양공연을 좀 볼까요?

 

임채욱 선생: 한국예술단도 평양에서 두 차례 공연을 했는데 두 번 째 공연은 북쪽과 함께 공연했지요. 한 160명쯤 갔는데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은 전에도 간 일이 있었던 가수들이고 나머지는 첫 북행이지요. 걸그룹 레드벨벳도 포함돼 있어서 이른바 K-팝도 무대에서 소개된 셈이지요. 레드벨벳은 북한에선 붉은 융단떼라고 한다더군요. 북쪽 최고통치자가 관람한 공연인데 비판조의 관람평은 있을 수 없지요. 북한 공연에 대해서도 남쪽 최고통치자가 관람하면서 박수 친 공연인데 뭐라고 할 것이 없었지요.

 

이번에 남북한 교환공연이 가져온 의미는 다른 교류에도 영향을 줄까요?

 

임채욱 선생: 사실 레드벨벳 노래가 평양을 들썩이게 했다지만 북쪽 기준으로 보면 날라리 풍이 틀림없지요. 무엇보다 북한 관람객 대부분은 음악을 하거나 외국에 다녀 온 사람들 위주로 선정됐을 터이니까 맥락을 아는 쪽이지요. 거기에다가 이걸 관람한 북한 통치자가 남쪽 대중예술에 대해 우리 인민들이 이해를 깊이 하고 진심으로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으니까 더 이상 이렇고 저렇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번 평양1차공연은 <봄이온다>라는 주제로 열렸고 2차 남북합동공연은 <우리는 하나>로 열렸는데 1차공연을 관람할 때 북한 통치자가 가을에 서울에서 <가을이 왔다>로 또 공연하자고 했다니까 앞으로 교환공연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평화이벤트가 나쁘지는 않지만 이게 남북한 간에 해결해야 할 큰 정치적 문제를 겉돌게 할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지요. 하지만 공연은 공연일 뿐입니다. 예술공연 때문에 남북관계의 차가운 현실이 외면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