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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개혁사상에 대한 남북한의 관점)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대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의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묘소.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대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의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묘소.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올해는 실학자의 한 사람인 다산 정약용의 유명한 책 <목민심서>를 지은 지 200년이 되는 해라서 다산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올해를 ‘다산의 해’로 정하자고 한다지요? 그런데 다산을 포함한 조선조 후기에 나온 여러 실학자들의 실학사상을 종전과 다르게 보는 견해도 나왔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남북한에서 실학사상 즉 개혁사상을 보는 관점에 관한 이야기 듣습니다.

 

임채욱 선생: 실학사상이라 하면 우리는 대체로 조선조 후기에 근대화를 지향해서 나타난 개혁사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역사시간에 배우기로는 17세기에서 18세기를 거치고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실학자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성리학이라고 불리는 유학을 공허한 이론을 배우는 학문이라고 비판하면서 현실문제에서 실제사물을 통해 진리를 찾자는 실사구시적인 태도를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사상을 근대화를 이루려는 우리 선조들의 개혁사상이라고 보면서 실학사상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실학사상에는 근대자본주의를 가져올 싹이 들어있다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학계에서는 실학사상을 다시 보면서 그것이 성리학과 완전히 반대되는 이론이 아니라 성리학의 실용적 변형에 지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데 이런 주장은 북한에서도 비슷하게 하고 있는 것이어서 실학에 대한 남북한의 관점을 비교해보는 것은 매우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북한에서 실학사상을 어떻게 보는지 먼저 살펴보지요.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도 실학은 일단 진보적인 사상이라고 말합니다. 성리학이라고 불리는 유학이 공리공담, 즉 빈껍데기 같은 말만 하는 것에 비해 실학사상은 진보적인 철학사상과 사회정치사상을 내오고 있다고 봅니다. 실학사상에 대해서는 선대통치자 김정일도 이렇게 말합니다. “실학사상은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귀중한 민족문화유산입니다. 실학사상가들은 ‘실사구시’, ‘실용지학’을 주장하면서 뒤떨어진 우리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한 학문연구에 전심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실학사상이 우리민족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것이니까 민족문화유산도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민족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사상이란 것은 실학사상의 어떤 부분을 말하는지요?

 

임채욱 선생: 실학사상가들이 우주가 형성되는 문제를 해명했다고 말합니다. 세상을 만든 것은 ‘기’라는 물질인데 이를 실학사상가들이 찾아냈다고 합니다. 이 ‘기’라는 물질이 모여서 질을 만들어 내는데 이 질의 회전운동으로 지구, 달, 해, 별들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한 홍대용을 내세웁니다. 이런 주장이 획기적이란 평가를 합니다. 또 실학사상가들은 변증법을 철학영역에만 묶어두지 않고 사회역사적 영역으로 확장해서 사회개혁사상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한 것도 아주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하지요. 실학사상가들은 당시 사회제도의 모순을 인식하고 이를 개혁하려고 애썼기에 이들 주장에는 자본주의로 바뀌는 지향도 반영돼 있었다고까지 봅니다.

 

북한에서 보는 실학사상이 이렇다면 실학사상은 정통유학사상인 성리학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사상이 틀림없는 것이 아닐까요?

 

임채욱 선생: 북한의 실학사상관에는 긍정과 부정이 섞여있습니다. 실학사상가들이 내세운 사회정치적 견해가 진보적이긴 해도 실학사상가들은 자신들이 처한 양반계급이란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 계급적 제한성 때문에 봉건제도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지 못했다고 평가합니다. 이렇게 긍정과 부정적 평가가 섞여있습니다. 최근 한국학계에서 실학사상에 대해 내린 평가도 이런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봅니다.

 

그럼 최근 한국학계에서 새로 평가하는 실학사상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언급해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먼저 실학이란 용어가 조선후기에 나타난 사상경향에만 쓰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젭니다. 이 용어에 대해 중국에서도 이미 사용된 일이 있는 만큼 모든 시대에서 다 사용 할 수 있는 용어, 그러니까 보통명사지 조선시대 후기에 나타난 특정한 사상만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다음 실학사상이 우리나라 근대화를 지향하는 사상이였다는 주장도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신분제도 개혁을 외면한 사실도 있으니 실학사상이 근대적이라 하기에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실학사상에 근대자본주의 씨앗을 볼 수 있다는 주장도 하는데 사실은 시장, 화폐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실학사상가도 있으니 실학사상이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사상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실학사상에는 민족주의적인 면도 있다고 해왔는데 실상 실학사상가 중에는 청나라 문화를 높이면서 우리문화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실학사상이 근대화를 지향하는 사상이 될 수는 결코 없다고 단정합니다.

 

그렇다고 실학사상 전반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임채욱 선생: 맞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17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유형원-이익-정약용 등으로 이어지는 실학사상가들이 그 전의 유학자들과는 다른 주장을 내세웠고 이들이 오늘날의 무슨 학회처럼 학술단체를 만들어서 함께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경향의 연구를 한 흐름은 이어져 온 것입니다. 연구의 그 성격이 민족주의적인 면도 있고 근대지향적인 면도 있고 민중을 위한 면도 있었던 것은 틀림없지요. 그들은 이런 사상을 세상을 바꾸자고 내놓긴 했는데 엄격하게 하나하나 따져보니 근대적인 면도 약하고 개혁적인 면에는 한계가 있고 진보적인 면도 억지로 봤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 것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양반들이 자기들 위치를 더 굳히기 위해 제도개선을 하려는 것이지 일반 백성들인 상민을 위한 개혁은 아니란 것입니다.

 

그럼 앞으로 실학사상에 대한 평가는 어떤 방향으로 될까요?

 

임채욱 선생: 앞으로 남북한 다 실학사상이 과연 근대를 지향하는 사상이었나, 아니면 왕조체제 유지를 위한 봉건사상에 머물러 있었나 하는 면을 파헤치게 되겠지요. 하지만 실학사상에 영향을 받아서 대한제국 시기 때 개화사상이 나오고 애국계몽운동이 일어난 것은 여전히 주목받을 일입니다. 이런 부분은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설명으로 볼 때 실학사상을 둔 남북한 학자들의 견해에서 일치되는 부분도 많을 것으로 이해됩니다. 이런 부분을 둔 공동연구도 추진할 수 있겠네요?

 

임채욱 선생: 실학사상 자체에도 공통되는 인식이 가능할 부분이 있지요. 그런 것은 서로 학문적 연구자료 교환으로 충분 할 것이고 공동으로 깊이 파 볼 부분은 실학사상이 한말에 개화사상이나 애국계몽운동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가 하는 부분이 될 것입니다. 애국계몽운동에 대해서는 북한에서도 애국문화운동이라면서 일정한 의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