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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한국인

서울문화, 평양문화, 통일문화 저자 임채욱 선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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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욱 선생
사진-임채욱 선생 제공

한국상징문화연구소 임채욱 이사장이 지난 2001년에 펴낸 ‘서울문화, 평양문화, 통일문화’라는 제목의 남북한 문화 비교 연구서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책은 분단 이후 남북 문화 현실을 재조명하고 한민족 문화 공동체의 통일문화를 전망하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임채욱 선생은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사회학과 신문대학원 신문학과 동양방송 프로듀서,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전문위원, 북방문제연구소 부이사장을 거쳐 현재 한국상징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많은 남북한 문화 관련의 책을 쓴 바 있다. 이 책이 최근 더 각광 받고 있는 것은 이제 서서히 한반도 통일이 다가오고 있어서일까? 한 실향민은 최근 ‘서울문화 평양문화 통일문화’ 책을 통해 북한 고향의 향수를 맛봤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다.

지구촌의 한인들 오늘은 43년여 동안 남북 문화 관련 연구와 남북 문화 관련의 많은 책을 쓴 임채욱 선생의 삶의 현장을 찾아간다.

43여 년간 긴 세월 동안 남북문화 관련 연구자로서 임채욱 선생의 지난날을 회고해 달라고 했다.

임채욱 선생: 나는 첫 직장이 방송국이었어요. 대학 다닐 때 군대를 갔다 왔고 1964년 3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동양방송이란 방송국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에서 8년 반 동안 프로듀서로 방송프로그램 제작을 하다가 1972년 중반 정부부처로 옮기에 됩니다. 당시 닉슨독트린에 의해 한국의 안보가 아주 긴박한 변화를 겪게 되지요. 이런 국제정세가 새로운 관심을 유발하기도 했겠지만, 한편으로 나는 당시 뉴스를 찾아다니는 사람이었지만 어느 날 내 자신이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개인적 욕구도 발동한 것이지요. 내가 옮겨간 곳은 북한과 대화를 담당하던 부서여서 남북대화 업무에 종사하면서 북한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것입니다. 1972년 7월부터인데 이로부터 지금까지 42년 넘게 북한문제 특히 북한문화 분야를 연구하는 일에 매달리게 된 것입니다. 정부부처를 떠난 뒤에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을 비롯해서 한국문화정책개발원, 북방문제연구소, 그리고 한국상징문화연구소 등 여러 연구기관에서 북한 문제를 계속 천착하게 되는데, 이 기간에 저서 10권을 간행하고 한때 대학에서 북한문화에 대해 가르치는 교수직의 기회를 갖게 되기도 하지요

임채욱 선생이 학계 최초로 통일문화라는 개념을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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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 평양문화 통일문화 책 표지

 

임채욱 선생: 나의 북한연구에서 학계 최초로 ‘통일문화’라는 개념을 쓴 것이라든지, 북한 상징물에 대한 연구를 최초로 했다든지, ‘주체사상’의 성격을 동학사상과 연관시킨 것들은 내세울 만한 업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정부부처에서 대북정책개발은 장관 입장에서 폭넓게 파악하려는 치열성을 보이는 편이었으며 지금도 나라 사랑하는 일에는 빠짐없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임채욱 선생님은 43여 동안 많은 남북한 관련해 많은 책을 발간했다. 특히 2015년 새해를 맞아 남북한 문화를 비교한 저서 서울문화 평양문화 통일문화가 오늘에 주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임채욱 선생: 제가 남북한 문화를 비교하는 ‘서울문화 평양문화 통일문화’를 펴낸 것은 2001년 9월입니다. 그때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러 남북한 모두 많은 변화는 있겠습니다만 큰 흐름에선 거의 비슷하게 변모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 사회가 배급제가 무너진 상태에서 시장이 아니고는 살기 힘든 모습으로 바뀌었으므로 문화적 모습도 많은 변화를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주의 문화를 내세우고 있으니 문화면에서는 12, 3년 전이나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임채욱 선생은 북한은 자랑을 아주 많이 한다고 들려준다.

임채욱 선생: 북한은 워낙 자랑을 많이 하는 풍토라서 1960년대에도 공업 강국이라고 떠들었듯이 지금도 자랑을 아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특히 문화 분야에서는 자랑할 것이 너무 많다고 말하지요. 아니 따지고 보면 과장표현이 대부분이지요. 예컨대 이런 식이지요. 김정일이 창안했다는 문화예술 창작방법론에서 ‘종자론’을 말할 때 불의 발견보다 더 위대한 것이라고 말한다든가, 또 이 지구상에는 200개가 넘는 나라들이 있지만, 이 가운데서 종교와 미신이 없어진 나라는 자기들밖에는 아무 데도 없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지요. 그뿐인가요. 평양 인근에서 출토된 선사유적을 가지고 ‘대동강문화’라고 말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게 세계 5대 문명발상지라는 주장까지 하지요. 또 지구상에 2500여 개를 헤아리는 민족이나 종족들이 살고 있지만, 북한 자기들만이 민족제일주의를 내세우는 데 성공했다고 말합니다. 좀 황당하지 않나요?

통일 문화의 진면목에 대한 이야기다.

