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식목일과 식수절)

오디오 오디오 (다운받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한국 식목일 4월 5일은 1949년 정해 졌는데 역사상 뜻있는 날을 찾아서 제정한 것입니다.

나무 심는 철이 왔습니다. 북한은 지난 3월 2일 식수절 행사를 치뤘고, 한국은 4월 5일 식목일 행사를 하게 됩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남북한에서의 나무 심기에 대해 알아봅니다.

 

먼저 북한의 식수절 행사부터 알아 보지요.

 

임채욱 선생: 지난 3월 2일 북한의 식수절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만경대혁명학원에서 기념식수를 했습니다. 이날 그는 “식수사업을 전 군중적 운동으로 힘 있게 벌여 조국의 산과 들을 푸른 숲 우거진 ‘사회주의 선경’으로 전변시키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때 맞춰 노동신문도 사설에서 나무심기를 강조하고 나섰으며, 다른 매체들도 나무 묘목을 기르는 양묘장이나 나무심기 궐기모임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도들은 김정일 시대 식수절과 다르다고 생각되는데요, 김정일 선대통치자가 나무를 심는 모습을 전하던 일은 드물었던 것과 비교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무를 심는 행사 날짜가 한 달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나무를 심기 딱 맞는 적기는 언제 입니까?

 

임채욱 선생: 대체로 나무는 언 땅이 풀리고 나서 새싹이 돋을 때까지 심는게 알맞다고 하지요. 말하자면 식목 적기이지요. 그렇다면 3월 초도 좋고 4월 초도 무방하다는 것인데, 산림관계 연구기관에선 3월 말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때문에 앞으로는 나무 심는 시기가 앞당겨 질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식목일을 앞당기자는 의견이 나와서 검토도 했는데, 현재 4월 5일 식목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한국의 식목일이나 북한의 식수절 유래가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한국 식목일 4월 5일은 1949년 정해 졌는데 역사상 뜻있는 날을 찾아서 제정한 것입니다. 첫째 신라가 삼국이 통일된 뒤에도 물러갈 생각을 하지 않고 한반도에 남아있던 당나라 군사를 쫓아낸 것이 서기 677년 음력 2월 25일이어서 4월 초에 해당하고 둘째, 조선시대 성종임금이 문무백관 신하들을 데리고 동대문 밖 선농단에 나가서 친히 제사를 지내고 친히 밭을 간 날이 양력 3월 10일 경이었어요. 이때가 청명을 전후한 때라서 나무심기 좋은 날들이기 때문에 대통령령으로 정해졌지요. 이후 잠시 ‘사방의 날’로 바뀐 일도 있지만 계속 기념일로서 공휴일이다가 1990년부터는 공휴일에서 제외됐습니다. 하지만 나무심기는 이날 만 하는 게 아니라 4월 5일 전후 한 달을 ‘국민식수기간’으로 정하고 산림녹화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 식수절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임채욱 선생: 북한 식수절은 당초 4월 6일이었어요. 김일성이 평양 문수봉에 올라 나무를 심었다는 1947년 4월 6일을 기념한다는 것이었지요. 1949년부터 공휴일로 정했고 1971년부터는 이날을 식수절로 정하고 기념해오다가 1999년 현재와 같은 3월 2일로 변경했어요. 그러니까 근 50년 가까이 기념해 오던 것을 바꾼 것인데 3월 2일은 1946년 이 날 김일성이 그의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평양 모란봉에 올라가서 나무를 심었다는 것입니다. 기념일 유래를 정확히 하는 것이야 옳은 일이지만 혹시 남쪽보다 앞당겨야 될 것 같은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 아닌가도 보입니다.

 

남북한 나무심기 성과는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아시다시피 한국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세계적으로 산림녹화가 성공한 4나라 가운데 한 나라지요. 이 네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서 독일, 영국, 뉴질랜드입니다. 유엔에서도 산림녹화 성공작으로 한국과 이스라엘을 꼽고 있지요. 한국에서는 나무심기에 앞서 나무를 베는 도벌을 철저히 막았지요. 그래서 도벌은 밀수, 마약, 깡패와 더불어 4대 사회악으로 규정돼서 철저한 단속대상이었어요. 북한에서도 나무심기를 물론 중시하면서 산림녹화를 매우 강화해 왔지만 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북한에서도 매년 나무를 심지만 주민들이 땔감으로 쓰기 위해서 나무를 마구 베기 때문에 민둥산이 너무 많아진 것입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삼림 비율이 1990년 68. 1%에서 2010년에 47.1%로 낮아졌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북한의 산림황폐화를 막으려고 남쪽 민간단체들이 지원 사업을 해왔으나 이마저도 정치상황에 따라 막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산림은 평양이나 묘향산, 금강산 같은 명산에는 좋은 편이지요?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평양은 북한 선전매체가 자랑하기를 도시 안에 공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공원 안에 도시가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산림이 울창한 편이지요. 묘향산, 금강산뿐 아니라 칠보산 수양산 같은 산들도 다 산림이 우거져 있지요. 김정일은 칠보산 케이블 카 설치를 두고 자연훼손을 해가면서 까지 관광시킬 필요는 없다는 말까지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다락논 만든다고 베어지고 땔감 때문에 많이 헐벗게 된 것입니다.

 

현재 북한 통치자는 산림녹화에 관심을 많이 기울인다고요?

 

임채욱 선생: 김정은 체제에 들어와서는 황폐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산림복구 전투를 벌이려고 합니다. 그도 산림 황폐화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산림복구전투에 필요한 설비나 자재를 전쟁물자라고 보고 제때에 무조건 보장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주의 애국림 운동’과 ‘모범산림군칭호 쟁취운동’도 전개하라고 하고 있으니 앞으로 잘 되겠지요. 그래서 북한 모든 산들이 푸른 숲이 설레이는 황금산, 보물산으로 바꿔지는 날도 오겠지요. 하지만 외부세계의 도움 없이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이 바라는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고 합니다.

 

나무심기를 두고 한 쪽은 식목이라 하고 다른 한 쪽은 식수라고 하는데 그 다른 점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질문 잘 하셨습니다. 사실 식목이란 말이 일본에서 쓰던 용어라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목이나 수가 다 나무 목(木)이고 나무 수(樹)인데, 목은 주로 죽은 나무나 가공한 나무를 뜻하고, 수는 살아있는 나무를 뜻한다고 합니다. 고목, 목재, 목마처럼 쓰이고 가로수, 과수, 침엽수처럼 쓰이고 있는데, 기념식수처럼 식목이라 쓰지 않고 식수라고 쓰인다니까 북한처럼 식수라고 하는 게 옳고 더 나을 것 같군요. 아니 그보다 남북한 다 그냥 우리말로 ‘나무 심는 날’로 바꾸는 것이 더 좋겠군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