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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동무 동지 호칭을 강조하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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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을 맞아 가족들과 김치를 담그는 북한주민.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누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에서는 나이든 분이라 할지라도 수령에게 충성하지 못하는 사람은 당연히 비판 대상이 된다라고 교육을 하기 때문에 그것이 당연시하게 받아들여지기도 / 생활총화에서 어느 동무는 몇 월 며칠 어느 자리에서 나에게 호칭을 동무라 안 쓰고 야! 라고 했다. 이렇게 하게 되면 비판을 받지요. / 가시 아버지는 아내의 아버지 즉 장인이고 고 모 사촌은 고모의 자식들을 말하는 것으로 고종사촌을 말하는 것이지요

임채욱 저 서울문화 평양문화 통일문화 책 소제목 호칭과 지칭에 보면 북한이 남한에 통보해 온 2000년 8.15 이산가족방문단 후보자 명단에 나타난 친족 호칭이 관심거리가 되었다. 가시 아버지 가시 어머니 등 남한에서 쓰지 않는 생소한 친족 호칭이 있었던 것이다. 한편,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에 온 평양학생 소년예술단 공연 때 개막 인사를 한 북한소녀는 반가운 서울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오빠, 언니 모두들 즐겁게 보아주고, 박수치고 웃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 두 사실에서 남북의 친족 호칭이 부분적으로 다르다는 것과 북한에서도 남한처럼 친족 호칭을 일반 호칭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리고 정상회담 때 김정일이 용순비서라고 호칭하면서 김용순을 부르던 것도 목격되었다. 한국에서는 신분 호칭을 할 때 성명 세자 밑에 해당 신분, 직위을 붙여 부르거나, 아니면 성 밑에 붙여 부르는데, 북한에서는 이름 밑에 붙여 부르니까 낯설어 보였다는 반응이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은 남북한에서의 호칭과 지칭은 어떻게 다른가를 설명합니다.

임채욱 선생: 한마디로 호칭은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이고 지칭은 사람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지요. 호칭은 직접적으로 사람을 부를 때 쓰이고 지칭은 간접적으로 사람을 지적할 때 쓰이게 되니까 어떤 경우 지칭으로는 부르는데 호칭으로는 말할 수 없는 일도 있게 됩니다. 가령 우리가 잘 쓰는 별명 같은 것 중에 별로 안 좋은 느낌을 주는 것은 지칭으로는 쓰지만, 호칭으로는 잘 쓰지 않게 되지요. 또 아래 사람이 윗사람의 별명을 부를 때도 지칭은 가능해도 호칭은 삼가게 되지요. 가령 돈짱이란 어떤 사람의 별명을 말할 때 지칭으로는 돈짱이 어떻다니 말하지만 부를 때는 돈짱이란 별명을 못 부르지요. 이해가 되시겠지요?

임채욱 선생은 일반호칭과 친척 호칭에 관해서도 들려줍니다.

임채욱 선생: 호칭은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이라서 부름말이라고도 하겠지요. 한데 부름말에도 일반적인 부름말, 즉 일반호칭이 있고 가족이나 친척 간에 부르는 친족 호칭이 있습니다. 일반호칭은 선생, 교수, 박사, 의사, 판사, 변호사, 장관, 동지 등 직업이나 신분과 관계되는 것들이 있을 수 있고 친족호칭에는 친족 간에 부르는 친족 호칭이 있지요. 우리 민족은 특히 이 친족 간 호칭이 아주 자세하게 되어 있지요.

그렇다면 북한에서 친족 호칭이 남한과 다른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임채욱 선생: 2000년대 들어와서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때 북한에서 보내온 명단에서 관계를 나타내는 친족 호칭으로 가시 아버지, 가시 어머니가 있고 고 모 사촌, 훗어머니 같은 것이 있어서 남한에서는 이상한 호칭이라고 관심을 끈 일이 있었지요. 남한에서는 안 쓰는 친족 호칭이었지요. 가시 아버지는 아내의 아버지 즉 장인이고 고 모 사촌은 고모의 자식들을 말하는 것으로 고종사촌을 말하는 것이지요. 또 훗 어머니는 후에 들어온 어머니 즉 계모를 말하는 것입니다. 남한에서 이복동생이라 하는 것도 아예 배다른 동생이라 부르는 것도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은 북한의 친족 호칭을 좀 더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고 설명합니다.

임채욱 선생: 북한의 친족 호칭도 따지고 보면 남한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우리나라 친족 호칭을 대체로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첫째가 고유어로 된 호칭인데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오빠, 언니, 며느리, 사위 같은 것이지요. 둘째가 촌수로 된 호칭인데 삼촌, 사촌, 오촌, 육촌, 팔촌을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호칭이라기보다 지칭이라고 봐야겠죠. 가장 흔히 부른다는 삼촌도 실상 호칭으로는 옳은 게 아닙니다. 숙부님이라 불러야지 삼촌이라 부르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요. 셋째가 순전히 한자로 된 호칭인데 조부, 부친 형 백부 숙부 이모 생질 같은 것이지요. 네 번째는 우리말, 한자, 촌수가 섞인 친족 호칭인데 사촌오빠, 증조할아버지, 오촌 조카 같은 것들이지요.

