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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통일 민족주의)

2014년 2월 15일 서울 YMCA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87주년 신간회 창립기념식'에서 참가자들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제창하고 있다. 신간회는 1927년 2월 안재홍, 이상재, 신채호 등 34명이 '민족 유일당 민족협동전선'이라는 표어 아래 민족주의를 표방하고 창립한 민족운동단체이다.

사진-연합뉴스

K121619FE-HK.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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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남북한이 같은 민족이란 것보다 국력의 차가 크게 난 것은 국가체제 때문이기에 갈라져 사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지기도 합니다. 민족은 하나이지만 나라는 둘 일 수 있다는 사고지요

지난 이 시간 국민의 나라, 인민의 나라를 말씀하시다가 통일민족주의를 강조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통일민족주의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임채욱 선생: 통일민족주의를 말하려면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말하게 됩니다. 그런데 왜 오늘 이 시점에서 국가주의가 언급돼야 하고 민족주의를 찾아봐야 하느냐 하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나 중국 시진핑 주석이 다 자기나라 우선주의에 빠져있다는 것과 관계가 됩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자유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세계경찰처럼 힘을 기울여 왔지만 이제는 미국우선주의를 찾고 있지요. 중국도 개혁개방 이후 미국 다음 가는 생산력을 자랑하는 큰 나라가 됐지만 자유나 인권 같은 보편적인 가치문제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중화민족의 자기나라 발전만 앞세우려 합니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세계화의 추세가 약화되는 면모를 보이면서 국가 간에도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한국에서도 그런 면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현재 한국정부도 북한을 끌어안으려고 탈북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사례가 있고 일본에 대해서는 민족감정을 유발시켜서 갈등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데서 자연히 민족주의라든가 국가주의가 등장하고 있다고 봅니다. 뿐만 아니지요. 북한에서도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럼 그런 개념들을 구체적으로 알아볼까요? 먼저 국가주의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합니다.

임채욱 선생: 국가주의는 아주 쉽게 표현하면 국가의 이익이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이나 인민의 권리보다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국가 구성원이 국민이고 북한에서는 인민이 되겠는데, 이 국민이나 인민의 생활공동체가 구체적으로 모습을 나타내는 정치조직이 국가인 것입니다. 그래서 국가주의가 극단적으로 되면 파시즘 같은 정치체제가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국가주의를 보는 관점이나 동향은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남북한이 같은 민족이란 것보다 국력의 차가 크게 난 것은 국가체제 때문이기에 갈라져 사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지기도 합니다. 민족은 하나이지만 나라는 둘일 수 있다는 사고지요. 민족주의자에겐 이것도 위험요소로 보겠지만 국가주의자는 어느 시점에 가서는 하나로 합해 질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에는 민족보다 국가가 먼저라는 인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2국체제도 수용하려는 관점입니다.

앞에서 북한에서 우리국가 제일주의를 내세운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요? 그게 국가주의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통치자는 올해(2019) 신년사에서 “정세와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신념으로 간직하라”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우리 국가제일주의는 오래 전에 나온 ‘우리민족제일주의’라는 것과 ‘조선민족제일주의’라는 것에서 나왔다고 보면 됩니다. 북한 자료에도 “우리국가제일주의는 우리 민족제일주의 정신으로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빛내기 위한 투쟁 속에서 승화, 발전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민족주의적 성격이 아니라 국가주의적 성격이라고 봐야 합니다.

다음으로 민족주의 개념을 설명해주시죠.

임채욱 선생: 민족주의는 민족을 정치주체로 등장시킨 이념이지요. 민족은 말이 같고 핏줄이 같고 관습이나 문화가 같은 종족집단을 한 영토 안에서 경제생활을 하게하고 한 나라의 정치공동체를 이루게 하는 구성원입니다. 그러니까 민족주의는 정치공동체 안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최상의 이념이란 것입니다.

민족주의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임채욱 선생: 민족주의에는 종족적 민족주의와 시민적 민족주의가 있다고 합니다. 종족적 민족주의가 핏줄을 따지고 살아 온 땅에 애정을 가지고 집착한다면 시민적 민족주의는 자유라든가 평등 같은 이념을 추구하는 편이지요. 대체로 보면 민족주의도 독일이나 동유럽 여러 나라들에서는 종족적 민족주의가 두드려 지는 편이고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시민적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성격도 종족적 민족주의가 배타적인 편이라면 시민적 민족주의는 포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민족주의가 만들어 진 역사를 보면 근대 민족국가가 생길 때는 종족적 민족주의 모습을 지녔지만 시민사회가 발전하면서부터 시민적 민족주의가 부각됐습니다.

한국에서 민족주의는 어떤 모습으로 작동되고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민족주의 유형에는 종족적 민족주의와 시민적 민족주의만 아니라 그 중간에 국민적 민족주의도 있습니다. 한국과 같은 식민지를 거친 제3세계국가들은 이 국민적 민족주의라는 것을 거치게 됩니다. 국민적 민족주의는 근대국가의 경험이 없는 국민들에게 국민적 정체성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우선 중요했기 때문에 생겨났지요. 그래서 한국에서도 나라를 빼앗겨서 일본의 지배를 받던 1905년부터 8. 15광복을 맞은 1945년까지는 종족적 민족주의가 민족을 지키는 정신적 지주였다면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1970년대 말까지 근대화를 추진하던 시기에는 국민적 민족주의를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됐던 것입니다. 그 뒤 시민적 민족주의를 지향하고 있으나 최근에 와서 종족적 민족주의를 찾고도 있습니다. 이들은 일본과의 문제에서 이를 이용합니다.

북한에서는 민족주의가 어떻게 나타납니까?

임채욱 선생: 원래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민족주의가 부인되는 것은 잘 아는 사실 아닙니까? 그러나 북한에서도 1986년 7월 ‘우리민족제일주의’를 내세우더니 1989년 12월에는 이를 ‘조선민족제일주의로 바꿉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 선대통치자 김일성은 1991년 8월 자기는 공산주의자인 동시에 민족주의자이고 국제주의자라고 서슴없이 말합니다. 그러면서 민족주의가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진보사상에서 나온 것이지 자본가 계급의 사상은 아니라고까지 말합니다. 그 뒤로는 민족주의가 대남관계에서 유용하게 작동됩니다. 특히 2002년 북핵문제가 국제적으로 크게 불거지자 대남 민족공조를 치열하게 내세워옵니다. “오늘 북과 남은 다 같이 미국으로부터 엄중한 침해와 위협을 받고 있다. 남이 불편할 때 동족인 북이 편안할 수 없고 북이 불편할 때 동족인 남이 편안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완전히 민족주의 관점에서 호소하고 있지요.

통일이란 관점에서는 국가주의 보다 민족주의가 활용돼야 하지 않을까요?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남북한을 꿰뚫어 일관돼야 할 사상은 통일민족주의가 돼야 하겠지요. 그런 과정으로 가기 위해서는 남북한 다 지금의 국가주의나 민족주의 관점이 정리돼야 하겠습니다. 남쪽에서는 국가주의 못지않게 민족주의를 추구하되 종족적민족주의가 아닌 시민민족주의가 활짝 열려야 하겠습니다. 북쪽에서는 김일성민족, 김정일조선이란 말에서 보듯이 국가주의는 김정일에 기대고 민족주의는 김일성에 기대서 단결을 도모하는데 이게 다 시민적 민족주의 형태로 진화돼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통일민족주의로 가는 민족적 자아가 형성될 것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