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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전통악기 개량)

북한의 개량악기 '21현 가야금'.
북한의 개량악기 '21현 가야금'.
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지요. 이런 개량사업으로 악기들의 음량이 커진 것이나 앉아서 하던 연주를 의자에 앉아서 할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부분이지요

 

지난 4월 27일 남북한 정상회담 만찬에선 남쪽의 현악기 해금과 북쪽의 옥류금이 합주를 했다고 보도됐습니다. 해금은 우리 전통악기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옥류금도 전통악기인지 오늘은 두 악기를 중심으로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임채욱 선생: 네, 그렇습니다. 해금(奚琴)은 분명히 전통악기죠. 옥류금(玉流琴)도 전통악기를 개량한 것이니까 전통악기라 해도 되지요. 두 악기로 <반갑습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란 두 곡을 합주를 했다고 보도됐습니다.

 

그럼 해금이나 옥류금이 어떤 악기인지 말씀해주시고 북한에서 전통국악기를 개량한 모습도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임채욱 선생: 해금은 당나라 때 요하 상류에 있는 북방 유목민족 가운데 해(奚)부족이 쓰던 악기였습니다. 이게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에 들어와서 궁중에서 중국음악인 당악을 연주할 때나 우리 고유음악인 향악을 연주할 때 사용되다가 나중에는 민간음악인 민속악 연주에도 널리 사용돼 왔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반주악기로도 사용되고 독주악기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약 60cm 길이 대나무를 연결해서 명주실로 만든 두 줄을 활대로 마찰시켜서 소리를 냅니다. 북한에서는 2줄이 아니라 4줄로 만들고 있습니다. 해금은 조옮김이 쉽고 음색도 자유롭게 낼 수 있어서 바이올린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냅니다. 아마도 전통악기 중에서는 궁중음악이나 민속음악 할 것 없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악기라고 봐도 됩니다. 북한의 옥류금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전통악기인 와공후를 개량한 것입니다. 이름은 김정일이 붙였다는데 옥구슬 구르는 소리가 나는 거문고라는 뜻이지요. 크기는 길이 132cm, 폭 49cm, 두께 7cm로 현은 33줄입니다. 음역은 도에서 솔까지 변음장치가 있어서 조 바꾸기가 쉽다고 합니다. 가야금처럼 눕혀서 연주하는데 1970년대 초에 만들어졌고 한국에는 1990년대 남북교환 공연 때 이미 선보인 바가 있습니다.

 

옥류금 외에도 전통 국악기를 개량한 것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악기 개량에 대해서도 말해 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우선 한국에서 해금이 두 줄이라고 했지요. 북한에선 4줄로 만들어 음량을 좀 더 크게 내고 있습니다. 단소라는 악기는 퉁소보다 좀 짧은 관악기인데 구멍이 앞에 다섯이고 뒤에 하나입니다. 이 악기를 음폭을 한 둘 높게 한 고음단소를 만들었습니다. 새납이란 악기는 흔히 날라리라고 하는데 이걸 개량해서 장새납을 만들어냅니다. 또 피리도 개량해서 대피리를 만들고 가야금은 본래 12줄인데 19줄, 21줄로 늘려서 만듭니다. 북한이 이렇게 개량한 전통악기는 모두 10종이 넘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전통악기 개량사업을 잘 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지요. 이런 개량사업으로 악기들의 음량이 커진 것이나 앉아서 하던 연주를 의자에 앉아서 할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부분이지요. 또 낮은 음을 내는 악기들이 개량돼서 좋은 음을 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또한 규격화한 덕에 대량 생산이 쉬워졌다는 것도 장점일수 있지요. 반면에  개량 전에 가졌던 그 악기의 특색을 깎아먹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서양식 12음 평균율에 악기를 맞춰놓은 결과 산조나 시나위 같은 기존 전통음악의 연주 때 음색이 많이 달라지는 등의 역효과도 있습니다.

 

왜 북한에서는 전통악기를 개량해 온 것입니까?

 

임채욱 선생: 이른바 주체음악이라 해서 음악에도 주체를 세우는데서 출발합니다. 1964년 11월 김일성이 한마디 합니다. “혁명과 사회발전에 따른 인민들의 생활감정과 민족정서를 반영하는 주체적 민족음악을 건설해야겠다”라고 합니다. 이 말에 따라 전통음악을 민족적 형식으로 하고 그 안에 사회주의적 내용을 보다 잘 담기 위해 악기개량에도 나선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전통악기 개량사업을 하지 않았습니까?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는 북한 악기개량을 두고 다분히 비판조였지요. 전통의 실종, 전통무시라면서 전통모습을 잃어버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서면 국립국악원 악기개량연구소에서 전통악기를 개량하는 일에 관심을 돌리고 연구를 한다고 합니다. 그건 북한의 악기개량이 자극을 한 것이지요. 그간 실제 연주에서는 북한 개량악기를 가지고 한 일도 있기 때문에 개량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봐야겠습니다.

 

악기 개량은 쉽지 않은 일일텐데 북한은 그걸 했군요.

 

임채욱 선생: 그거야 북한같은 전체주의 체제에선 가능하지요. 통치자 한 사람이 결심하면 되는 일이니까. 어떻든 북한의 악기개량사업이 한국에 자극을 주고 영향을 줬다는 것은 의미가 있지요. 개량을 하면서 음량을 풍부하게 하고 음역을 넓히고 연주하기 편리하게 의자에 앉도록 한다던 가 한 것은 아주 잘 한 일이지요. 어떻든 장새납이나 단소 개량, 와공후를 개량해서 옥류금을 만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도 악기개량을 하는 일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의외로 악기개량에 덤벼드는 나라가 드물다고 합니다. 중국이 전통악기 개량사업을 해서 북한도 영향을 받았다는데, 서구라파에서는 프랑스가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할 뿐 전 세계적으로도 악기를 연구하는 종합연구소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국립국악원 외에 서울대학교 뉴미디어기술연구소 같은 곳에서 악기개량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국악의 경우 표준음 문제, 음정 측정문제 같은 분야가 연구대상이 될 것입니다.

 

북한의 개량악기가 연주에도 뛰어남이 있다면 한국 연주자들도 마다하지 안을 것이니 앞으로 남북한이 힘을 합하면 개량된 좋은 전통악기가 많이 생산되고 보급될 수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는 악기를 개량은 잘 했는데 경제난으로 대량생산은 잘 안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산림벌채로 악기를 만들 재료가 부족해서라고 합니다. 북한에서 3년 전 서울시간과 달리 평양시간을 새로 만들었는데, 이번에 다시 서울시간으로 돌리겠다고 한 것처럼 남북한은 많은 분야에서 표준화 작업을 다시 한 번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악기개량사업도 이런 범주에서 진척된다면 좋은 일이지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