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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시조에 대한 남북한의 시각)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노래집인 '청구영언'을 소개하는 기획특별전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청구영언 원본이 공개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노래집인 '청구영언'을 소개하는 기획특별전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청구영언 원본이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백두혁명 계승자>란 제목의 현대시조집이 작년(2017. 7)에 평양출판사에서 간행됐습니다. 주로 북한의 발전상과 정책을 소재로 지은 것이어서 <우리도 핵보유국>, <천하무적 핵위력>, <수소탄 시험성공>, <불바다 선제타격>, <만리마속도> 같은 제목이 보입니다.

 

꽃빛이 찬란하던 봄도 한 고비를 넘기고 있습니다. 꽃이 지고 잎이 돋아나는 신록의 계절이 옵니다. 이런 계절에는 누구나 시를 읊어보고 싶어지겠습니다. 그래서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시조에 대한 남북한의 시각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임채욱 선생: 네, 찬란하던 봄꽃은 지고 있지만 아직은 옛 시인(소동파)이 읊었듯이 “따뜻한 기운과 부드러운 바람으로 가득한 봄밤은 천금과도 같다”는 계절입니다. 이런 계절에는 계절에 맞는 시조도 한 수 읊고 싶지요. 하지만 남쪽에선 계절에 맞는 시조를 찾을 수 있겠지만 북쪽에선 쉽게 찾을 수 있을 런지요.

 

왜 그렇습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에는 시조를 따로 문학장르로 삼지 않습니다. 시조에 대해서는 민족시가라고 하면서 전통시대 고전시가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날 북한 시인들 중 시조라는 이름으로 지은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문학가동맹에도 시조분과는 없습니다.

 

북한에는 시를 어떻게 봅니까, 시를 어떻게 보길 레 시조가 없습니까?

 

임채욱 선생: 시는 대체로 내용위주로 나누기도 하고 형식위주로 나누기도 하지요. 북한에서 내용위주로 시를 나눌 때는 서정시, 서사시, 서정서사시, 산문시, 극시, 가사로 나눕니다. 형식위주로 분류할 때는 벽시, 장시, 연시, 시초로 나누고 있습니다. 시조는 없습니다. 그러나 내용으로는 서정시에 포함시키고 형식으로는 짧은 시란 뜻으로 단시나 벽시가 됩니다.

 

그럼 북한에서 시조에 대해서는 잘 알지를 못 하겠군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는 않습니다. 중국 동북삼성에 사는 조선족 사람들이 지은 시조집을 발간도 하고 있습니다. 또 선대통치자 김정일도 시조에 대해서 언급도 했습니다. “시조는 고려시기에 발생하여 오랜 세기에 걸쳐 각이한 계층 속에서 창작되여 온 고유한 민족시가 형식의 하나이다”(김정일선집 12권 392~393) 여기에서 민족시가라고 하는 것은 전통시대 고전시가라는 뜻이고 시가는 시와 노래가 함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조는 시가 있고 이걸 읊는 노래가 있는 문학으로 봅니다. 그러나 시의 내용이나 그걸 읊는 노래곡조는 옛날 양반선비들이 갓쓰고 술이나 마시면서 흥얼거리던 것이라서 오늘의 혁명적인 현실과 사상정서적 요구에는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그 형식은 간결하고 함축된 것이어서 새로운 단시와 서정시를 창작하는데 살려 쓸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시조라는 표현은 하지 않아도 짧은 시를 지을 때 시조형식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조에서 형식을 차용해서 그 담기는 내용은 사회정치적 성격을 띈 것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지요.

 

그 내용이 오늘날 사상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내용 때문입니까?

 

임채욱 선생: 시조는 옛날 양반들이 자연풍경을 노래하고 자기 신변잡사를 읊은 것이 많았다고 보는 것이지요. 반면에 무인들이 읊은 시조에는 애국적인 사상감정이 넘친다고 좋게 평가합니다. 김종서의 <삭풍가>, 남이의 <북정가>, 이순신의 <한산도가>가 이것이지요.

 

여기서 잠시 무인들의 애국시조를 한 편만 읊고 가죠.

 

임채욱 선생: 김종서(1390~1453) <식풍가>나 이순신 <한산도가>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셈이니 남이(1441~1468)장군의 <북정가(北征歌)>를 읊어보죠.

 

백두산 돌은 칼 갈아 다하고

두만강 물은 말을 먹여 다했네

남아 이십세에 나라를 평정치 못하면 후세에 누가 일러 대장부라 하리오

그런데 압록강변 여진토벌에 공을 세운 남이장군도 나중에 이 시조가 역모를 꾀한다는 빌미가 돼서 목숨을 잃게 됩니다.

 

그럼 이제 한국문단의 시조창작을 볼까요? 한국에서는 시조 짓기가 왕성합니까?

 

임채욱 선생: 한국시조문단은 작품활동이야 자유롭지만 시조를 짓는 인구는 줄어간다고 합니다. 우선 신춘문예에도 시조를 뽑는 공모가 줄어들었습니다. 특별히 시조신인을 뽑는 곳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중앙일보에서는 정기적으로 시조시인을 뽑고 큰 상을 준비해 옵니다만 다른 신문사나 문학단체에선 시조를 외면합니다. 한국에서 한 시인단체에 가입한 시인이 6,600명인데 그 가운데 시조시인은 800명 정도입니다.

 

한국에서 시조 창작경향은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중앙일보 시조대상을 받은 한 시조시인은 말하길 시조는 과거처럼 음풍농월이 아니라 생활모습을 치열하게 묘사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대장내시경 하러 간다>라는 시조도 창작되고 <30w 전등을 켜다>같이 생활에서 우러나온 시조가 나옵니다.

앞에서 북한에서 중국동포 시조집을 간행했다고 했는데 작품집은 어떤 것입니까?

임채욱 선생:  <백두혁명 계승자>란 제목의 현대시조집이 작년(2017. 7)에 평양출판사에서 간행됐습니다. 주로 북한의 발전상과 정책을 소재로 지은 것이어서 <우리도 핵보유국>, <천하무적 핵위력>, <수소탄 시험성공>, <불바다 선제타격>, <만리마속도> 같은 제목이 보입니다. 여기서 <수소탄 시험성공>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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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조작품집은 <력사와 민족 앞에>인데 이 작품집도 어떤 사회적 문제라도 시조형식에 담아 높은 형상성과 풍만한 서정성을 잘 구현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소개한 김일성이 지은 <묘향산 가을날에>라는 작품은 시조가 아닙니까?

임채욱 선생:  1979년 10월에 묘향산 친선전람관에서 지었다는 이 시는 율격을 맞추기는 했지만 시조형식은 아닌 것 같군요. 내용적으로 이런 시는 북한에서 송시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선조들의 시조가 자연경관을 상찬하고 있다고 북한이나 한국 문단에서 지탄도 하지만 그게 왜 지탄받아야 하는지요?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시조가 자기 신변잡사 이야기나 풀어놓고 음풍농월, 즉 맑은 바람을 읊조리고 달을 희롱하는 등 자연풍경을 즐기는 것을 오늘날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데 문학, 특히 시란 그런 것을 읊으란 것이지, 그 무슨 사상이 담긴 거대담론만 외치는 것은 아니지요. 이런 점에서 그런 것을 수용 못한다면 그만큼 시조를 짓는 소재가 줄어들 뿐이지요. 시적감흥은 세상 온갖 일과 자연물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