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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한글과 훈민정음)

한글날인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글문화 큰잔치에서 한 어린이가 한글과컴퓨터그룹 부스에 마련된 목판 인쇄 체험을 하고 있다.
한글날인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글문화 큰잔치에서 한 어린이가 한글과컴퓨터그룹 부스에 마련된 목판 인쇄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한국에선 한글을 다 만들어서 세상에 알린 것을 기준으로 날을 정한 것이고 북한에선 한글을 다 만든 날을 기준으로 한 것이지요.

한글날이 든 10월이 갑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남쪽에선 한글이라고 하고 북쪽에선 훈민정음이라고 하는 우리나라 글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합니다. 먼저 한국에선 10월9일을 한글날이라고 기념하는데, 북한에서는 이날 기념을 하지 않는다고 한국 한 단체는 북한도 한글날 기념을 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한글과 훈민정음 주제로 이야기 나눕니다.

임채욱 선생: 아마도 그 단체는 북한에서도 한글기념일을 따로 기념한다는 것을 모르거나 알지만 이왕이면 10월 9일을 한글날로 기념하자는 뜻이 아닐까 싶군요,

그럼 북한은 따로 기념하는 한글 기념일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네, 있지요 1월 15일이 북한에서 기념하는 한글기념일입니다. 명칭도 한글기념일이 아니라 훈민정음 창제기념일입니다. 올해 1월15일이 훈민정음 창제 573주년이었습니다. 이번 한글날 571돐 기념일과 차이가 나지요?

왜 차이가 납니까?

임채욱 선생: 네. 한국에선 한글을 다 만들어서 세상에 알린 것을 기준으로 날을 정한 것이고 북한에선 한글을 다 만든 날을 기준으로 한 것이지요. 세종대왕이 한글을 다 만든 다음 세상에 알린 날은 세종 28년 음력 9월 29일입니다. 이날을 양력으로 환산한 것이 10월 9일이 된 것입니다. 이 결정은 대한민국 시대에 와서 한 것이 아니라 1940년대 아직 우리나라가 일제 통치를 받고 있던 때에 우리 한글학자들이 결정한 것입니다. 북한에서 훈민정음 창제일을 1월 15일로 한 것은 1949년부터인데 세종 25년 12월을 환산한 것으로 보이는데 특별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지요. 추측하기는 그 전 해 1948년 1월 15일 조선어무연구회란 단체에서 ‘조선어 신철자법’을 발표한 일과 연관되거나 북한공산주의자들이 그들 최초 출판물이라고 하는 [새날]이란 잡지가 1928년 1월 15일에 발간된 것과 관련된 것일 수 있다는 정도지요.

한글과 훈민정음은 왜 다른 명칭으로 불립니까?

임채욱 선생: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 때 훈민정음이라고 했지요.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으로 한 것이지요. 이 때 소리는 글자를 뜻한다고 봐도 됩니다. 우리가 한글이라고 부르게 되 유래는 1926년 조선어연구회란 단체를 중심으로 훈민정음을 반포한지 480주년이 된다고 기념행사를 하면서 이 날을 가갸날로 정하기로 했고 그 2년 뒤 기념행사를 하면서 다시 한글날로 고쳐 부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광복 되던 이듬해 1946년 10월 9일 서울 덕수궁에서 한글반포 500돐 행사를 크게 엽니다. 북한에서도 한글이란 명칭을 전혀 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조선어학회 회원들 중 대부분이 남아서 활동하는 남쪽과 달리하려고 훈민정음이라고 부르기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오히려 북한에선 세종대왕 뜻대로 부른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임채욱 선생: 그건 이렇게 봐야 합니다. 북한에선 한글을 세종대왕이 창제했다고 강조하지 않습니다. 한글이란 우리나라 문자는 인민들 힘으로 만들어졌고 다만 세종대왕 때 만들어졌다고만 가르치고 있습니다. 물론 성삼문 같은 신하가 앞장서서 훈민정음을 만들지만 인민들 지혜를 잘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 글자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백성들이 스승이란 것을 강조하지요. 결국 명칭만 훈민정음이라 한 것이지 세종대왕의 깊은 뜻을 살리려고 훈민정음이라고 한 것은 아니란 말이죠.

