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문화산책

남북한의 등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봄이 옵니다. 이른 봄을 지나 바야흐로 꽃샘추위 속에서도 봄이 오고 있습니다. 이 봄에 무슨 특별한 여행을 떠올려 볼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오늘은 남북한에서의 등대에 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임채욱 선생: 네, 봄입니다. 등대여행은 어떨까요? 등대를 찾아 떠나는 여행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등대를 관광대상으로 한 여행도 많이 합니다.

그럼 오늘은 등대이야기를 한 번 해보지요.

임채욱 선생: 등대는 해양문화의 공간입니다. 작년 5월 한국에서는 등대와 관련된 큰 행사도 열렸습니다. 세계등대총회가 인천에서 열렸지요. 69개 나라에서 등대전문가와 등대관련 업무 종사자 등 500여명이 참가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오지 않았던 같습니다. 이 등대총회는 등대올림픽이라고 할 만 한 등대축제모임인데, 1929년 영국 런던에서 첫 대회가 열린 뒤 4년마다 열리는데,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에서 열렸고 한국은 아시아 세 번째로 이 대회를 연 것이지요.

인류역사에서 등대는 오래 전부터 나옵니다만 우리나라 등대의 역사는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불을 밝혀 배를 안내하는 방식은 고려시대에도 있었고 조선시대에도 있었습니다. 근대적인 등대는 1903년 인천 앞바다 팔미도에 세워진 등대가 최초이고 이후 지금까지 세워진 등대는 휴전선 남쪽만 1307기라고 합니다. 이 가운데 해양수산부가 지정해서 등대문화유산이 된 것은 23기 정도라고 합니다.

그 23기를 다 찾아 볼 수는 없겠고요, 북한의 중요 등대와 함께 한국의 중요 등대를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는 조형미가 뛰어난 등대가 많습니다. 인어등대가 있고 송이버섯등대도 있고 차전놀이 모양의 등대도 있고 거북선 등대도 있습니다. 또 연필등대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형미가 좋은 등대도 좋지만 역사적으로 유명한 등대를 봐야지요. 당연히 팔미도 등대부터지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생긴 등대이고 전쟁을 증언하는 등대지요. 팔미도는 인천항 길목에 있는데 일본이 러시아와의 전쟁에 대비해서 이곳에 등대를 세웠지요. 6.25전쟁 때는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이 등대를 적으로부터 확보한 뒤 등대점등을 신호로 해서 작전이 시작됐지요. 지금 이 곳 등대는 새로 세운 것입니다. 100년이 넘은 등대는 기념등대로 그대로 뒀습니다. 동해에는 포항 호미곶 등대가 유명하지요. 1908년 12월에 완공된 등대로 높이가 비교적 높은(26.4m) 편이고 한일합방 되기 전이어서인지 조선조 문양인 오얏꽃 문양이 벽체에 새겨져 있기도 합니다. 이 곳 등대 옆에는 등대박물관을 세워 우리나라 등대역사를 기록하고 있기도 합니다. 호미곶 등대 해변에는 겨울바람의 힘으로 곳곳에 과메기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남해 바다 제주도에는 마라도 등대가 우리나라 남쪽 끝 등대지만 그보다 먼 이어도, 마라도서남방 149km 해역에 있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도 등대 역할을 하는 등부표가 있습니다.

북한지역에 있는 등대도 가봐야지요.

임채욱 선생: 동해 제일 북쪽을 가볼까요?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 무수단 등대가 있습니다. 무수단은 들어 본 지명이지요? 북한에서 대포동 미사일을 쏘아 올린 곳이지요. 칠보산 남쪽 끝이 되는데 일대는 현무암 지형이고 무수단은 파도의 작용을 받아서 해안이 아주 높고 500m 내지 1000m가 되는 절벽을 이루어서 해류가 뱅뱅 돕니다. 그래서 이곳에 등대가 섰습니다. 화대군은 옛날 명천군 하고면 창천리, 대포리 지역이지요. 좀 내려오면 신포 앞바다에 함경남도에서 제일 큰 섬 마양도가 있습니다. 여기 마양도등대가 있는데 섬에서는 명태, 대구, 청어, 정어리, 가자미가 많이 잡힙니다. 서해에 있는 등대를 찾아봅니다. 북쪽에 다사도등대가 있습니다. 다사도는 염주군 서남부 바닷가로 간척지 사업으로 생긴 곳이지요. 평양-신의주 간 평의선 용천역에서 갈라진 다사도 철도가 이어지는 곳이라 교통은 좋은 편입니다. 황해도로 내려와서 몽금포 등대가 있습니다. 몽금포는 광복당시는 장연군인데 지금은 용연군으로 돼 있지요. 몽금포는 금모래가 십리나 뻗어져 있는 곳이고 육지로 둘러싸여 파도를 막아주는 지형이어서 배가 정박하기 좋은 곳입니다. 그래서 등대가 선 것이지요.

북한에는 관광대상이 되는 등대는 있기 어렵지 않을까요?

