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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대한팔경과 조선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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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남쪽 대통령이 백두산을 올랐는데 북쪽 국무위원장이 남쪽에 오면 한라산을 오르게 한다는 뉴스가 있더군요. 백두산이나 한라산이나 다 예로부터 명산으로 불리던 것인데 오늘 이 시간에는 이런 명산을 포함해서 우리나라 최고 경치들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살펴 보겠습니다.

임체욱 선생: 네, 그런 좋은 경치들을 묶어서 보통 8경이라고 하지요. 선우일선이란 가수가 부른 <조선팔경가>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1936년에 왕평 작사 형석기 작곡으로 나온 것인데 이 노래에는 금강산, 한라산, 백두산이 등장합니다. 가사 1절을 보면 이렇습니다.

에~~~~~ 금강산 일만 이천 봉마다 기암이요

한라산 높아 높아 속세를 떠났구나

에헤라 좋구나 좋다 지화자 좋구나 좋다

명승의 이 강산아 자랑이로구나

<조선팔경가>에 나오는 8경은 금강산, 한라산 외 어디 어디입니까?

임채욱 선생: 금강산, 한라산 외에 경주석굴암, 부산해운대, 부전고원, 평양, 백두산, 압록강이 차례, 차례로 나옵니다.

그런데 <조선팔경가>에 나오는 여덟 곳 명승지는 이 노래 작사자가 임의로 정한 것은 아니겠지요?

임채욱 선생: 물론 그렇지요. 작사자 왕평도 예로부터 조선8경이라 여겨오던 것을 그대로 따랐다고 봐야지요. 왕평은 아시다시피 <황성옛터> 작사가이기도 하죠. 작곡자 형석기는 서울에서 중학교 음악교사로도 있었다고 해요.

조선8경은 구체적으로 어떤 점 때문에 정해 졌다고 볼까요?

임채욱 선생: 팔경가 가사에도 나오듯이 금강산은 1만2천봉 봉우리가 봉마다 기암이고 한라산은 은하수를 끌어당긴다는 이름처럼 신비감을 주는 산이지요. 석굴암은 아침에 못 보면 한이 될 정도로 성스럽고, 해운대는 신라시대 최치원이 이름을 지었듯이 해운대 저녁 달은 볼수록 다정스럽다는 것입니다. 부전고원은 함경남도에서 개마고원의 일부가 되는 평균 1200m가 되는 높은 지대입니다. 호수를 끼고 있고 원시림이 밀림을 이루고 있는 수려한 경관을 보입니다. 평양은 대동강이 흐르면서 빚은 경치가 금수강산의 으뜸이라는 곳이지요. 백두산은 민족의 영산 아닙니까? 백두산 천지를 본다는 것은 누구나 만고의 신비에 다가선다는 것이지요. 또 압록강 2천리 여울에 흐르는 뗏목은 아주 장관을 이뤘지요.

8경을 매긴다는 것은 다분히 주관적인 면도 있고 시대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조선팔경가>에 나온 8경외에도 조선8경이니 조선8승이니 하는 곳이 있는데 약간씩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분단 후 남쪽에서는 <조선팔경가>도 <대한팔경가>로 고쳐 부르고 풍경도 대한팔경이라 합니다. ‘8경가’ 노래내용도 북한에서는 남쪽과 달리 합니다. 본래 대로라면 1절과 2절 세 곳은 남쪽에 있고, 3절, 4절 다섯 곳은 북쪽에 있지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1970년대 말에 사회주의 현실의 요구에 맞게 새로 형상화한다면서 석굴암 대신 총석정을 넣었고, 해운대 대신에 동해의 푸른 물결을 넣었습니다. 본래 가사에 금강산 다음에 한라산이 오는데 북한에선 백두산이 옵니다. 그래서 남쪽에 있는 한라산 석굴암, 해운대에다 북쪽의 압록강해서 4개를 빼고서 2개를 보태니 8경이 아니라 6경만 노래하고 있습니다. 가사도 평양을 ‘금수강산 청춘의 왕국’이란 표현 대신에 ‘금수강산 행복의 낙원’으로 바꿨습니다. 그러니까 본래 가사대로 부르는 것은 <대한팔경가>이고 바꾼 것은 <조선팔경가>라 하겠지요. 가사는 바뀌어도 북한에서 <조선팔경가>는 흥겨운 무도곡으로 사랑 받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선조들은 경치를 8경으로 묶었군요. 대한8경 외 지방마다 8경도 있지요?

임채욱 선생: 지방단위로도 경치 좋은 곳을 묶어서 관동8경이니 관서8경이니, 단양8경, 금산8경, 영동8경이니 하는 무슨 8경 명승지가 많지요. 8경이란 표현은 아마도 중국에서 소상8경이니 하는 것을 본받은 것 아닐까 싶습니다.

대한8경은 <조선팔경가>와도 다릅니다. 한라산 고봉, 석굴암 아침풍경, 해운대 저녁달, 지리산 운해, 즉 구름바다, 백두산천지, 묘향산 경치, 금강산 기암, 평양대동강을 칩니다. 북한에서도 예로부터 전해오는 조선8경이라면서 백두산, 평양, 금강산, 묘향산, 부전고원, 지리산, 해운대, 불국사를 꼽는데 한라산이 빠지고 부전고원이 들어갔지요. 또 조선8경 다음가는 경치로 조선8승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8경보다는 못한 경치라는데 경성, 몽금포, 한려수도, 변산반도, 부여, 해인사 계곡, 속리산, 한라산입니다. 한라산은 8경에 못 들고 8승에나 든다고 했군요.

8경은 어느 곳에도 정하기 나름이니까 한라산이나 백두산에도 8경이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백두산 한라산 다 우리 선조들이 정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등정기는 많은데 8경을 정하지 못한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산에 접근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다만 백두산은 북한에서 정한 것이 있습니다. 한 번 소개해 볼까요? ①백두산 해돋이(백두일출) ②향도봉의 친필글발(향봉친필) ③백두연봉의 웅장한 자태(연봉웅자) ④백두의 칼바람(백두열풍) ⑤(3천리 조국땅이 보이는) 장군봉(장봉전망) ⑥장쾌하고 우아한 천지(천지절경) ⑦눈 속에 핀 만병초(설중개화) ⑧떼 지어 노는 천지산천어(군유가어) 이상 8가지입니다.

지난번 남쪽 대통령 일행이 백두산을 오르고 천지에 손을 담았습니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가져온 물에 천지 물도 섞었습니다. 상징적입니다만 그 광경을 어떻게 보십니까?

임채욱 선생: 남쪽 사람들 중에는 감동으로 몸을 떤 사람도 있을테고 “동포여 일어나라 나라를 위해 손잡고 백두산에 태극기 휘날리자”라는 노래가사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요. 또 “우리는 백두산 영봉에 태극기 날리고 남북통일을 완수하자”라는 맹세문을 기억해내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북한주민들도 그 광경에서 무슨 통일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지요. 근데 무엇보다 팔경가 노래 제목이라도 통일시키려고 해 봐야지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