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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이념으로 양육되는 북한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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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국제아동절'을 맞아 만경대유희장에서 개최한 '어린이 체육 유희오락경기'에서 한 어린이가 'USA'라고 적힌 미군 모형을 향해 활쏘기를 하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누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큰 운동회 중에는 ‘미국놈 때려 부수기’ ‘수류탄 던지기’ 이런 놀이가 포함되었는데요. / 미제 놈들이 불벼락을 맞는 거에요. 뛰어와서 사탕하나 받아라. 주는 것 받아먹어요 / 어릴 적 버릇이 오래간다는 사람의 습관에 착안해서 어린이를 집단주의 원리에 따라 공산당이 바라는 방향으로 키우려는 것이었지요

5월 5일은 어린이날입니다. 남한에서는 전국 각지의 놀이공원, 동물원 등은 나들이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가 곳곳에서 열렸습니다.

 

여기서 잠시 탈북 청소년들로 구성된 두리 하나 국제학교 합창단의 오빠 생각 노래 들어보시죠.

 

먼저 남한에서 어린이날 특별한 행사를 살펴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충남 원산도와 전남 조도 등 섬마을 초등학생 170여 명을 청와대에 초청해 다양한 행사로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린이들의 꿈이 다양하게 펼쳐져 어우러질 때 행복하고 아름다운 사회가 된다고 강조하고, 꿈과 희망을 이룰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좋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좋은 나라 만들기 위해서 모든 노력과 정성을 다할 거에요.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어린이들의 다양한 꿈과 희망을 직접 들은 뒤 조언도 하고 격려했습니다. 진도 조도초등학교 2학년 이윤희 양의 소망입니다.

 

이윤희: ‘어렵게 살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줄 수 있는 엄마 같은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


박근혜 대통령: 어렵고 힘든 이웃을 도와주기 위해서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는데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각 지자체의 어린이날 행사에도 영상메시지를 보내, 어린이들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각자의 꿈과 끼를 키워나가길 바란다고 축하했습니다.

 

남한에 어린이날이 있다면, 북한에도 어린이날이 있을까? 남한언론들은 북한에 어린이날은 없고 이날과 비슷한 '국제아동절'과 '소년절'이 있다고 했습니다. 국제아동절은 1949년 9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민주 여성연맹이사회에서 매년 6월 1일을 어린이들의 국제적 기념일로 제정한 데서 시작된 대표적인 사회주의권의 명절입니다. 남한의 어린이날이 초등학생까지 포괄하는 날이라면, 북한에서 국제아동절은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명절'입니다. 북한 아동절에는 탁아소나 유치원은 휴원하고 유치원생들을 동원한 기념행사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유치원생들은 기념행사를 위해 며칠 동안 준비한 노래와 춤을 선보이고 김 씨 일가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등 체제선전에 동원된다고 합니다. 또 미군을 형상화한 인형을 때리거나 바늘과 같은 뾰족한 것으로 찌르는 시합을 벌입니다.

 

탈북 피아니스트로 잘 알려진 서울 교대 김철웅 교수의 북한에서 어린 시절 얘기를 들어봅니다.

 

김철웅: 어찌 보면 어린이날을 즈음해서 북한유치원, 여러 개의 유치원이 모여서 하는 큰 운동회 중에는 ‘미국놈 때려 부수기’ ‘수류탄 던지기’ 이런 놀이가 포함되었는데요. 이런 운동회를 통해서 적에 대한 적개심, 계급교양(우리와의 적과는 한 하늘에 이고 살 수 없다, 불구대천의 원수)에 대한 어릴 때부터 심어주기 위한 어찌 보면 세뇌교육의 일환이라 볼 수 있습니다.

 

김철웅 교수는 어린이들에게 수류탄 투척 후 과자 등을 주어서 세뇌교육의 효율성을 높인다고 설명합니다.

 

김철웅: 어린 시절부터, 유치원 시절부터 김일성 김정일의 위대성을 배운 아이들로서는 그 사람은 인간이기 전에 하늘이 낸 사람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교육시스템으로 만들어 버렸고요. 또 그리고 중요하게는 그들이 생각하는 유치원 아이 때부터, 학년 전 어린이에게 박혔던 생각은 오래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어떤 세뇌교육을 통해서 그들의 위대성, 정책의 정당성, 당의,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 같은 것을 홍보하기 위한 세뇌교육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한국에서 방영되는 채널 A 텔레비전 방송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한 탈북 여성들의 증언도 들어봅니다.

