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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동무 동지 호칭이 갖는 정치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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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당과 인민의 위대한 영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위)과 '위대한 영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라고 적힌 붉은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누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에서는 동무가 정치적 의미를 갖습니다. 동무는 “혁명을 수행함에 있어서 정치 사상적인 견해를 같이 하는 사람”을 말하지요. 동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동지는 자기보다 신분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쓰이고 있죠. 실제 동지는 동무라는 단어가 가진 뜻 외에도 존경의 뜻이 들어 있다고 말하죠. / 노동신문에 보통 석 줄씩 존칭수식사만 쓰게 되거든요. 그것도 모자라서 노동당 선전선동부에서 글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정말 자리가 없어서 존칭수식사를 못 부치거든요. 왜냐면, 존칭수식사를 간결하게 쓰거나 빼 버리면 자기가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거든요.

 

북한 신세대 사이에서 사회주의 국가의 특징인 ‘동지’와 ‘동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고 남한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연합 뉴스가 지난 4월 입수한 북한 계간지 ‘문화어학습’ 최신호는 ‘언어생활에서의 문화성과 언어예절’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젊은이들이 ‘동지’와 ‘동무’라는 표현을 생략한 경향을 도마에 올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논문은 ‘지금 일부 사람들과 청소년들은 ‘동지’, ‘동무’라는 말은 회의나 공식적인 장소에서만 쓰고 여느 때는 ‘야, 자’ 하면서 거친 말을 하거나 심지어 윗사람이나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반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조선말사전’은 ‘동지’를 사상과 뜻을 같이하고 같은 목적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으로. ‘동무’는 혁명 대오에서 함께 싸우는 사람을 친근하게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대개 ‘동지’는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을 부를 때 쓰이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공식 매체에서 종종 ‘김정은 동지’로 불린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주민들이 서로 동질감을 확인하는 용어인 ‘동지’와 ‘동무’가 북한 신세대의 입에서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신문은 평양에서 대학을 졸업한 한 30대 탈북자는 ‘북한 젊은이들이 남한 TV 연속극 같은 자본주의 문화를 접하면서 ‘동지’와 ‘동무’라는 말을 촌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문화어학습은 ‘학생들이 지켜야 할 언어예절’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도 ‘서로 돕고 이끌며 한 형제처럼 생활하는 북한에서 학생들 사이에 서로 이름이나 사회적 직무의 뒤에 ‘동무’를 붙여서 부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논문은 또 ‘친한 동무들 사이에 ‘동무’라고 하는 것이 어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의 두리에 하나의 사상과 의지로 일심 단결된 북한 사회에서 낡은 관점과 태도로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동지’와 ‘동무’라는 말의 사용을 권장하는 것은 신세대의 언어생활을 단속해 사회 기강을 잡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고 연합뉴스는 전했습니다.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은 남한에서는 어릴 때 친구를 가르킬 때 쓰지만, 북한에서는 동무가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고 말합니다.

 

임채욱 선생: 부부간에 일상적 대화를 하다가도 아내의 사상적 해이를 나무랄 때는 남편이 갑자기 ‘동무’ 하면서 정색을 하고 부르는 일도 있지요. 또 어떤 경우에는 아내가 남편이 집에서도 동무 동무 한다고 싫어하는 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동무는 남한에서 어릴 때 친구를 가르킬 때 쓰는 말이지만, 북한에서는 동무가 정치적 의미를 갖습니다. 동무는 “혁명을 수행함에 있어서 정치 사상적인 견해를 같이 하는 사람”을 말하지요. 동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동지는 자기보다 신분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쓰이고 있죠. 실제 동지는 동무라는 단어가 가진 뜻 외에도 존경의 뜻이 들어 있다고 말하죠. 그래서 사회적으로 존경해야 될 대상에게는 동지라고 하라고 말하고 있죠. 나이가 많다고 존경의 뜻으로 동지라고는 하지 않고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만 존경의 뜻을 담아 동지라 하라는 것이 규범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학교 졸업장을 보더라도 남쪽에서 “위의 사람은 몇 년간의 학업을 마치고 ...”이렇게 표현하는 것을 북한에서는 “이 동무는 몇 년간의 학업을 마치고...”라고 쓰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 정영 기자의 가족 간 호칭에 대한 설명입니다.

