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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한의 반려견과 북한 단고기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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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조선중앙TV가 소개한 평양 신흥단고기집에서 판매하고 있는 단고기장(보신탕)과 개고기로 만든 수육.
사진은 조선중앙TV가 소개한 평양 신흥단고기집에서 판매하고 있는 단고기장(보신탕)과 개고기로 만든 수육.
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에서는 개고기가 아니라 단고기지요.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고 해서 단고기라고 부른답니다

 

한 여름 더위를 맞고 있습니다. 여름철 계절음식으로 보신탕이 있었는데 요즘 한국에서는 개고기 보신탕을 먹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식용개 농장은 2,800여곳이 넘고 78만여 마리가 사육중이고 개대신 닭을 많이 먹게 되는데 닭은 한국 내 소비는 연간 9억마리, 1인당 소비량은 18마리(2017 한국육계협회조사) 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한국의 복더위에 한민족과 관련한 식습관에 얽힌 이야기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이야기 나눕니다.

 

임채욱 선생: 마침 오늘이 중복 날입니다. 그 전에는 복날이면 한국에서도 개고기 수육이나 끓인 보신탕을 먹는 것을 하나의 식습관으로 했는데, 요즘은 그게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개고기 먹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노골적으로 개고기 식용반대 캠페인을 벌이고도 있지요. 초복 날이던 지난 주 17일 서울에서는 개고기 먹는 것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지금 대통령이 키우고 있는 반려견도 등장해서 시위의 효과를 올린 모양입니다. 이 집회는 개를 ‘먹지 말고 안아주세요’를 모토로 내세우고 ‘개식용 반대’를 부르짖었답니다. 개고기를 즐겨 먹는 사람들은 내가 식용으로 키운 개를 먹지 반려견을 먹지는 않는다고 주장하지요. 하지만 ‘개식용 반대’ 집회를 연 단체들은 식용개와 반려견이 다르다는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한국에서 개고기 먹는 습관이 약화돼 가는 큰 이유는 반려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겠지요. 그밖에 다른 이유도 있을까요?

 

임채욱 선생: 아무래도 먹거리가 많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전에는 먹을거리가 부족할 때여서 개고기를 찾았겠지만 지금은 개고기 아니라도 먹을 것이 많은데 굳이 개고기를 찾을 이유가 없지요. 복날 개고기를 먹는 것은 딱히 정해진 것도 아니지요. 쇠고기나 닭도 먹을 수 있고 물고기도 먹을 수 있으면 되지요. 무엇보다 개를 애완견 수준에서 반려견 수준으로 아끼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개고기 식용을 계속 반대도 하고 또 식용견 위생상태가 의심되는 부분도 있어서 개고기 식용이 확 줄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에는 식용개 농장이 2,862곳에 78만마리 개가 사육되고 있는데 비위생적인 먹이를 주고 또 항생제를 주고 있다고도 알려져서 개고기를 기피하게 되는 면도 있지요.

 

그렇지만 북한에서는 개고기 요리를 아주 좋은 음식으로 여긴다면서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북한에서는 개고기가 아니라 단고기지요.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고 해서 단고기라고 부른답니다. 이 단고기를 얼마나 높게 보는지 “오유월 단고기 국물은 발등에 떨어져도 약이 된다”라고 까지 말합니다. 단고기에 대해서는 북한 통치자들이 다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지요. 선대통치자 김정일은 “단고기 료리는 우리 인민들이 좋아하는 전통적인 민족료리입니다.”라고까지 말했고, 기회 있을 때마다 단고기 집을 직접 찾아 지도를 했다고 하지요. 2010년 3월과 4월에도 평양단고기집을 찾아서 세심한 가르침을 줬습니다.

