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탈북자관련소식

‘금희의 여행’ 펴낸 최금희 씨 ①보고픈 북녁 친구에게 보내는 사연

[특집-저자와의 대화] ‘금희의 여행’ 펴낸 최금희 씨 ①보고픈 북녁 친구에게 보내는 사연

2010-05-04

남한에 정착한 탈북인 가운데 상당수 탈북인들이 자신의 힘들었던 탈북과정 등을
책으로 펴내 남한 사람들에게 진솔한 북한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지난 6개월여간 낭독한 책 ‘금희의 여행’도 최금희
씨가 북한에서의 어린 시절과 탈북과정에서 겪은 갖가지 고통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저자 최금희 씨는 지난 1983년 함경북도 아오지에서 태어나 인민학교를
마치고 고등중학교 2학년이던 15살 때 가족과 함께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갔으며, 2001년 4월에 한국으로 가 현재는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하는 장본인 이기도 합니다.
특집 ‘저자와의 대화’, 오늘은 금희의 여행 저자 최금희 씨의 이야기 첫 번째 ‘책에
얽힌 이야기와 보고픈 친구에게 보내는 사연’을 함께 합니다.

kumhee_journey
PHOTO courtesy of 도서출판 민들레
-금희의 여행 책을 6개월여 낭독하면서 최금희 씨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북한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금희의 여행 저자를 전화로 이렇게 만나는데 반갑고요. 우선 ‘금희의 여행’ 책을 직접 소개해 주세요.

: 금희의 여행 책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의 책이 아니라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사실은 그 안에는 굉장히 어려움도 있고 많은 눈물도 있고
때로는 그리움도 있고 이런 것을 일기 쓰듯이 자연스럽게 풀어낸 이야기이고요. 저는
고향이 북한이어서 북한에서부터 중국, 한국으로 오기까지의 내용을 고스란히
편안하게 쓴 글이에요.

-자유아시아방송에서 ‘금희의 여행’책을 낭독했습니다. 본인의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들으시면서 북한에서의 생활과 중국에서의 생활 그리고 한국에서의 생활이 떠올랐을
것 같아요.

: 제가 글로 쓰고 그 글이 다른 분에 의해서 읽는 것을 들으니까요. 아 네가 이렇게
썼나 이럴 정도로 새롭고 제가 썼지만도 뭐랄까 내 안에 숨겨져 있는 그런 추억들을
하나하나 꺼내서 펼쳐보여주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제가 그 글을 쓸 때 어떤 글에서는
힘들어하고 어떤 글을 쓸 때는 굉장히 그리워서 울기도 했는데 낭독으로 들으니까
제가 삼인칭이 되어서 편안하게 듣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너무 좋았어요.

-저는 금희의 여행 책을 낭독하는 사람으로서 금희 씨의 어린 시절 학창시절 그리고
중국으로 탈출하는 과정을 죽 따라왔습니다. 먼저 어린 시절 방학 때 굶주림을 덜기
위해 할머니 댁으로 가야 했던 어린시절 최금희 씨가 가기 싫었던 이야기가 있었지요.

: 그때 저희는 딸 셋에 아들 하나였는데 제가 막내처럼 예쁨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어머니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예쁜 짓을 많이 했었어요. 사랑을 받기 위해서요.
그런데 솔직히 4남매가 방학이 되면 더 많이 먹지 않아요. 부모님이 4남매 키우기가
어려워서 보내기 싫지만, 언니들이랑 저를 할머니 댁에 보냈던 거예요. 그게 너무
가기 싫어서 제가 9살 때인가 할머니 댁에 방학에 갔다가 일주일을 울었어요.
그랬더니 삼촌이 가라고 보내 주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안 지키시는 거예요. 그래서
어린 나이에 왜 약속을 안 지키시냐면서 그러면 저 혼자 가겠다고 하니까 외삼촌이
가라 이런 거예요. 설마 9살짜리 어린이로 여기처럼 지하철이나 기차가 있는 거가
아니고요. 산길이거든요. 산길을 가겠다고 하니까 말도 되지 않는 거니까 그냥 가라
한마디 했는데 정말 가방 싸들고 나간 거예요. 강 주변까지 가다 돌아오겠지 했는데
그 강 주변까지 갔다가 삼촌을 보니까 보고만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왔지요.
그래서 아마 그 사건이 외삼촌도 놀라시고 제가 다행히 좋은 어르신들 만나서 무사히
집까지 가게 됐고 삼촌은 전보치고 (금희 실종됐음) 삼촌이 다음 날 내려오시게
됐고요. 그래서 지금은 회상할 수 있는데, 그 당시는 어머니랑 삼촌에게는 마음을
졸이게 했던 그런 사건이었어요. 사실은 배를 곯지 않기 위해서 보낸 건데 제가
그렇게 했던 거예요.

북한을 떠나오던 날 친구에게 속마음도 전하지 못하고 떠나와 친구들이 그립다고
들었습니다.

: 솔직히 북한을 나왔을 때는 몰랐어요. 한국에 와서 학교에 다니고 한국 친구들
사귀면서 고등학교 친구들 초등학교 친구들의 이야기 할 때마다 저는 못 만나잖아요.
그 그리움이 너무 사무치는 거예요. 그래서 북한을 떠나는 날에도 며칠 후 돌아갈
거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친구들하고 그러면서도 뭔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거예요. 그래서 떠나는 날에 있는 돈을 가지고 친구에게
사탕과 떡을 사서 친한 친구에게 10알씩 줬던 것 같아요. 10알이면 매우 크거든요.
친구들이 그날 이상하게 생각했을 거예요. 마지막 날 적은 돈이지만 친한 친구에게
전해 줬어요. 아마 친구는 제가 떠나고 나서 사탕을 준 이유를 알았을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떠나기 전에 친구에서 사탕을 줬던 게 한편으로는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남겨 줘서 그런지 더욱 친구들이 그리운 것 같아요.

-보고픈 친구들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 저희는 친구라 안 하고 동무라 하거든요. 지금은 이름도 희미한 동무들 지금
만나면은 못 알아볼 것 같아요. 지금은 변해 있는 나지만 언젠가 만난다면 내가
친구들 잊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고 만날 때까지
무사히 잘 살아 줬으면 좋겠습니다.

-중국에서 속앓이를 하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지금도 중국에서 고통받는 탈북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중국에서 지혜롭게 살았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으면 해 주세요.

: 사실 저는 부모님이 계셔서 잘 살아온 것 같아요. 그래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고통받았다고 하는데 사실 고통 받았다고 하는 것은 저에게는 너무너무 어려운
것들이었어요. 그런데 저보다 더 힘들게 부모님 없이 고통받는 어린 친구들 생각하면
마음이 아픈데 참 어떻게 해서든 잘 살아 줬으면 좋겠어요. 어쩌든 목숨만은 살아서
좋은 곳에 와서 꼭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는 날이 올 거니까 그런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모든 것을 원망으로 돌리기보다는
더 좋은 날이 올거다하는 마음을 가지고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올거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특집 ‘저자와의 대화’, 오늘은 금희의 여행 저자 최금희 씨의 이야기 첫 번째 ‘책에
얽힌 이야기와 보고픈 친구에게 보내는 사연’을 함께 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