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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에서 운세를 보는 사람들)

서울 종로구에서 십여 개의 점집들이 나란히 진을 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십여 개의 점집들이 나란히 진을 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일반주민들뿐 아니라 당 간부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도 점집을 찾으며 심지어 김정일이나 김경희 같은 사람도 점치는 무속인을 곁에 두고 있다고도 합니다.


새해도 세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하지만 음력으로는 2월 중순을 지나고 있지요. 그래 예전에는 새해를 맞으면 운세를 점치는 무속행위가 많았는데, 이런 것을 억제하는 북한에서 근래에 와서는 점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남북한에서 운세를 보는 사람들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북한에서 점치는 행위가 성행할까요?


임채욱 선생: 작년 12월 북한에서는 당 세포위원장대회가 열렸습니다. 세포위원장은 그 전에 당 세포라고 하던 것을 바꾼 것입니다. 평양에서 열린 이 대회(12. 19~26)에서 당면과업들을 토의하고 학습했는데 이를 통해 밑으로부터의 충성을 유도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과업 중에서 ‘비사회주의적 현상’에 대한 투쟁도 포함돼 있습니다. 적대세력들이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사상독소들을 퍼트리고 있다는 것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점치는 행위도 단속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에서도 점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말이겠지요.


북한에서는 점치는 행위가 당연히 처벌대상이 되겠지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점을 치는 것을 미신으로 보고 철저히 단속해왔지요. 김정일도 “미신행위를 하는 현상과 타협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막아왔지요. 그렇지만 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점을 보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아마도 체제를 못 믿을 만큼 불안감이 컸기 때문이겠지요. 일반주민들뿐 아니라 당 간부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도 점집을 찾으며 심지어 김정일이나 김경희 같은 사람도 점치는 무속인을 곁에 두고 있다고도 합니다.


북한에서는 점치는 무속행위를 어떻게 봐옵니까?


임채욱 선생: 무속행위는 종교나 미신이나 마찬가지라고 보고 사람들에게 해독을 끼친다고 말합니다. 종교나 미신에 젖게 되면 사람이 제정신을 잃고 되고 허황한 것을 믿는 머저리가 된다고 말하죠. 이 머저리들은 당 정책을 따를 수도 없고 적들에 이용돼서 민족을 반역하고 반국가 행위를 하게 된다고 봅니다.


무속행위야 미신으로 볼 수 있지만 종교도 무속행위처럼 본다면 종교를 미신으로 보는 것 아닙니까?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종교에 대해서 과학적 지식이 낮았던 사람들이 자기운명을 신에게 맡긴 것이 종교이고 나라가 있은 뒤에도 착취계급이 근로자들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종교적 인생관을 퍼트렸다고 봅니다. 종교적 인생관은 사람을 무능력한 인간으로 만드는 그런 해독성을 지녔다고 보기 때문에 미신이나 마찬가지로 보는 것이 됩니다.


앞에서 북한의 지도층사람들도 무속인을 곁에 두고 있다는데 근거가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김정일이 뇌출혈로 쓰러진 뒤 길흉의 운명을 점치는 일이 잦아졌다고 하지요. 김정은 경우는 점술가 말에 따라 사주팔자 중에서 가장 나쁜 태어난 시간을 바꾸려고 북한 표준시간까지 바꿨다고 합니다. 김정은이 30분만 늦게 태어났다면 아주 좋았을 것이라는 사주풀이에 근거해서 북한 표준시간을 한국과 같은 시간에서 30분 늦춰버린 것입니다. 명분은 광복 70년이 되도록 일본 표준시를 사용하는 것을 벗어나도록 했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사실이라면 3년 전 2015년 8월에 표준시간을 바꾸면서 평양시간이라고 한 것도 다 지도자 한 사람을 위해 일으킨 웃음거리가 되겠군요. 이러니까 북한에서도 사주나 명리학 같은 것도 있고 심지어 점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지금 북한에선 인민보안성 사람들이 점집을 찾아 점치는 사람들을 단속하러 갔다가 그 자리에서 자기 점을 치는 일도 있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말 아닙니까. 점만 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굿도 한다고 하는군요.


점을 치는 일, 사주를 보는 일, 굿을 하는 일 등을 뭉뚱거려서 무속이라고 합니까? 그 개념을 한 번 말해주시죠.


임채욱 선생: 점을 치는 일, 사주를 보는 일은 역술 또는 역학이라고 하고 굿을 하는 일등은 무속이라고 합니다. 점을 치고 사주를 보는 것은 본래 역술이론을 바탕으로 한다면 무속은 무당이란 중매자를 통해 굿을 하거나 무슨 제사를 지내면서 신과 교류하려고 하는 행위라고 하겠지요. 둘 다 종교에 비해서는 미신이라고 보는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속이 민간에서 많이 행해지는 신앙형태인데 비해 역술은 주역에서 나온 이론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또 땅의 좋고 나쁨을 따지는 풍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한국에서 점치는 일이라든가 사주 보는 일 등 역술행위라든가, 굿하는 무속행위 또 풍수를 대하는 현상을 한 번 보지요. 한국에서도 이런 행위들이 성행한다고 들었습니다.


임채욱 선생: 네, 한국에는 역술이나 무속을 막는 일도 없고 단속하지 않으니 하나의 직업처럼 행사하지요. 심지어 역술인이나 무속인, 또 풍수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버젓이 방송에까지 출연하고 신문에도 오늘의 운세란이 있어서 누구나 오늘의 운세가 어떤지 보기도 하죠. 무식한 사람이나 늙은이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 해 운수를 점쳐 보는 젊은이도 많아서 무슨 문화적 경향이랄까 현상이라고까지 말할 정도가 되지요. 또 한국대통령들 올해 운세가 어떤지도 사이버상에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지금 대학에서도 사주, 관상, 풍수를 가르치는 학과가 버젓이 설치되고 있고 이런 것을 가르치는 학원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사주를 봐주고 점을 치고 관상을 봐주는 사람들을 무속인, 또는 역술인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10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합니다.(조선일보2017. 11. 25. B3면) 이 숫치에 풍수인들이 들어 간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풍수가도 많습니다.


이런 행위들에 대한 현대적인 의미를 한 번 더 짚어주시죠.


임채욱 선생: 역술의 원리가 되는 주역은 동양의 여러 민족이 수천 년 간 믿어 온 학술사상이고 공자도 심취한 이론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주역에 바탕한 태극으로 국기로 만들었고 지금 한국은 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주역을 새로 해석한 정역을 현대와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역술은 이런 원리에 입각해서 발전할 것입니다. 무속행위는 과거 우리 민간신앙의 바탕이므로 민속학이론으로 정리되고 있지요. 다만 나라 다스리는 일에 무슨 무당이 종교인으로 가장해서 나타나는 어리석은 일은 남에서나 북에서나 없어야겠지요. 풍수학은 현대지리학 개념과 관련지우면서 무슨 무덤 발복을 비는 차원을 넘어서 도시건설이라든가, 주택단지 건설에 좋은 방향제시도 가능하지 않을까 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