북한에서의 일반호칭에 대해서도 알아봅니다.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 사람 이름을 부를 때 남한에서처럼 아무개 씨, 아무개님이라 부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나타납니다. 이영철 씨 대신에 이영철 동무라 한다든가, 신분이나 직업과 관련시켜 비서 동무, 과장 동무, 의사선생, 열 차원 동무, 중사 동무, 여성동무라고 부르는 것을 봅니다. 또 사람을 부를 때 신분, 직책을 섞어서 부르는데 박사 부교수 김용간, 인민기자 학사 고대현, 외과학부 부장 원사 교수 박사 노력영웅 이동규같이 온갖 호칭을 다 붙이는 사례도 있습니다. 일반주민들 사이에는 분조장 아주버니처럼 늘 보는 사람은 친족 호칭을 빌려 부르는 일도 있고, 처음 보는 사람에겐 북한에서도 아저씨, 아주머니, 아버지 어머니라고 합니다. 북한에서 잘 쓰던 아버지, 어머니가 문화변용현상을 일으켜서 요즘은 남한에서도 아버님, 어머님이라 잘 불려지고 있지요.

한국에서 방영되는 채널 A 텔레비전 방송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한 탈북 여성의 증언도 들어봅니다.

탈북여성: 자신보다 지위가 높거나 나이든 사람의 이름, 직함 뒤에 붙이는 호칭 동지, 친구나 혹은 손아랫사람에게 붙이는 호칭은 동무, 개인이나 가족보다 조직을 더욱 중요시하는 사회주의 나라 북조선에서는 동지와 동무라는 호칭을 꼭 사용해야 한다고 가르치며 소학교 시절부터 호칭 사용에 대해 엄격하게 교육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탈북여성은 소학교 시절 동무나 동지라는 말을 안 쓸 경우 어떤 처벌을 받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탈북여성: 무조건 동무, 친한 진구끼리는 동무라고 부르고, 윗사람들한테는 꼭 동지라고 붙여야 된다고 배웠어요. 근데 실제로 친구들끼리 동무라고 잘 안 부르게 되거든요. 가끔 싸울 때도 있잖아요. 그래서 싸우다 보면 야! 자! 또 욕도 하고 그러게 되면 그것이 나중에 비판무대에 올라요. 왜냐면 일주일에 한 번씩 북한은 소년단원부터 생활총화라는 걸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생활총화에서 어느 동무는 몇 월 며칠 어느 자리에서 나에게 호칭을 동무라 안 쓰고 야! 라고 했다. 이렇게 하게 되면 비판을 받지요.

자유아시아방송 정영 기자는 북한에서 소학교 때부터 동무라는 존칭어를 쓰도록 교양 받는다고 말합니다.

정영 기자: 북한은 집단주의 사회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집단주의 사회는 서로 협력하고 뭉쳐야 어떤 과제나 계획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런 집단주의 개념이 있기 때문에 소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동무라는 개념을 배워주거든요. 동무라는 존칭어를 쓰도록 교양을 받거든요. 예를 들어서 생활총화 시간 그리고 학습시간, 이렇게 집단적으로 자기 일을 반성해야 하는 자기비판도 하고 남도 비판해 줘야 하는 그런 시간이 있는데요. 그때 사람들이 상대방을 부를 때 형기 동무 정숙 동무 일어나시오. 이렇게 해서 비판을 하거든요. 그런데 동무라는 말은 고등중학교 졸업 할 때까지에 많이 사용하고요. 그리고 동지라는 말은 사회에 또는 직장 그리고 군에 나가서 많이 씁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동무라는 것은 같이 협력해서 무언가를 수행하는 동반자이지만, 동지는 목숨도 같이 나눌 수 있는 어떤 혁명적 동지 관계다. 이렇게 배웠기 때문에 사회나 직장 그리고 군대에서는 사실 그렇게 목숨을 내 줘야 하는 또 어떤 환경이나 조건들이 닥칠 때가 있잖습니까? 그때마다 군대에서는 분대장 동지, 군관 동지 또 장교들 보고는 소대장 동지, 중대장 동지 이렇게 부르면서, 상급을 존중하고 그리고 같은 전우들끼리 서로 존중한다는 의미에선 동무라는 말보다는 동지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요. 이것이 그 사랑하는 남녀들 사이에도 많이 써요. 그래서 여성이 남자들을 부를 때는 정남 동지 영남 동지 등 동지 자를 부쳐주고요. 그리고 남자들이 여성을 부를 때는 정숙 동무, 용순 동무 등의 존칭어를 써서 상당히 어떤 사회적인 분위기 같은 것을 많이 조성하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동지 동무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정영 기자는 동지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정영 기자: 사회에 나가서 생활총화 시간에는 동무라는 말을 꼭 써야 되는데요. 동지라는 말을 쓰지 못하게 됐거든요. 왜냐면 비판을 하는 사람을 동지라고 하면 서로 존중하는 입장이 되기 때문에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이 앉아 있어도 동무라고 불러줘야 하거든요. 그래서 예를 들어 30대의 노동자가 또는 작업반장이 60 이 되는 나이 많은 분에게 00동무 아바이 동무 일어나시오. 그리고 비판을 하거든요. 그런 걸 보면 참 한국이나 외국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른보고 삿대질하고 또 어른을 자기의 동급으로 생각 취급하는 그런 것은 외부사회에서는 허용이 안 되고 어색한 환경이지만, 북한에서는 나이 든 분이라 할지라도 수령에게 충성하지 못하는 사람은 당연히 비판 대상이 된다라고 교육을 하기 때문에 그것이 당연시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