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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AN CHANIL’S WEEKLY DIAGNOSIS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바꾼 평양의 속셈은 무엇인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강력히 반발해 온 북한이 9일 낮 12시부터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을 차단하고, 대남사업을 ‘대적(對敵)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 측과 모든 연락 수단을 차단한 것은 한국 정부에 대한 명백한 협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북한 측 조치는 한국을 압박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조치를 얻어내려는 협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한국과의 모든 연락 통로를 전면 차단한 데 대해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바꾼 평양의 속셈은 무엇인가?” 이런 제목으로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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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기: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잘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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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안 박사님! 우선 최근 북한 당국이 돌변한 태도에 대해 좀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네 북한은 지난달 5월 31일 한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걸고 들면서 이번에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바꾼다는 돌변으로 나오게 된 것입니다. 사실상 북한의 2인자로 자리 잡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직접 나서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포문을 열게 된 것입니다. 대북 삐라가 그전에 비해 내용 측면에서 이른바 북한의 ‘최고 존엄’을 좀 건드린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대남사업 자체를 완전히 바꾸고 나선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 생각됩니다.

질문: 실제로 북한이 취한 대적사업으로의 전환 내용은 어떤 것들입니까?

안찬일: 북한은 9일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 버리는 조치를 취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전날 즉 8일 대남사업부서 사업총화 회의 개최 사실을 전하며 “남조선 당국과 더 이상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8일 정치국 회의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이어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을 심의했다”며 “우선 먼저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 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청와대-국무위원회 간 핫라인을 포함해 당국 및 군 통신선(동·서해), 통신시험선 등이 그 대상들입니다.
아니 북한 당국이 말하는 이른바 배신자, 인간쓰레기가 한 두명도 아니고 무려 33,000명이 넘는 탈북민들이 있는데 이제 와서 그들을 구실로 남북관계 자체를 역사의 뒷골목으로 다시 되돌려 놓는 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질문: 그러니까 북한은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린 후 잠시 동안의 ‘인내기’도 거치지 않고 곧 행동에 들어갔다는 말씀인 거죠?

안찬일: 그렇습니다. 실제 북한은 9일 오전 9시에 예정됐던 서울~평양 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시 통화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통일부는 북측이 차단·폐기 시점으로 제시한 낮 12시에도 통화를 시도했으나 북한은 역시 묵묵부답이었습니다. 2018년 4월 20일 개통된 남북 정상 간 핫라인도 한 번도 가동되지 않은 채 781일 만에 끊기게 된 것입니다.

질문: 자 그러면 여기서 그 용어조차 생소한 ‘대적사업’이란 대관절 어떤 내용인지 좀 설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이제 다시 남북관계가 ‘대결의 시대’로 돌아간단 말입니까?

안찬일: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남한을 더 이상 교류와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소멸해야 할 적으로, 공격해 무력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북한은 이를 강조한 주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복심인 김영철과 김여정이라고 콕 짚어 밝혀 무게감도 더 했습니다. 그동안 반복해 오던 단순한 선전선동이 아니라 최고 수뇌부의 지시에 따른 직접행동이란 것을 숨기지 않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입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2000년 6월 15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공개적으로 한국을 적으로 규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통일전선부 대변인도 5일 담화에서 “적은 역시 적이라는 결론을 더 확고히 내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이제 남북 관계를 뛰어 넘어 북·미 관계까지 새롭게 ‘정리’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아 그렇군요. 단지 한국 정부와 대립의 각을 다시 세우겠다는 측면이 아니라 미국과도 또 다시 ‘대적관계’의 날을 세우게 된다면 이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생각되는데, 북한의 속셈이 심히 우려가 됩니다.

안찬일: 다 아시는 바와 같이 그동안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란 아젠다를 놓고 2년여 줄다리기 외교를 펼쳐왔지만 성과는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도 약 5개월 밖에 남아 있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은 몹시 초조함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 한국 정부를 건드려 보고 나아가 그것을 지렛대로 삼아 워싱턴을 자극하겠다는 건 아닌지 속셈이 빤히 들여다보입니다.
또 역시 북한이 별안간 국제사회로 다가오기엔 그들의 체제와 사회가 아직 아무런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입니다. 내치는 물론 외교적 경험이 미숙한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관계는 물론 대미관계까지 장악하고 좌지우지한다는 소식이 있는데, 이번에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간 걸 보면 향후 그의 행보가 더욱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질문: 북한은 미국의 대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한국을 인질로 미국에 뭔가 시그날을 보내는 것 같은데 과연 트럼프 행정부에게 이런 ‘투정’이 먹힐까요?

안찬일: 미국은 현재 북한을 관리할 겨를이 없어 보입니다. 물론 대선이 막바지 고비에 이르는 초가을 즈음 되면 워싱턴의 견해는 많이 바뀌겠지만 말입니다. 평양 당국은 한국에 대해 워싱턴을 움직이기 위한 볼모 정도로 판단하는 것 같은데 이는 오판이라고 확신합니다. 북한 당국은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미국 정부에, 거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찾아온 인종갈등 까지 미국의 어려움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북한이 대적관계 운운하며 한반도의 정세를 긴장시켜 나간다면 그 갈등 하나만으로도 트럼프 행정부는 재선의 이니셔티브를 충분히 마련한다는 것을 평양 당국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결국 북한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될 것임은 물론 체제 재생산의 동력을 완전히 소진하고 말 그대로 벼랑 끝으로 다가서게 될 것입니다. 모두 자업자득이 될 것입니다.

인사: 네 오늘 말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주 또 만나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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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시간에는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바꾼 평양의 속셈은 무엇인가?” 란 제목으로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