 

정영 기자: 가족 간의 호칭은요. 가족에서도 남편과 아내를 부를 때, 교양이 잘 된 집안, 그러니까 상류층이지요. 그런 사람들 속에서는 여보 당신이라고 쓰고요. 대체적으로는 가정에서 누구 아버지 누구 어머니라고 많이 쓰지요. 노동자 농민 가정에서는 대체적으로 야! 너! 이런 몰상식한 호칭을 많이 쓰는데요. 오히려 그 사람들 속에서는 여보 당신 하는 말이 좀 쑥스러울 정도로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북한의 계층에 따라서 서로 쓰는 호칭이 다르고요. 한국에서 보면 대체로 웬만한 집안에서는 아버님! 식사 하셨습니까? 또는 직장 다녀왔습니다. 이런 말들을 자유롭게 쓰고 좀 폭넓게 쓰는 그런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군당 시당 중간급 간부 이상 자녀들 속에서만 그런 존칭어가 나오고 일반 노동자 농민 일반 주민세대 특히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는 그런 상인들 속에서는 그런 존칭어가 어렵게 쓰여지고요. 그리고 자기 생활과 관련되었기 때문에 그런 존칭어가 사실상 사라지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됩니다.

 

임채욱 선생으로부터 김일성 부자의 호칭과 지칭에 대한 이야기 듣습니다.

 

임채욱 선생: 김일성은 아들 김정일을 부를 때 정일동무, 정일이라고 호칭하고 일컬을 때는 조직비서동지, 김정일 동지라고 지칭했다고 합니다. 김정일은 아버지를 호칭할 때나 지칭할 때나 수령님, 장군님, 총비서동지라고 했습니다.

 

김일성 부자를 호칭할 때 쓰는 수식어는 어떤 것이 있는지 임채욱 선생은 설명합니다.

 

임채욱 선생: 말하자면 호칭을 묘사하기 위한 수식어인데 김일성 호칭을 묘사한 것은 100여 가지가 됩니다. 가장 쉽게 우리가 접할 수 있었던 것이 “절세의 애국자이시며 불세출의 민족적 영웅이시며 백전백승의 강철의 영장이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같은 것이죠. 김정일에 대해서도 장군, 인민공화국 원수, 인민군 최고사령관, 인민의 어버이, 통일 대통령, 현세의 하느님이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2003년 11월 21일 조선중앙방송은 김정일에 대한 이러한 호칭이 전 세계 160개 나라에서 무려 1200여 개가 불리고 있다고 말했지요.

 

정영 기자는 북한 매체가 160여개 나라에서 수령에 대한 존칭 수식사가 1,200개 쓰여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반박합니다.

 

정영 기자: 사실 이렇게 보도한 다른나라의 매체를 본적이 없고요. 또 대체로 보면 이름만 달랑 써주지 않으면, 조금 더 써주면 North Korea Leader, 북한의 지도자, 그 정도만 써 주거든요. 그래서 북한의 선전하는 내용과 또 내부에서 보여지는 그런 존칭 수식사 사용이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 같고요. 이건 아무래도 북한이 주민들에게 우리 수령이 외부에서도 이렇게 존대를 받는다 하는 것을 선전하기 위해서 지어낸것 같고요. 사실 1,200개를 쓸수가 없지요.

 

정영 기자는 노동신문에 김 씨 일가에 대한 존칭 수식사를 보통 석줄씩 쓰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정영 기자: 북한에서 호칭이라고 하게되면 보통 자기 윗사람이나 동급에게 하는 이야기이고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이런 수령에게 쓰는 호칭은 존칭 수식사라고 부르거든요. 그래서 경애하는 최고 사령관, 국방위원회 위원장,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위대한 어버이, 자애러운 어버이, 이런걸 다 부치거든요. 노동신문에 보통 석줄씩 존칭수식사만 쓰게 되거든요. 그것도 모자라서 노동당 선전선동부에서 글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정말 자리가 없어서 존칭수식사를 못 부치거든요. 왜냐면, 존칭수식사를 간결하게 쓰거나 빼 버리면 자기가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수령에게 충성 다하는 길은 존칭수식사를 많이 만들어 내고 어떻게 해서나 많이 쓰는게 충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나 존칭수식사를 많이 만들어 내려고 머리를 짜내거든요.

 

임채욱 선생은 남북 간의 호칭에 대한 통일성 영역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도 호칭을 통한 예절을 강조하고 있지요. 같은 말도 아 해다르고 어해 다르니 아내를 부를 때도 ‘여’라든가 ‘야’라고 하지 말라고까지 가르치고 있죠. 동무나 동지 같은 일부 정치색이 있는 호칭 외에는 남북한 간에도 겉으로는 큰 골짜기가 있는 것 같지만, 한 꺼풀만 벗기고 보면 공통적인 영역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장모 대신 ‘가시어머니’라니까 남한 사람들이 듣기엔 전통적이지 못하고 세련되지도 못한 것 같지만, 우리말 호칭을 쓰려는 모습은 좋은 것입니다. 어떻든 북한에서는 우리말로 부르겠다는 뜻은 충분히 읽힌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적어도 분단 이전 지방에 따른 차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고 분단 후에 달라진 점이라는 데서 앞으로 분단 전에 지방마다 달랐던 점과 분단 후에 달라진 점들을 면밀하게 밝혀내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