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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백두산 폭발 공동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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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영국, 중국, 미국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진이 2016년 4월 백두산 천지 인근 60㎞ 안에 지진계를 설치해 지진파 자료를 분석하는 모습.
북한과 영국, 중국, 미국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진이 2016년 4월 백두산 천지 인근 60㎞ 안에 지진계를 설치해 지진파 자료를 분석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국립환경과학원도 백두산 천지 물 20억 톤이 화산 폭발 때 어떻게 될까를 시물레이션 분석을 해봤다고 합니다

백두산이 활화산으로 폭발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지요? 그래서 남북한이 공동연구를 해보자는 의견이 전혀 비현실적이 않다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 이 시간에는 백두산 폭발을 둔 공동연구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알아 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네, 우리민족의 성산인 백두산은 그 상징성만으로도 내세우고 싶은 산인데, 폭발할 수도 있다는 보도는 우리를 우울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과학적 근거에 따른 것이기에 냉철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주장은 작년(2017년) 9월 서울에서 세계적인 화산학자들이 모여 백두산 폭발문제를 다룬 학술회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전에도 간간이 그런 주장들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주장들이 나왔습니까?

임채욱 선생: 백두산은 2000년대 들어서 지진이 여러 차례 일어났습니다. 2002년에는 백두산 천지 밑 부분에서 한 달에 250여 차례 지진이 느껴지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지진이 백두산의 화산활동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견해가 제기됐다는 것입니다. 이게 인공지진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도 있는데, 인공지진이라면 북한 핵실험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것이지요. 핵실험으로 발생한 인공지진이 지하에 있는 마그마를 자극해서 화산활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까운 시기 안에 일어날 수 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공지진으로 화산분화가 일어난 일은 전례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고 합니다.

백두산은 한 1000년 전에도 폭발한 일이 있었다면서요? 이 폭발로 발해가 멸망했다고 하는 학설도 있다지요?

임채욱 선생: <고려사>란 역사책 946년에 개성에서 ‘하늘의 북이 울렸다’란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일본 나라(奈良)의 한 절에서도 이 해 11월 ‘하얀 재가 눈처럼 떨어졌다’란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기록이 맞다는 연구가 서울 학술회의에서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수인 클라이브 오펜하이머 박사가 2011년부터 5년간 백두산 현지에서 연구한 결과는 백두산 폭발이 946년 11월에 일어난 것을 알아냈다고 합니다. 그는 백두산에서 운 좋게도 찾아낸 지름 1m 크기의 낙엽송 나무화석을 탄소연대측정법으로 나이테를 분석했더니 이 연도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발해가 망한 것은 이보다 앞선 926년이니까 20년 뒤 폭발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라고 보겠습니다.

백두산 화산폭발에 대해 북한학자들의 관심과 연구는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작년 8월에도 양강도 삼지연군에서 국가과학원 지질학연구소,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건축종합대학들의 과학자, 기술자, 교수들이 모여 발표도 했습니다. 발표에서는 지진 발생과 백두산 화산 분출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인 예측과 지진 및 화산 관측의 정보화 실현방안들이 발표됐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백두산 화산폭발에 대한 연구는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여러 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고, 국립환경과학원도 백두산 천지 물 20억 톤이 화산 폭발 때 어떻게 될까를 시물레이션 분석을 해봤다고 합니다. 그 결과는 만일 폭발이 일어나면 마그마가 물과 섞였다가 식으면서 어마어마한 양의 화산재가 된다고 내다봅니다. 용암가스와 화산재에 있는 입자가 혼합된 물질이 지상에서 8km 이상 올라간 후 북아메리카와 그린란드 상공까지 확산된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백두산이라면 중국도 관심을 가질 텐 데, 중국 쪽 연구도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당연하지요. 중국 지질연구소는 1999년 화산관측소를 세우고 연구인력을 투입했는데, 백두산 지하에는 4개의 마그마 방이 있어서 이게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폭발위력이 커진다는 주장을 내놨다고 해요. 또 중국과학기술대학 지질연구소에서는 백두산 지하 마그마 지열이 땅으로 전달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보고를 했습니다.

남 북학자들의 공동연구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은 2007년 이후 한국학자들에게 세 차례 정도 공동연구를 제의한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핵 실험 때문에 남북한 관계가 악화되는 바람에 추진이 될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 남북한 관계가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백두산 공동연구 기지를 만들고 남북한 학자 수백 명이 달라붙는 여러 분야 공동연구를 해 보면 좋겠군요. 화산폭발 문제뿐만 아니고 광물자원, 식물자원연구도 하고 천문연구도 하고 역사, 신화연구도 하는 큰 연구단지를 만들어 보면 좋겠군요.

백두산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그 어떤 남북한 교류나 공동사업보다 백두산에 대한 공동사업이 우선될 수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그럴 가능성은 큽니다. 김정은 통치자는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늘 백두산을 찾는다고 알려져 있지요. 그는 3년 전 4월에 비행사들과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행군대원들과 함께 등정했습니다. 또 2014년 10월에도 등정했다고 하고 작년(2017년) 12월에도 올랐으니 세 번이나 백두산을 오른 셈인가요? 김정은은 백두산을 두고 “백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은 조선민족의 자랑이고 우리 인민의 긍지입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백두산을 혁명전통 교양의 거점으로 잘 꾸리라 했습니다. 그러니 이른바 ‘혁명의 성산’이란 백두산에 대한 연구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북한에서는 ‘민족의 성산’이란 표현은 하지 않습니까?

임채욱 선생: 물론 합니다. 한국에서처럼 백두산이 단군과 관련된 곳으로 여기지는 않지만 고조선의 역사무대이고 우리 문화가 꽃 핀 무대로 보고 있지요. 하지만 백두산을 ‘김일성의 산인 동시에 김정일의 백두산’으로 규정하고, 백두산 8경에도 김정일 친필을 넣고 있으니까 남쪽 동포들은 그걸 받아들이기가 어렵지요. 그들 말대로 백두산이 ‘주체혁명의 발원지이고 승리의 상징이며 영원한 등대’(박사 권승안)이기에 언제나 ‘혁명의 성산’으로 새겨져 있는데 화산폭발 같은 과학분야 연구 외에 인문분야 연구는 갈등도 있을 수 있지요. 하지만 백두산은 민족의 성산이란 점을 굳이 외면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연구의 공통영역도 분명 있을 수 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