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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한반도 꽃들의 전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계절의 순환은 어김없어 겨울은 가고 봄입니다. 오늘은 꽃피는 봄, 한반도 봄 꽃들의 합창을 들어봤으면 합니다.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합니다.

임채욱 선생: 네, 봄입니다. (어제) 춘분이 지나서가 아니라 꽃들이 피었으니 봄이지요.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 와서 꽃들도 한창 합창이라도 하듯이 (시끄럽게) 다투어 피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매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피었고 살구꽃, 벚꽃을 기다립니다. 북한에서도 개나리, 진달래가 곧 피겠고 벚꽃도 물이 오르는 중이지요. 이럴 때는 음악도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들어야 할 것 같지요.

봄도 계절상 봄이 있고 기온으로 느끼는 봄이 있고 절기상으로 맞는 봄도 있고 천문으로 맞는 봄이 있지요? 남북한에서 봄을 맞는 풍경을 묘사하신다면?

임채욱 선생: 한국에선 낙동강변(양산 원동), 섬진강변(광양)을 따라 열리는 매화꽃 축제는 끝나가고 진달래를 감상하는 축제가 다가서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벚꽃이 피면 벚꽃축제가 질펀하게 열립니다. 북한에서도 꽃 축제는 준비되지요. 그런데 2월이 되면 벌써 봄을 노래합니다. 2월에 생일이 든 전 통치자 김정일을 축하하려고 그러겠지만 2월을 두고 인민의 삶을 꽃피운 봄이라고 합니다. 꽃 축제는 2월부터 4월까지 김정일화 축제, 김일성화 전시회를 축제처럼 성대하게 엽니다.

2월을 봄이라니 계절을 인위적으로 앞당기는 군요. 꽃을 대하는 심미성이야 다를 바 있겠습니까만 개별 꽃에 대한 관념은 다른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임채욱 선생: 꽃과 관련된 전설에서 남북한이 다를 수도 있지요. 진달래 전설은 가장 알려진 전설이지요. 진달래는 중국에서 두견화라고 하는데 촉나라 왕 두우가 전쟁에서 지고 억울하게 죽자 두견새가 돼서 울 때마다 토해낸 피가 묻은 게 진달래라고 하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죄를 짓고 쫓겨난 선녀가 나무꾼을 만나 딸을 낳았는데 그 미모를 탐낸 고을 원님 청을 거절하고 죽은 혼백이 진달래라고 하고 있지요. 한국에서는 이런 전설을 믿고 있는데 북한에서는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 냈어요.

어떤 내용입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 이야기 하는 진달래 전설을 들어보실래요? 깊은 산골에 사는 달래라는 이름을 가진 처녀가 진평이란 이름의 청년을 깊은 만나 가정을 이룹니다. 진평은 무예를 익힌 장부였으니 왜적이 우리나라를 어지럽힐 때 당연히 전쟁에 나섭니다. 그리고 용감하게 싸워 왜적을 물리치고 장군이 돼서 돌아옵니다. 하지만 왜적들 중 일단의 무리들이 진평의 집 부근에서 숨어 있다가 진평과 달래가 만나는 반갑게 만나는 순간 화살을 날려 둘 다 죽입니다. 곧이어 닥친 우리 군사들에 의해 왜적들은 몰살되고 진평과 달래는 함께 묻힙니다. 이듬해 봉분에 피어난 연분홍꽃을 사람들은 진달래라고 불렀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진달래꽃을 김일성이 좋아했고 조국광복의 상징이 되는 꽃으로 돼 있지요.

