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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돈 놓고 돈 먹기-와싱톤한인교회 김영봉목사

요즈음 미국 전체가 경제 위기 앞에서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상상할 수 없는 거액을 들여 거대 금융 기업들을 살려 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고, 의회는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후에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대통령과 양 당의 대통령 후보 그리고 의회 고위직 위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응급 처방을 하면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으나, 언제고 또 다시 이 같은 문제가 일어날 것이 뻔합니다. 이번 기회에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렇게 하기에는 국민들이 치러야 할 고통이 너무나 크고, 고통의 기간이 길 것입니다. 도대체 뾰족한 수가 없어 보입니다.

저는 학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지만 이 분야에 문외한에 가깝습니다. 이런 쪽에 하도 개념이 없다 보니, 저의 아내는 “당신이 경영학을 공부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하곤 합니다. 이 같은 ‘경치’(economy-blind)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만, 이 모든 문제는 단순히 말해 ‘돈 놓고 돈 먹기’ 놀음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말이 좋아서 투자이지, 대부분 투기에 가깝습니다. ‘투자’(investment)는 여유 돈을 좋은 일을 위해 장기간 빌려 주어 그 이익을 분배 받는 것입니다. 반면, ‘투기’(gambling)는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으로서, 단기간에 돈을 굴려 많은 이익을 얻자는 노력입니다.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렌 버핏이 지난주에 주식에 투자하여 엄청난 이익을 보았다고 하는데, 이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입니다. 투자는 자본주의 제도의 토대이지만, 투기는 자본주의 체제를 파괴시킬 암초입니다.

불행하게도, 지금의 금융 제도는 투기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요즈음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직업은 이 분야에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대부분 투기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내로라는 천재들이 모인 월 스트릿(Wall Street)에서 피 말리는 경쟁에 몰두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만한 연봉을 받을 만하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그것이 사람 사는 모습은 아닌 듯합니다. 그 체제에 들어가 분초를 다투며 경쟁하는 사람이나, 거기에 돈을 맡기고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 시황을 점검하는 사람이나, 금융 위기로 인해 몰락한 사람들이 천지인데 이 기회를 타서 투기를 시작하는 사람이나, 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돈 놓고 돈 먹기가 얼마나 잔인한 게임인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어떤 형식으로든, 투기로 돈을 버는 것이 신앙적으로 옳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교회 건축 헌금을 내기 위해 복권을 사는 사람도 있다 하니, 할 말이 없습니다. 불노소득을 탐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에 맞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건전한 노동(육체적 혹은 정신적)을 하고, 그 노동의 대가로서 돈을 벌기를 원하십니다. 여유 돈이 있을 때 건전한 투자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투기를 하는 것은 신앙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돈 놓고 돈 먹기는 결국 자신에게나 이웃에게나 잔인한 결과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에 믿는 사람들만이라도 건전한 경제 윤리 의식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2008년 9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