임채욱 선생: 그렇게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는 북한에선 등대가 항해표지로서만 기능하지 않고 군사적 기지로서도 기능하는지 개별 등대에 대한 자료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등대원을 격려하는 이런 말을 보면 등대가 제 기능을 잘하고 있다고도 여겨집니다. “오늘 세계엔 수많은 등대와 등대원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등대원처럼 크나큰 사랑과 은정속에 있는 등대원은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 동서해안을 밝히는 등대불빛은 더욱 밝은 것이다.”(지리상식 등대, 부교수 학사 명응범, 천리마, 2000년 1월호)

등대는 육지에 있던 바다 가운데 있던 바다라는 공간에 서 있지만 단순히 밤바다 길을 밝혀 준다는 항로표지 이상의 뜻을 담고 있지요?

임채욱 선생: 등대는 등대 그 자체로도 해양안전을 보장하는 대상이지만 거기에는 해양문화공간으로서의 매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등대지기의 딸>같은 작품을 아시는지요? 폭풍이 몰아치는 밤,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칠팔백 킬로나 떨어진 태평양 가운데 섬에서 등대지기 딸은 밤바다에서 들려오는 뱃사람들 소리에 배 띄우기를 주저하는 아버지를 감동시켜 폭풍을 뚫고 조난당한 선원들을 구한다는 이야기지요. 이런 문학작품을 비롯해서 등대를 주제로 한 그림, 음악, 공연작품은 아주 많습니다. 등대는 예술가에겐 영감을 주고 탐험가에겐 도전정신을 주는 문명의 빛이지요.

남북한에서 등대를 소재로 한 예술작품을 찾으면 꽤 많겠지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다 언급할 수 없고 한 가지만 말씀드립니다. 등대문학상이 있습니다. 바다와 등대를 노래하는 시, 수필, 소설을 공모하고 있습니다. 많은 작품이 생산돼서 좋은 작품도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바다를 노래한 문학가사도 많습니다. 그 가운데 <바다의 노래>(김순석, 1947), <오늘도 만선일세>(김북원, 1959), <바다만풍가>(차호근, 2014) 등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밖에 많은 가사작품에서 나타나는 어휘들을 찾아보면 배고동소리, 가득, 웃음, 기쁨, 등실등실 춤, 떼지어, 출렁,마중, 잡구요, 산더미, 바다향기 등등이 보입니다.(해방후 바다에 대한 가사창작 정형과 그 특징, 변규순, 조선문학 2018년 12월호) 그런데 등대란 말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이것은 아마도 앞에서 말했듯이 등대가 군사시설로도 기능하기 때문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북한의 등대는 바다안개 속에 갇힌 듯합니다.

등대는 대체로 그 옛날 뱃길을 안내하던 것이어서 오늘날 레이더나 인공위성으로 항해를 아주 편케 안내하는데도 여전히 필요한 존재인가 하는 물음도 있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등대의 기능은 먼 바다 항해에도 길잡이가 되지만 항만으로 들어오는 뱃길을 안내하는 게 가장 중요한 기능이 됩니다. 그런 면에서 등대는 효용성이 아직 크다고 보겠습니다. 항구나 포구가 아닌 자잘한 바닷가, 등대가 없는 이런 바닷가에 배를 댈 때도 안내하는 불이 있어야겠지요. 제주도에는 포구보다 작은 바닷가 마을에 등대를 기대할 수 없어서 어민들이 창안한 도대불이 있습니다. 물고기 기름이나 관솔불로 불을 밝혀 동네 배를 무사히 대도록 이끕니다. 등대가 없으면 등명기라도 있어야 하듯이 등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봅니다.

북한 등대가 몇 기나 있는지 알아보지요.

임채욱 선생: <동해> 오갈산등대, 난도등대, 곽단등대, 나진항등대, 대초동등대, 소초도등대, 괘암등대, 송도등대, 청진등대, 어랑단등대, 경성만등대, 성단등대, 쾌단등대, 운만대등대, 무수단등대, 성진등대, 용대갑등대, 단천항등대, 천초도등대, 죽도등대, 신창항등대, 동호동등대, 송도갑등대, 송령만등대, 마양도등대, 안성갑등대, 서호진등대, 광성곶등대, 용진등대, 장적도등대, 원산동등대, 신도등대, 압룡등대, 여도등대, 고저항등대, 총석단등대, 사월각등대, 장아대단등대, 장천등대, 수워단등대 <서해> 방도등대, 초도등대, 몽금포등대, 서도등대, 자매도등대, 흑암등대, 찬도등대, 지리도등대, 피도등대, 오리포등대, 마치지등대, 비발도등대, 덕도등대, 함성열도등대, 납도등대, 만낭기등대, 수문도등대, 운도등대, 다사도항등대, 마안도등대, 문박등대 …….주강현의 <등대의 세계사>(서해문집, 2018.6.)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통일문화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을 노래하는 서정시들  (0) 2019.09.21
한반도 꽃들의 전설  (0) 2019.03.30
세계여성의 날  (0) 2019.03.30
남북한 3.1운동 100주년기념행사  (0) 2019.03.30
남북한 등산문화  (0) 2019.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