또 다른 꽃전설, 벚꽃전설도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벚꽃 전설도 남북한이 다릅니다. 남한에서는 백록담 부근 사슴을 지키는 선녀가 사슴뿔을 먹어야 산다는 어머니를 살리려는 청년의 효심에 감복해서 사슴뿔을 구해 준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그 선녀가 나무꾼과 혼인해서 행복하게 살다가 어느 날 사라집니다. 그 자리에 피어 난 꽃이 벚꽃입니다. 선녀는 나무꾼에게 사슴뿔을 준 죄로 벚나무가 된 것입니다. 북한에도 벚꽃전설이 있습니다. 학이와 솔이라는 두 소년이 한 마을에 살았는데 두 소년 아버지들은 다 오랑캐 물리치는데 목숨을 바치고 각각 어머니만을 모셨어요. 열대여섯 됐을 때 둘다 군역에 끌려갔고 학이가 보초서던 날 나쁜 놈들이 군량미를 훔쳐가는 바람에 학이는 군영감옥에 갇혔어요. 그럴 때 학이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졌지요. 그런데도 군대 책임자는 학이를 집에 보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지요. 그래서 솔이가 자기가 학이 대신 감옥에 있을테니 학이를 집에 보내달라고 부탁했고 닷세 뒤에 돌아오지 못하면 학이 대신 솔이가 사형을 받기로 하고 학이는 집으로 떠났지요. 이틀이 걸려서 집으로 온 학이는 솔이 어머니가 자기 어머니를 간호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군영을 향해 떠납니다. 살아계신 어머니를 뵈었으니 여한이 없다는 것이였죠. 한편 군영에서는 다셋째 되던 날 솔이가 교수대에 올라섰습니다. 솔이는 학이가 어머니를 뵈었다면 억울하기보다 기쁘다면서 죽을 각오를 합니다. 이 때 뚜거덕, 뚜거덕 하는 말발굽 소리가 났고 학이가 달려왔습니다. 자기가 늦으면 솔이가 대신 죽는다고 생각하고 죽을 힘을 다해 달리다가 다치고 했지만 다행히 어느 말 탄 사람이 자기 말을 내주는 바람에 겨우 당도했다는 거지요. 이 두 사람의 우정을 확인한 군대책임자 군장은 사형을 중지시킵니다. 이 때 형틀로 세운 나무에 물기가 오르고 향기가 풍기더니 가지들이 뻗어나오고 잎이 돋아나고 연분홍 꽃이 피어났는데 이게 벗끼리의 우정때문이였다고 벚꽃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게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벚꽃을 받침으로 ‘ㅈ’ 이 아니라 ‘ㅅ’을 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벗의 꽃이란 전설을 만들어 낼 수 있지요. 한국에서 벚꽃은 ‘ㅈ’ 받침을 씁니다. 또 한 가지, 이 이야기는 조선시대 광해군 때 나성룡과 이대로란 사람의 실제 있었던 우정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이 실화를 바탕으로 꾸민 이야기 같습니다.

벚꽃에 대한 남북한 태도는 많이 다르다고도 하는데요?

임채욱 선생: 봄이면 한국에서는 벚꽃축제가 많습니다. 벚꽃이야 일본 사람이 좋아하는 꽃이고 일본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지요. 일본에선 사쿠라가 지면 젊음도 진다고 할 정도로 벚꽃을 좋아하는 것은 틀림없지요. 한데 최근에는 한국사람들도 벚꽃축제를 많이 열고 있지요. 심미성 관점은 쏙빼고도 벚꽃이 제주도가 원산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꽃이란 점을 내세워 심리적 부담감을 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로는 제주도 왕벚꽃 나무는 일본 벚꽃나무와는 별개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하지요. 그러니 우리도 일본사람들처럼 벚꽃을 즐길 수 있다고 하는 논리는 잘못된 것이 되지요. 일설에는 일본이 재일동포들을 통해 고향에 벚꽃나무 보내기 운동을 벌여서 한국에 벚나무가 많아지고 자연히 벚꽃축제로 발전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어떻든 벚꽃축제를 앞으로는 꽃 자체가 아름다워서 심미성에 따라 연다고 하는 게 정직한 답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라서 열어도 된다는 말은 억설이 됩니다.

한편 북한에서는 벚꽃을 그리 내세우지 않습니다. 꽃 자체가 없는 게 아니라 의미상 중시하지 않는 것이지요.

꽃에 대한 이야기는 전설도 있지만 역사책에도 오른 게 많지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철쭉꽃은 신라 성덕왕 때 수로부인은 남편 따라 강릉으로 가는 길에 절벽 위 철쭉을 꺽어 달라고 합니다. 신하들 중 아무도 그 험한 절벽에 가지를 못하는데 마침 암소를 목고 지나던 노인이 그 철쭉을 꺽어 주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헌화가>로 전해오는 노랩니다. 진달래가 지면 이어서 피어나는 꽃이지요. 남쪽에선 진달래 축제가 끝나면 이어서 철쭉축제도 여러 곳에서 열립니다. 북쪽에선 지금 강원도가 된 안변군 철령의 철쭉이 아주 유명해서 축제처럼 철쭉놀이를 합니다. 또 붓꽃 같은 것은 신라 화랑인 관창을 사랑했던 처녀 부영이가 죽어서 관창의 칼을 닮음 모습으로 피어났다고 기록돼 있지요. 꽃에 대한 남북한 전설을 다 모아도 아주 좋은 자료가 될 것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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