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탱크)사단' 관하 구분대(대대급 이하 부대)를 방문,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은 '중앙고속도로'. '김해' 등 표지판이 세워진 훈련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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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지난 1월 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는 총비서 대리인인 노동당 제1비서 제가 신설되고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이란 구절이 삭제되는 등 이상한 조짐들이 있었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 방송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과거 노동당 규약은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론을 한 번도 빼놓은 적이 없는데 이번에 그런 대목을 뺀 것은 결국 이른바 남조선혁명론, 조국 통일전략에서 한발 물러서, 우선 북한에서의 사회주의 완성부터 달성하자는 ‘전략 수정’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해서 오늘은 ‘북한 노동당 규약에서 한 발 물러선 ’남조선혁명론‘의 진실과 본질’ 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먼저 북한이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개정한 당규약 중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이란 문구가 사라졌다는데 사실인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북한 노동당 규약은 항상 당규약 서문에 전국적 범위에서의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론을 명기해 왔지만 이번 당규약에서는 그 대목이 사라졌습니다. 즉 이것은 그들이 자신의 주권이 미치지는 않지만 한반도 전체를 공산화한다는 말 그대로 민족해방혁명론을 접었다는 말이 된다는 의미에서 충격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에 개정된 노동당 규약 서문은 이렇게 명기하고 있습니다.
“조선로동당의 당면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하는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인민의 리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데 있다”
특이한 것은 지난 제7차 당대회에서 빼버렸던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다시 삽입하였는데 공산혁명 이론 자체가 민족해방혁명론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언어의 유희’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질문 2: 아 그렇군요. 원래 공산주의자들은 언어를 통한 전략 전술을 능동적으로 구사하는데, 빼 버렸던 공산주의 이론을 다시 들고나온 것 자체가 좀 수상해 보입니다. 왜 북한이 공산주의 이론을 재등장시켰다고 보는지요?
안찬일: 아마도 김정은은 자신의 전근대적인 3대 세습과 파산 직전의 북한 경제를 보며 사회발전의 높은 단계인 공산주의 이론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부끄러웠는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가능치도 못한 이론을 끌어안고 있느니 차라리 던져버림으로써 북한 인민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받고자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중국 공산당의 당규에는 엄연히 마르크스 레닌주의 이론이 존재하고 공산주의 사회 건설이 명시되어 있는데, 자신들만 외면하자니 그 또한 딜레마였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다시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재등장시킴으로써 북한 체제의 정당성을 회복하는 쪽으로 선회하였다고 생각됩니다.
질문 3: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이번 개정된 당규약에서 북한 노동당이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론을 삭제한 것은 우선 이른바 남조선혁명이 당장 불가능하다는 실사구시적 판단으로부터 나온 선택이라고 봐도 될까요?
안찬일: 타당하다고 동의합니다. 이른바 북한의 조국 통일론은 의지와 명분,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즉 북한의 남조선해방론은 의지는 남아 있지만, 명분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과연 남과 북에서 지금 해방되어야 할 쪽은 어느 쪽입니까? 바로 북한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북한은 힘으로든 명분으로든 대한민국을 이길 어떤 조건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니 당규약에 장식품으로 남조선혁명론을 전시할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적어도 북한의 민족해방혁명론은 남과 북의 국력이 역전된 1974년 이후 그야말로 장식품이었다고 보는 것이 정론일 것입니다. 이번에 북한 노동당이 거창한 장식품 하나를 치워버렸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질문 4: 문제는 북한의 이와 같은 처사가 과연 진실로 남조선혁명론을 포기한 것이냐의 것인데, 현재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과 직접 대화를 통해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쥐어보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즉 그들은 혁명의 만조기와 간조기를 인식한 기초위에서 당분간 힘을 더 키우기 위한 시간을 벌자는 것은 아니냐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점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안찬일: 당연한 말씀입니다. 북한 노동당이 본질이 완전히 바뀌어 민족해방론을 삭제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 규약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삭제한 것을 두고 "북한이 통일을 지향한다는 것은 맞지 않으며 남조선혁명도 포기했다"라고 주장하기까지 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주장은 타당한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대남혁명론의 본질은 변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면 북한은 왜 당규약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을 삭제하고 '사회의 자주적이고 민주주의적 발전'으로 수정했는가? 북한은 합법 정치 공간을 활용한 선거 혁명까지 포함하는 방식으로 남조선혁명론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북한은 한국의 합법 정치 공간을 이용하는 합법 정당 건설과 선거 전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른바 비폭력혁명에 의한 대한민국 전복까지 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 노동당은 현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체험하며 얼마든지 자신들의 체제 안전을 보장해 주는 정부가 서울에 등장한다면 감소한 대북위협을 바탕으로 북한에서 안전한 혁명역량을 보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질문 5: 북한은 현재 미국과 UN의 강력한 대북제재 속에서도 근근이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그런 가운데 열린 8차 당대회에서 새롭게 당규약을 개정한 것을 보면 쉽게 표현해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전략인 것 같은데 어쨌든 현실 인식에서 보여준 김정은 체제의 순발력은 기발하다고 생각됩니다. 결국 향후 5년 동안 북한의 민족해방혁명론은 소강상태로 가야 한다고 봐야겠죠?
안찬일: 김정은 정권이 한반도에서 해방되어야 할 주체가 남조선이 아니라 바로 북조선이란 사실을 인지했다는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것을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의 북한식 출발이라고 보면 좀 지나친 오버겠지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처량한 모습을 바라보는 눈이 생겼다는 정도로 표현하죠. 하지만 이와 같은 ‘자세 낮추기’가 바로 핵무기 보유 등 한 방의 자신감으로부터 나왔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앞으로 공산주의자들의 ‘언어전략’에 넘어가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USIC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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