한국에서는 이번에 정부에서 주관하는 한글날 기념행사를 하면서 행사내용도 우리말로 바꾼 표현으로 했다고 하지요?

임채욱 선생: 네. 이번에는 전과는 달리 표현했지요. 가령 식을 시작한다는 개회사를 여는 말, 애국가 제창을 애국가 다 함께 부르기, 경축사를 축하말씀, 폐회를 닫는 말로 표현했지요. 한글날은 우리 글자를 기념하는 날인데, 왜 굳이 이 날 우리말을 찾아 쓰는 캠페인 같은 표현을 쓰느냐 하면 우리 글자를 기념하는 날에는 우리말도 다듬자는 뜻이 있다고 본 거겠지요. 글자 따로, 말 따로가 아니라 문자생활을 바르게 하려면 말에 대한 것도 함께 가야 된다는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한글이니 훈민정음이니 하는 것이나 기념일이 다른 것은 나중에 다 통일문화가 형성된다면 해결될 일이겠지요. 이번에는 한글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새겨 볼까 합니다. 우리보다 외국 학자들이 더 한글 우수성을 말하지요?

임채욱 선생: 일본학자 중에 7년 전 <한글의 탄생>이란 책을 쓴(2010년) 노마 히데키란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세계 문자 중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고 그 글자 하나, 하나 발음을 이렇게 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글자는 한글 외에는 없다고 단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 발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왕과 신하가 토론을 하고 결정한 사례가 없다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고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라고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글자형태가 발성과 관계돼서 만들어 진 것은 상당히 과학적이라 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배우기가 아주 편하다는 장점은 어디에 내놓아도 제일이라는 것입니다. 또 인쇄가 쉬워서 타이프라이트나 컴퓨터 자판 처리가 아주 편리하다는 것입니다.

컴퓨터 자판 말이 나왔는데, 남북한 통일자판 논의도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임채욱 선생: 남북한이 교류를 좀 하던 2000년대 초에 서로 다른 컴퓨터 자판을 통일해보자는 논의는 당연히 나올 문제지요. 당시에는 컴퓨터 자판뿐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친 산업표준화 문제를 논의했지요. 하지만 대부분이 논의에 끝났지만 컴퓨터 자판만은 좋은 결과를 봤다는군요.

그 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임채욱 선생: 한국정보관리협회를 이끄는 조석환 회장이란 분이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와 협의해서 ‘한겨례 통일표준글자판’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할 수 없을 때는 중국에 있는 조선족 언어정보처리학회를 중간다리로 해서 협의했다는 군요. 이 통일글자판 배열에서 자음은 북쪽 글자판을 응용했고 모음은 남쪽의 글자판을 응용해서 개발하고 운영체계도 남북한이 달라서 남한이 쓰는 마이크로 소프트 체계와 북한이 주로 쓰는 리눅스 체계 둘 다 쓸 수 있는 겸용체계를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참 큰일 했습니다만, 그게 남북한 당국 승인 하에 실제로 사용되는 날이 통일문화가 이뤄지는 날이겠지요?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통일에 대비해서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고 이런 것들이 언젠가는 다 통일의 디딤돌이 되겠지요.

한글을 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만 끝으로 우리글자뿐 아니라 우리말과 관련된 남북한 연구도 있어야겠지요?

임채욱 선생: 물론입니다. 이번에 한글날 기념식 주제를 ‘마음을 그려내는 빛 한글’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한글이 어떤 형상도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말뿐 아니라 세계 어떤 말도 표현이 가능하고 한글 제정 당시 정인지가 말했듯이 바람소리, 닭 우는 소리, 학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도 표현할 수 있지요. 이런 좋은 글자로 우리말도 남북한 통일을 이룰 수 있게 표현해주고 앞으로 우리가 말을 하면 그것을 음성인식 해서 정확한 문장으로 바꾸는 기술도 남북한이 힘을 합쳐 이뤄내는 때가 오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끝으로 한글은 현재 해외에 사는 우리 동포 700여만 명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