 

탈북여성: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만, 주로 소풍놀이를 가는 학교도 있지만, 체육대회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체육대회 안에 군사놀이라고 해서 수류탄 던지기라든가, 아니면 장애물 극복이라든가 아니면 허수아비를 만들어서 하나는 남조선 괴뢰 미국 괴뢰 / 수류탄 던지러 갈 때 앞에다 줄을 쭉 세우지 않아요. 수류탄 하나씩 짚고 가는 게 아니라 저기 앞에 먼저 뛰어가서 수류탄을 잡아요. 선생님이 줄 가운데 서서 미제 놈들의 복수의 불벼락을 날리자! 야!....불벼락을 맞는 거에요. 뛰어와서 사탕하나 받아라. 주는 것 받아먹어요.

 

탈북자들에 따르면 아동절을 맞은 북한 고위층 아이들에 비해 일반 주민들의 아이들에겐 일상의 '하루'일 뿐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서 북한 아동절은 공식 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들은 대부분 직장에 나간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휴가나 조퇴를 하기도 하지만 경제난과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어린이들도 식량을 구하는 데 힘써야 하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형편이라는 게 탈북자들의 지적입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남한과 북한에서 어린이들이 어떻게 양육되고 교육되어지는지에 대해 알아봅니다.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은 어린이는 가정에서의 양육과 교육을 통해 성장되어지는 즉 학문적으로 사회화 된다면서 사회화 과정에서 어린이 미래가 결정되어 진다고 설명합니다.

 

임채욱 선생: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린이가 진정한 보배가 되려면 어린이들이 올바르게 양육되고 교육되어야 합니다. 어린이의 양육과 교육의 첫 출발은 가정입니다. 가정은 어린이가 태어나서 길러지고 보살펴지는 일차적인 삶의 공간이지요. 어린이는 이 공간에서 보살핌과 가르침을 받는 가운데 자기만의 행동방식을 배우고 익히면서 개성적이 되어 가는데 이를 학문적으로는 사회화라고 하지요. 어린이가 나라의 보배가 된다는 것은 바로 이 사회화 과정에서 가족이 바라고, 사회가 바라고, 친구나 학교가 기대하고 직장이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자라나는 것을 말합니다.

 

임채욱 선생은 남북한 가정에서 어린이 양육과 교육을 통한 사회화 과정의 차이점을 들려줍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는 어린이들이 공산화 교육으로 말미암아 부모를 비판하는 어린이로 자라난다고 들려줍니다.

 

임채욱 선생: 물론 차이가 있지요. 하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에는 겉으로만 보면 별 차이가 없이도 보입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자기 자식이 “나라에는 충성동이 부모에게는 효자동이”가 되기를 바랐지요. 이것이 우리 조상들이 바라던 사회화의 목표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목표가 어정쩡하게라도 어느 정도 지켜졌지만, 북한에서는 공산화 교육을 시킨다고 전통을 깡그리 무시했던 때가 있었지요. 그때는 어린이가 한 가정의 자식이 아니라 공산당의 자식이 돼서 경우에 따라서는 부모를 비판도 하는 어린이로 자라났지요. 북한에서도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전통사회의 덕목이라 할 수 있는 가정에는 효성동이, 나라에는 충성동이를 강조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과 꼭 같다고 말할 수는 없지요.

 

북한 모든 가정에서 이념으로 양육시키고, 교육시키기 위해 어린이 보육교양제가 실시되었는데 그 실상은 어떤지 임채욱 선생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 어린이보육교양제가 실시된 것은 1976년 6월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9년 전이지요. 이 제도는 어릴 적 버릇이 오래간다는 사람의 습관에 착안해서 어린이를 집단주의 원리에 따라 공산당이 바라는 방향으로 키우려는 것이었지요. 집단적으로 교육시키고 훈련시키면 어린이를 의도하는 방향으로 키울 수 있다고 믿고 젖먹이인 한 살짜리부터 세 살 까지는 탁아소에서 키우고, 4살부터 5살까지는 유치원에서 양육하고 교육하려고 한 것이지요. 탁아소는 한국에서의 어린이 집과 같은데 나라에서 운영한다는 점이 다르지요. 물론 탁아소에 맡기는 것도 강제성이 있지는 않지만 북한에서 부모가 직장생활이나 학습생활에 내몰리는 판에 어린이를 탁아소에 맡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제도는 90년대 이후에는 제대로 시행되기 어려운 면이 많았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탁아소 외에는 운영이 어려워 부모들이 돈을 내야하는 형편이니 본래 뜻했던대로 어린이를 양육하고 교육하지는 못한다고 봐야겠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