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R. AN CHANIL’S WEEKLY DIAGNOSIS

노병들은 쉬고 싶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7월27일) 67주년을 기념해 2년 만에 평양에서 '전국노병대회'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조국해방전쟁 승리(정전협정) 67돌을 맞으며 제6차 전국노병대회가 수도 평양에서 진행되게 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대회가 열리는 구체적인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앞서 노병대회 시기를 고려하면 올해도 정전협정 체결일을 앞두고 열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왜 북한이 다시 노병대회를 개최하는지 그 목적과 의도에 대해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이현기: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자 북한이 2년 만에 다시 노병대회를 개최하는 목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안찬일: 앞서 말씀하신 대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조국해방전쟁 승리(정전협정) 67돌을 맞으며 제6차 전국노병대회가 수도 평양에서 진행되게 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대회가 열리는 구체적인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앞서 노병대회 시기를 고려하면 올해도 정전협정 체결일을 앞두고 열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북한은 정전협정일 7월 27일을 이른바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로 주장하며 기념하고 있지만, 이처럼 전국노병대회를 여는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2년 만입니다. 현재 북한은 체제재생산의 마지막 ‘고갈점’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즉 이것은 다시 체제를 연장시키느냐, 아니면 여기서 멈추느냐 하는 커브점의 절정기이기도 합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전쟁 노병들을 동원해 체제 강화의 동력을 얻어내고 다시 한번 ‘반미사상’의 불길을 지피려 하지만 사실 북한 인민들은 대부분 머리를 돌린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올해가 6.25남침 전쟁 도발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보니 뭔가 군사적 냄새가 풍기는 정치행사를 안 할 수는 없고 해서, 제일 힘없는 노병들을 평양에 불러 옥류관 냉면이나 한 그릇씩 대접하는 일종의 ‘경로 행사’를 열지 않았나 하는 평가도 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 2: 아 그렇군요. 그런데 북한이 2년 만에 다시 열기로 한 노병대회의 전력은 어떤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안찬일: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인 1993년 정전협정 체결 40주년을 맞아 처음 전국노병대회를 열었습니다. 물론 이때는 김일성도 살아있던 시기입니다. 아마 김일성의 아이디어였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자기 생존 말기에 김일성 주석은 뭔가 자기 세대가 이루어 놓은 유산이 아들인 김정일에 의해 깡그리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면서 기성세대에 대해 상당히 미안함을 느꼈을 것이고 그 일환으로 노병대회라는 걸 노려 전쟁세대를 격려할 발상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59주년(2012년), 60주년(2013년), 62주년(2015년), 65주년(2018년)에 개최했고 이번이 5번째입니다.

질문 3: 올해는 이른바 '꺾어지는 해'도 아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행사를 자제하는 가운데서도 북한이 노병대회 개최를 결정한 데는 내부결속을 다져야 한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과연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입니다만, 어떻게 보시는지요?

안찬일: 옳은 지적입니다. 북미 협상 정체 속에서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경제난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우려하며 이를 다잡을 필요성이 커졌다고 본 것 같은데 북한 주민들은 이제 그런 단계를 넘어섰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청년층을 향해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빨치산의 정신과 6·25 한국전쟁 당시 참전 병사들의 희생정신을 강조하고 체제 수호 의지를 높이는 사상교육의 기회로 활용하려고 들지만, 북한 청년들은 김정은 체제에 대해 등을 돌린 지 오래됩니다.
더구나 올해는 노동당 창당 75주년을 맞으며 김일성 광장에서 요란한 열병식도 준비한다고 하지만 이제 그런 정치행사로 북한을 선전선동의 장으로 이용하기에 우선 북한 주민들은 너무 굶주리고 지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4: 우리가 알기로 요즘 북한의 신세대들은 6.25 한국전쟁이 북한에 의해 도발되었고, 진정으로 승리한 전쟁이 아니라 패배한 전쟁이라는 진실도 어느 정도 깨우쳐가고 있다고 하는데 그 실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어제와 오늘 북한 신세대들의 정신 상태는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6.25 전쟁은 말 그대로 김일성 정권이 도발한 기습적인 남침 전쟁이며 그 전쟁에서 북한은 승리한 것이 아니라 패배했다는 것은 역사의 진리 아닙니까? 7.27을 ‘전승기념일’이라고 보는 것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입니다. 우리는 우리 민족을 3년 동안이나 재앙으로 몰아넣은 6.25 전쟁에 대해 승리의 환호가 아니라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한반도를 ‘통일’한다는 명분으로 김일성은 군대를 이끌고 남침했지만 어떻게 남의 주권국가를 무력으로 통일할 수 있단 말입니다. 그 당시 유엔에 가입한 한반도의 유일한 주권국가는 대한민국이었으며 북한 정권은 한반도를 불법 점거한 수괴 집단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는 오늘날에도 추호도 변함이 없으며, 또다시 핵무장을 하며 다시금 ‘제2의 남침 전쟁’을 꿈꾸는 북한 정권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의 첫째가는 적으로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5: 그런 견지에서 보면 북한의 노병대회는 불법대회이며 반민족적 대회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북한은 이런 호전적인 정치행사를 중단하고 다시는 전쟁이 없는 한반도를 만드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만,

안찬일: 옳습니다. 얼마 전인 지난 6월 16일에도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군대를 동원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버리는 초대형 군사도발을 감행했습니다. 6.25남침 전쟁 원흉의 후손들이 아직 평양에 정권을 차려놓고 화약 냄새를 풍기는 일은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비극입니다. 그들은 역사와 민족 앞에 반성할 대신 불쌍한 로병들을 평양에 불러 1회용 선심 정치판을 벌려놓는 일을 이제 당장 중지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로인들을 대우하고 존중하는 일은 이제 다시 전쟁이 없는 한반도를 만드는 일이며, 인민이 잘 먹고 잘사는 대한민국과 같은 나라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이현기: 안 박사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MUSIC

오늘 이 시간에는 왜 북한이 다시 노병대회를 개최하는지 그 목적과 의도에 대해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