임채욱 선생: 저의 책 ‘서울문화 평양문화 통일문화’는 과연 북한 주장이 맞는지를 파헤치려고 북한문화를 꼼꼼하게 들여다본 것이었는데 결론으로서는 북한의 자랑이 터무니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사회주의 민족문화라고 내세우는 북한문화 중에서도 남한보다 앞서 가는 부분이 있어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문화내용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면밀히 찾아 놓았다가 통일의 길 목에서 통일문화를 형성하는 데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통일문화의 폭을 넓히고 내용을 풍부하게 할 것입니다.

임채욱 선생이 북한문화를 연구하면 서의 회고도 들어본다.

임채욱 선생: 정치적으로 남북관계는 긴장과 대화라는 이런 상황전개를 외면하고 냉 온탕을 오가는 일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국 쪽 연구자 중에는 화해, 협력이라는 명분에 사로잡혀서 대북 눈치를 보는 표현도 하는데 문화면에서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 있지요? 북한문화를 두고 ‘거대한 문화의 무덤’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우리 학계에서도 이런 수준의 비판의식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 학계에서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 중에는 북한 원전을 제대로 보지 않아서 북한 관련 사실 내용을 이 사람 말을 저 사람이 베끼고 저 사람 말을 또 다른 사람이 인용하다 보니 한번 잘못된 사실 인용이 서너 책에 그대로 잘 못 인용된 사례도 보이고 있지요. 이런 부끄러운 수준에서는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임채욱 선생이 최근 수필 ‘고누 장기 바둑’ 읽어봤다.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 달라고 했다.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도 장기, 바둑을 즐기는 것은 남쪽과 같은데 다만 현재까지는 바둑보다 장기가 더 성행하는 것 같지요. 공원이나 길거리에서도 장기를 두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고 명절에는 장기협회 주최로 직장대항 장기대회도 열리고 있지요. 북한 문헌을 보면 장기는 16개 말을 가지고 전투서열대로 노는 전투적 놀이라서 인민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기에서 남쪽과 다른 것은 판이나 장기 알이 남쪽보다 더 크다던가 투박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장군을 부를 때 ‘장군아!’ 하지 않고 ‘장훈아’한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장군아’라고 외친다면 ‘위대하신 장군님’을 향해 소리치는 것 같지요? 이런 불경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 말을 바꾼 것입니다. 아예 북한 사전에도 장훈을 풀이하기를 장기 둘 때 장군을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보죠, 장기나 바둑은 북한에서 체육단체가 관장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 폐막식에 북한에서 세 사람이 왔지요? 이 가운데 최용해는 체육단체를 책임지는 사람인데 그가 말하기를 체육이 앞장서서 남북관계를 잘 만들자는 뜻의 말도 했지요. 그러니 이참에 남북 장기대회나 바둑대회 같은 것부터 한번 열어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아마도 북한 장기선수들은 ‘장훈아’ 할지 모르지요. 진정성 있는 분위기 속에 성사만 된다면 장군아가 아니라 장훈아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임채욱 선생에게 2015년 남북관계를 전망해 달라고 했다.

임채욱 선생: 올해는 우리 조국의 광복 70년, 남북분단 70년이지요. 이 70년 가운데 우리로서는 주목해야 할 70년이 있는데 바로 조선노동당 70년이라는 것이지요. 1945년 10월에 세워진 노동당은 북한정권을 지탱해 온 원천이지요. 김정일 시대에는 ‘선군정치’를 한다고 당보다 군을 앞세워 통치를 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군에 대한 당의 통제 기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대남관계에서는 당이나 군이나 그 비중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말하자면 남북대화 국면에서는 당 통일전선부가 나설 것이고 군사 위협의 필요상황에서는 군의 정찰총국이 나설 테지요. 현재로서는 한국 통일부 장관이 대북 제의를 했고 북한 김정은이 최고위급회담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하니까 남북대화 기운은 일단 조성될 것으로 봅니다. 무엇보다 핵과 미사일로 대남관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시간 벌기가 충분했다고 판단되면, 이 말은 무슨 말이냐 하면 핵무기를 미사일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하는 데 성공한다는 것을 말하지요. 그렇게 판단되면 북한은 대화에 응할 것입니다. 경제사정으로 봐서는 북한도 대화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더 크지요. 따라서 올 상반기에는 일단 어떤 형태의 대화든 남북대화가 시작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노동당 창건 70주년이 되는 이른바 ‘꺾어지는 해’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나름대로 노력을 하려고 하겠지요.

임채욱 선생은 북한이 2015년 ‘통일 성전의 해’로 정한 것에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한민족들은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임채욱 선생: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북한이 2015년을 ‘통일전쟁의 해’로 정해 두고 있다는 것이지요. 김정은은 통일을 위해서는 무력을 행사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한 위장평화공세에도 한국은 날카롭게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어떻든 올해도 남북관계는 긴장과 대화가 교차하는 냉탕과 온탕을 오고 갈 수도 있겠습니다만 광복 70년이란 의미를 새겨서라도 뜻있는 성과가 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구촌의 한인들 오늘은 43년여 동안 남북 문화 관련 연구와 남북 문화 관련의 많은 책을 쓴 임채욱 선생과 함께했다. 지구촌의 한인들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