 

통치자가 요리하는 것도 지도한 모양이군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온갖 일에 관여 안 하는 게 없는 이른바 만기 친람형 이니까요. 김정일이 개고기 요리를 두고 말한 것은 이렇습니다. 단고기 요리는 연하고 순수하여 구수해야 한다, 단고기 장을 만드는 비결은 물을 어떻게 끓이는가, 국물을 어떻게 달게 하는가 하는 것인데, 국물을 달게 한다고 해서 맛내기나 사탕가루를 쳐서는 안 된다. 국물은 색깔이 보기 좋고 국물에 기름이 동동 떠있어야 하는데 국물이 쇠고기 국물과 같은 색이 나와야 제대로 된 것이다.

 

아주 자세하게 말했네요.

 

임채욱 선생: 그뿐입니까? 개고기로 만드는 위쌈과 순대 만드는 레시피도 일일이 말합니다. 위쌈에는 기장쌀이나 좁쌀을 넣는 것이 좋고 순대에는 반드시 피를 넣어야 좋다는 말도 하지요.

 

그렇다면 개고기요리를 위한 정책적 배려도 크겠군요.

 

임채욱 선생: 개고기를 공급 잘해야 단고기집을 잘 운영할 수 있다면서 ‘단고기 수매사업소’를 평안남도 평원군, 숙천군, 황해북도 은파군 같은 곳에 두고 있지요. 이곳에서 1차 가공을 해서 각지의 단고기 집에 개고기를 공급합니다. ‘고난의 행군시절’이라고 하는 1990년대 중반 그 어려운 시절에도 단고기 집에 흰쌀과 좁쌀을 공급하도록 특별조치도 취하고 전력공급도 보장했다고 하지요.

 

이런 개고기 선호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도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은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물론 북한에도 개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집은 있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당간부 등 상류층 가정에서 애완견 키우는 집이 더러더러 있었는데, 지금은 길에 데리고 나오는 사람도 보일 정도가 됩니다. 애완견으로 키우는 것이지 한국에서처럼 반려견 수준은 아직 안되지요. 애완견은 그저 사랑스럽게 귀엽게 여길 정도지만 반려견 정도 되면 가족처럼 생각한다는 것 아닙니까? 북한에선 애완견이란 말은 있지만 아직 반려견이란 말도 없습니다. 한국에서처럼 반려견이란 개념은 없지요. 그러니까 북한 탈북자들은 한국에서 개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하지요. 북한에서는 자기가 키우는 개도 정들기 전에 잡아 먹어버리는 편이랍니다.

 

북한에서는 한국에서 반려견 키우는 것도 비난대상으로 삼겠군요?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북한에서는 한국의 반려견 키우는 행태를 여러 매체를 통해 비난하고 있어요. 개에게 옷을 입히고 있고 털을 깍아 주는 것도 못마땅해 하는데, 실제로는 여기서 끝납니까? 다이어트 시킨다고 돼지고기를 절대 먹이지 않고 소고기도 기름끼 빼고 먹인다든지, 비타민을 먹인다든지 하지요. 또 건강상태를 돌본다고 정기검진을 받는다든지, 하는 것까지는 있을 수 있다고 쳐도 짖는 것이 시끄럽다고 성대수술을 한다든지 하는 짓도 하지요. 반려견 한 마리 키우는 비용이 아기 하나 키우는 것만큼이나 들어간다고 합니다.

 

한쪽은 개고기 요리를 기피하는 경향이 늘어 가는데, 다른 한쪽은 여전히 개고기요리를 선호하고 있군요.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는 개고기요리를 북한주민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해외동포들이나 외국사람들도 맛있다는 찬사를 보낸다고 합니다. 세상에 소문난 유명요리가 됐다는 주장입니다. 프랑스 여배우 브리짓도 바르도가 개고기 먹는 한국인을 비난했을 때 남쪽의 한국사람들은 식용개(狗)를 먹는 것이지 애완견(犬)을 먹는 것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항의했던 것이 얼마 아닌 것 같은데, 한국에서 식용개 먹는 식습관도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프랑스 그 배우는 한국이 아니라 북한으로 날아가야 할 것 같군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